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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박원순 서울시장은 관료가 무력화한 주민자치회를 관변단체로 더 무력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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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박원순 서울시장은 관료가 무력화한 주민자치회를 관변단체로 더 무력화 하고 있다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8.05.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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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독재에 저항하고 부패와 비리에 저항하면서 시민운동의 장을 열고 민주화에 앞서온 사람인 것이다. 그가 시장으로서 기획한 주민자치 정책은 당연히 민주화의 꽃이라야 하는데, 결론부터 앞세우자면 안타깝게도 민주화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초기에 “도둑조차 서울시민이다. 시민들을 진보, 보수로 구분하지 말고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가 풀어가도록 하는 민주적인 과정을 만들어 두면 절로 해결된다”고 주민자치 정책을 부탁한 적이 있다. 한국자치학회 사무실에서 유창복 성미산 대표에게는 주민자치활동을 존중하고 주민자치위원을 무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또 “주민자치위원을 보수라고 도외시하면 박원순 시장을 욕보이게 될 것이다”라고 조언을 했었다. 모두 쓸데없는 일이었다.

서울시에서 시범 실시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가 아니요, 주민관치도 넘어서 주민에 대한 지배라고 밖에 볼 수없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주민도 제치고, 관료도 제치고, 그 자리에 박원순 시장의 관변조직이 주민의 자치를 좌지우지 하려는 기가 막히는 정책이 목전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를 관변조직 활동무대로

우리 사회가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주민자치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제도에서 정책에서 주민자치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주체인 주민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를 주민에게 맡겨두면 절로 시간이 갈수록 경험도 축적되고 지식도 축적된다. 주민이 빠지면 주민자치는 자치가 아니라 관치가 된다. 지금까지 주민자치는 없고 주민관치만있었다.

주민자치의 최대 과제는 주민자치 주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20년을 줄기차게 주민자치를 주민에게로, 자치를 자치답게 하도록 만들자고 해왔다. 2017년 서울시의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주민자치를 관료들이 움켜쥐고 있던 주민관치 보다 더 경악스러웠다. 주민자치를 말하면서 주민을 제치는 모순에는 손도 대지 않고 관료의 관치로 방치하다가, 관료까지 제치면서 ‘주민자치지원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주민자치를 송두리째, 그것도 인력도 지원하고, 예산도 지원하면서까지 맡겨서 주민자치를 관변조직의 활동무대로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주민에 대한 관점이다. 지원관의 파견은 주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무시와 불신의 정책적 표현이다. 둘째, ‘자치’에 대한 몰이해로 부터 나온 방식이라는 점이다. ‘자치’는 일단 상명하달로 집행되고 시행되는 행정사무가 아니다. 또 직업적으로 도맡아서 하는 업무는 더구나 아니다. 현재 주민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주민들을 대신할 조직을 구성하고 파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도약의 필요조건으로 주민자치를 연구해온 연구자로서, 실천해온 실천가로서, 주민자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주민들의 자치가 싹도 틀 수없게 만드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방관할 수는 없다. 주민자치 원칙은 참으로 간단하다. ‘주민이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다.

[표] 주민자치 정책의 속성
[표] 주민자치 정책의 속성

서울형 주민자치회 분석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분석해 보기로 하자. 첫째, 지원도 없고, 간섭도 없다. 방치다. 조선의 향촌은 방치 속에서 자치공간을 확보해 향촌을 자치로 경영했다. 어설픈 간섭보다는 방치가 더낫다.

둘째,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 진정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 선진국은 주민들이 자치공간을 자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한다. 그러나 자치는 온전히 주민의 몫이다.

셋째, 지원은 하지 않고 간섭만 한다. 주민관치다. 일제는 식민지 관리를 위해 향촌을 지원하지 않고 수탈만 했으며,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도 읍·면·동장의 하부기구로 설치해 활용만 하고있다.

넷째, 지원도 하고 간섭도 한다. 주민자치 말고 관변조직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 지원이 아니라 서울시 관변조직의 지원이다. 지원받은 인력으로, 예산으로, 권한으로 관변조직이 관료를 배제하고, 또 주민도 배제하고 얼마든지 주민자치회를 좌우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형 주민자치회 체계를 조직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문제를 지적해 보기로 하자. 먼저, ‘그림’에서 보다시피 주민들은 주민자치회원이 될 자격을 주지않고, 주민자치회는 회원을 둘 제도도 없다. 그래서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주민관치회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관을 구 단위와 동 단위에 배치하고, 지원관 인선은 전적으로 관변단체가 하도록 해 주민관치를 넘어서서 관변단체가 주민자치를 지배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림]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 모델
[그림]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 모델

첫째, 구 주민자치지원단 문제

1. 구(區) 사업단의 조직 및 인사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인원은 단장 1인과 단원 1인으로 구성한다. 현재의 자치행정과 주민자치 담당에다가 별도로 2명을 추가로 배치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일을 할 외부사람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은 자치의 주체가 되면 발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도 추가로 2명을 배치한다는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자치행정과만으로도 주민의 자치를 관치로 옭아 매었는데, 이름이 지원관이지만 내용으로는 주민관치를 넘어서서 주민자치를 아주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치밀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2) 주민자치 지원단의 인건비로 89,660천원을, 운영비로 70,000천원을, 총 159,660천원/년을 지급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자치다. 지원관을 구에서 위탁하지 말고, 주민자치협의회에서 기획하고 위탁여부까지 결정하도록 하라. 협의회를 지원하라는 것이다.

(3) 사무실을 제공한다. 주민자치 지원단에게는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주민자치 주체인 주민자치협의회에 사무실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주민자치를 방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 관변조직을 주인으로 대우하는 주객이 전도된 아이러니며, 주민자치를 행정의 연장으로 생각한다는 오류의 자기고백이 아닐 수 없다.

2. 구 사업단의 역할이 문제다.

(1) 구(區) 및 동(洞) 주민자치 네트워크 구축 및 협업체계 구축한다. 구 주민자치부서 책임자도 구 주민자치협의회장도 제치고 위탁을 받은 관변조직의 장이 조직체계도 구축하고 업무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역시 주민자치에서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2) 구 자치행정과와 정례업무 및 협의회의를 한다. 구 자치행정과의 주민자치 업무는 없어진다는 전제가 숨어 있으며, 위탁을 받은 지원단이 주민자치업무를 협의를 통해서 직접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민자치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관료와 관료의 위탁을 받은 관변조직이 주민자치를 정례적으로 협의를 한다는 것은 주민을 식민지의 백성으로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3) 구(區) 민간단체 및 주민모임 네트워크를 만든다. 구 지역사회 단체를 파악하고 체크해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를 관변조직이 관리하겠다는것이다.

(4) 동(洞) 지원관 선발 배치 및 지원을 한다. 동 지원관은 공무원이다. 동 공무원을 업무 위탁을 받은 조직이 선발하고, 배치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위탁을 받은 관변조직이 무소불위의 인사권까지 행하겠다는 것이다.

(5) 동(洞) 지원관 교육 및 정례 간담회를 실시한다. 공무원을 교육하고 정기적으로 감독도 하겠다는 것이다.

(6) 주민자치회 간사 정례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한다. 주민자치회 내부의 간사까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심하다. 주민자치회를 무력화시키고 직접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선의든 악의든 조직은 명확해야 한다. 구 지원관이 동도 넘어서서 주민자치회 내부에까지 간섭하는 제도는 독재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7) 동별 현장담당 수시지원을 한다. 동별 담당의 주민자치사무를 수시로 체크하고, 간섭하고, 지원이라는 이름의 강요를 하겠다는 발상이다.

(8) 주민자치역량 강화교육 및 워크숍을 운영한다. 주민자치 교육권까지도 장악해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자치를 하지 말고 지원단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철부지 운동가들의 과오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9) 동(洞) 주민자치회 핵심 리더 및 동 담당자 간담회를 한다. 핵심리더 즉 지역사회의 어른들까지 사업단 앞에 줄 세우겠다는 것이다. 동 담당자도 사업단 앞에 줄 세우겠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를 업수이 여기는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10) 공무원 및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 인식확산 설명회에 협업한다. 대 공무원과 대 주민의 주민자치 홍보창구를 좌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1) 주민자치학교를 기획 총괄한다. 주민자치학교를 사업단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12)사업의 동별 현장을 모니터링 한다. 구 사업단이 동 사업의 현장을 일일이 체크하고, 간섭하고, 필요시 장악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13) 사업의 모니터링 및 운영보고서를 제작한다.

(14) 모니터링 및 컨설팅을 통한 자치구 제도개선 제안을 한다.

(15) 주민자치 시범사업 주요자료 아카이빙 및 기록한다.

(16) 자치구 우수사례를 공유화 한다.

(17) 서울시 현장 지원연구, 자치구 및 동 현장 설문조사 및 자료를 수합한다. 모두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으며 해야할 일이다.

둘째, 민관협의체 문제

(1) 자치행정국장, 자치행정과장, 주민자치협의회장, 주민자치사업단장 등으로 구성한다. 민관협의체라면, 주민자치협의회장이 주도하는 주민자치협의회-자치구청장간의협의체여야한다. 주민자치협의회장을 국·과장의 파트너로 격하시키고, 사업단의 파트너로 격하시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위탁받은 사업단이 위세를 빌어서 주민자치회의 상부에 자리를 잡겠다는 오만이요, 반민주적인 발상이다.

(2) 민관협의체의 사무는 다음과 같다.

㉮ 주민자치회 총괄기구로 주민자치회 주요정책을 결정하고 방향을 설정한다. 자치구의 조례상기구인 주민자치회의 총괄을 위탁받은 단체가 자치구의 통제도 없이, 주민의 통제도 없이 하도록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무모한 발상이다.

㉯ 주민 주도의 마을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의 소통과 협력이다. 주민주도 마을생태계 조성은 주민자치회를 주민의 자치회로 만드는 것으로만 가능하고, 주민의 자치회 없이는 소통도, 협력도 소용없다. 이룰 수 없는 주민생태계를 참칭하는 것에 불과하다.

㉰ 자치구자치와 마을의 융복합 제도설계 및 운영자문이다.누가 제도를 설계하고, 누가 운영을 하는데, 누가 자문을 한다는 것인가? 주체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 지속가능한 마을자치 생태계 구축을 위한 효율적인 조직운영 방안 모색이다. 주민의 자치를 하는 회가 없는데, 지속도 생태도 백일몽에 불과하고,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셋째, 실행단위협의체 문제

(1) 자치행정과(팀장, 담당), 주민자치사업단(단장, 담당), 마을공동체 지원센터(팀장, 담당). 주민자치회는 쏙 빼고 구성했다. 주체가 누구인가? 상명하달이 남을 뿐이다.

(2) 실행단위협의체 가능.

㉮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정기적인 실무 의사결정회의 운영. 이래도 주민자치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빼고 주민자치 추진을 위한 실무의사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주민자치지원조직의 통합을 위해 관련부서간 추진과정 협의. 주민자치 지원단의 위탁을 기본의 위탁단체인 마을공동체에 사업을 추가하고 예산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주민자치회는 엄연하게 다르다. 편법으로 위탁기관을 정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

㉰ 동 단위 주민 참여사업의 추진방향과 일정 등 협의 및 조정.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를 소외시켰다.

넷째, 동 지원관 문제

(1) 동(洞)에 주민자치지원관 1명을 배치한다.

(2) 인건비는 동 지원관 39,564천원/년이며, 간사는 12,000천원/년이다.

(3) 사업비를 10,000천원/년 지원한다.

(4) 동지원관과 간사에게 사무실을 제공한다.

(5) 동 지원관의 임무는 ㉮주민자치회 신규 구성 및 운영 촉진 ㉯자치계획수립 및 운영 기획 ㉰주민총회 준비 및 운영 지원 ㉱주민자치회 협의-수탁-자치 업무기획 ㉲주민자치학교 운영실무 ㉳주민자치회 회계 등을 담당한다.

지원관의 모든 일은 주민자치회가 능히 할 수있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할 의무다. 그것을 주민자치회가 하도록 하지 않고 동 지원관이 하도록 하고, 구 지원관이 관리를 하는 것은 구 지원관-동 지원관-주민자치회 간사의 수직적인 체계를 구축해 주민자치회를 장악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민자치가 싹이라도 틀 수 있을 것인가?

다섯째, 기존의 주민자치 담당공무원 문제

(1) 동별로 1명을 배치한다.

(2) 주민자치위원 및 주민자치학교 위원 모집 홍보 및 업무지원.

(3) 주민자치학교 준비를 한다. 동에서 주민자치를 담당하던 공무원은 별로 할 일이 없다.

가장 앞선 진보라야 자치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외연인 ‘구 지원단’과 ‘동 지원관’의 관계 등을 조직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분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치는 원래 진보다. 가장 앞선 진보라야 자치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권고를 드린다. 독재에 저항하던 시민운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본인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본인이 했던, 측근이 했던, 서울시에 독재적인 정책이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부치고, 진보다운 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 풀은 바람보다도 더빨리 눕고, 일어날때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러나 지금은 날이 흐려서 풀이 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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