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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서울시 주민자치 조례안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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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서울시 주민자치 조례안을 보면서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8.04.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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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주민자치는 소정의 지역(마을,동네,근린)의 생활관계들을 지역의 주민(주민, 거민, 출향인, 관심인)들이 스스로(자발적, 자주적, 자율적) 해결해가는 체계(조직·절차·자원)를 주민자치(근린자치, 마을자치, 동네자치)라 한다. 서울시 찾동사업에서 추진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대상으로 과연 주민자치에 합당한가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생산적으로 고찰해 보기로 하자.

위원회와 회는 다르다

첫째,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달라야 한다. ‘위원회’와 ‘회’는 전혀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에서 위원회는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조직이고, 회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조직이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는 위원회가 맞다. 그러나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분명하게 ‘주민자치회’로 정했다. 광역화되는 행정체제의 사각을 주민자치회가 감당해 달라는 요청으로 자치단체-지역사회 간의 분권을 위한 것으로 분명하게 주민자치‘회’가 맞다. 그러나 행자부는 주민자치회에 ‘회원’이 아닌 ‘위원’을 갖다 붙여서 ‘주민자치회 위원’이라는 모순적인 발상으로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로 회귀시켜 버렸다.

행정자치부의 무모하고도 치명적인 오류를 서울시는 그대로 답습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지적이 있었으나 서울시는 외면하고, 오히려 오류를 확대하는 2017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조례를 만들어 찾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주민자치회를 위원회가 아닌 회로 만들어라.

주민자치법은 절차법이 돼야한다

둘째, 주민자치를 실체법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주민자치를 실체법 조항으로 낱낱이 규정하면 곧바로 자치가 아니라 실천해야 하는 복종의 조항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법은 반드시 절차법이어야만 한다. 실체법에서는 주민들의 자치권 즉 ‘주민자치권’을 규정 해주고, 절차법에서는 지역의 생활관계들을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가는 체계를 내부적인 입법(규약·정관)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주민자치 조례는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와 2017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모두 실체법으로 입법돼 있다. 시·군·구 의회가 선출, 임기, 정원, 활동까지도 조례로 정해 주민자치위원은 복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 견제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며, 시·군·구 주민자치 조례가 주민들의 자치의지를 좌절시키고, 자치 기회를 박탈해서 주민자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주민자치라는 이름으로 입법된 가장 반자치적인 조례라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시·군·구 의회가 최근 몇 년 동안 개정한 조례의 조항은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조항 이었다. 주민자치 실질화나 주민자치 역량제고를 위한 개정은 거의 없으며, 주민자치위원이나 위원장의 임기를 축소해 무력화시키는 것이 대부분 이었다. 그런 조례를 서울시가 조사도 연구도 하지않고, 그대로 답습하고 확대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주민자치 선진국의 어느 나라에서도 주민자치를 실체법으로 정한 곳은 없다. 시·군·구 의회에 주민자치 조례의 입법을 맡기는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 현재 시행 중인 시·군·구 조례와 입법준비 중인 조례는 즉시 폐지하고, 주민자치권의 담보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자치 지원 조례를 새로이 입법하고, 주민자치 실행에 관한 사항은 주민자치회 총회에서 절차를 거쳐 수립할 수 있도록 맡기자. 그러면 주민자치 동기가 형성되고 역량이 축적될 것이다.

지원관 인건비, 주민자치회에 지원하라

셋째, 읍·면·동에 마을사업전문가와 주민자치지원관은 주민자치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마을사업전문가와 주민자치지원관의 면면은 주민들을 개인 영역에서 마을이라는 공공 영역으로 안내할 수 있는 역량이 거의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주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공공 영역에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진입했다고 해서 마을이라는 공공의 영역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는 마을사업 전문가 보다 더 능력 있고, 주민자치 지원관보다 더 능력 있는 주민들이 많다. 그런 주민을 마을의 영역으로 불러내면 된다. 전문가와 지원관의 인건비를 차라리 주민자치회에 지원하라. 그러면 주민자치회의 역량이 배태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에게 맡겨라

넷째,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조직하고 경영하도록 맡겨라.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회를 위원회로 바꾸는 치명적인 오류를 서울시는 바로 잡아야 했다. 회를 주민들에게 맡겨야 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주민자치회니까 주민들에게 맡기고, 서울시는 지원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건국화 - 산업화 - 민주화를 일군 주민들을 자치화까지 성공적으로 일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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