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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스위스 직접민주주의는 수백년 걸쳐 진화해 온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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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스위스 직접민주주의는 수백년 걸쳐 진화해 온 체계다”
  • 박 철 기자
  • 승인 2020.01.0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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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❿ 스위스 직접민주주의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박 철 기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박 철 기자

2019년 12월 3일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포용으로 가는 길 : 직접민주주주의를 논한다’를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Linus Von Castelmur 대사는 직접민주주의는 일종의 생태계로 스위스의 경우는 수백년에 걸쳐 진화해온 전통이자 체계라서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Linus Von Castelmur 대사에 따르면, 스위스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결합된 형태로 직접민주주의 이상의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단점과 제약 사항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는 굉장히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만 일궈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한다. 한 예로 진보성향의 사회당이 유급휴가를 4주에서 6주로 늘리자는 안을 발안했지만 국민투표에서 66%가 반대해 부결됐다. 이에 기자는 ‘최종 결정은 시민들의 몫’이라는 스위스의 정치행정체계와 ‘도둑놈 심보’라며 더 많이 쉴 수 있는 유급휴가 확대를 부결시킨 스위스 시민들의 ‘덕성’이 과연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Linus Von Castelmur 대사의 “스위스 직접민주주의 모델이 옳다기보다 각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고유한 시스템이 있다”는 말은 한국형 민주주의 체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편집자 주>

오늘 우리가 다루는 주제는 포용적인 사회 구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스위스가 아주 유니크(unique)한 모델로 보여 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은 스위스의 역사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위스 모델이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고유한 시스템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이러이러해서 우수하다고는 발표하고 싶지 않다.

직접민주주의는 일종의 생태계다. 하나의 체계지만, 스위스 경우에는 일종의 전통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수백년에 걸쳐서 진화해 온 체계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19세기,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완성됐고, 아직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직접민주주의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요소들을 우리가 현대화시켰다. 예전에는 단순히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마치 고대 아테네에서 사람들이 아고라(agora)라는 공개된 광장에서 의사결정을 했던 형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굉장히 작은 마을에서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었다. 그렇지만 과거라고 해서 모든 것이 민주적이진 않았고, 여성에게는 참정권도 없었다.

스위스에서도 여성 참정권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중세시기부터 18세기까지 여성뿐만 아니라, 참정권에서 배제됐던 계층이 상당 부분 있었다. 세금을 꼭 납부하는 남성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고, 18세기까지는 어느 정도 경제 활동을 하는 남성들만 경제 혹은 정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직접민주주의 이상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스위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이상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의회와 정부도있고,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결합된 형태다. 특히 이런 직접민주주의 요소에 다른 시스템들이 함께 보완해 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스위스는 연방국가다.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위스의 주인 칸톤(Kanton)에서 진행하는 의사결정도 중요하다. 그리고 도시마다 의회를 두고 있다. 그래서 국가, 칸톤, 시정부 세 가지 레이어로 이뤄진 체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스위스는 보충성의 원칙을 갖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그 문제와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들에게 직결되는 문제 같은 경우에는 지역 정부차원에서 결정해야만 시민들이 실제적(이 사안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적절하다고 하는)으로 도움이 되는 의견들을 제시할 수 있다. 계층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시민들에게 가까운 풀뿌리 수준에서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때가 있고, 중앙정부가 결정할 때가 있다. 이것은 상황을 봐가면서 나눠져야 하는 것이다. 서로 보완하고, 견제도 해야 한다.

번역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콩크라다스’(Konkordanz)라고 하는 것은 스위스 말로 일종의 전환(conversion)인데, 사람들이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나타내는 단어다. 그래서 스위스 정부 구성에는 제1야당이라고 하는 것이 없고,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스위스는 중앙정부 역할을 최대한 축소하려고 한다.그리고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또 스위스는 몸짓이 작아야만 효율적으로 시민들의 니즈(needs)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은 정부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시민들의 니즈(needs)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다.

최종 의사결정은 국민들의 몫

한국에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 여러 정당이 모여서 정부를 이루지만, 이것은 굉장히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시스템이다. 그런데 스위스는 7개 부처에 장관이 7명인데, 그 중 한명이 대통령이다. 그리고 4개의 정당을 갖고 있는데, 보수당이 전체 유권자 중 25%, 사회민주당과 진보당이 16.8%, 기독민주당이 11.4%를 차지하고 있고, 중도보수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민주당이 15.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4개의 정당들은 유권자의 70%를 대변하고, 그렇게 국회를 이룬 정당들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서로 협상·합의·양도한다. 이들은 경쟁자인 동시에, 정적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는 단계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협상해서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주체들임을 인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이런 공청회를 열어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해도 최종 결정은 시민들의 몫이다. 왜냐하면 정부 단계에서 통과된 결정이라 할지라도 의회에서 귀결될 때가 있고,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나 프랑스·네덜란드 국민투표와는 조금 다른 성향이다.

스위스는 1년마다 4번의 주말 동안에 약 12개에서 20개의 정치적인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 시스템이 있다. 의견을 수렴해서 어떤 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기각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최종 의사결정은 국민들이 내린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가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가 없다. 무조건 민심을 얻어야 하고, 경쟁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심지어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만 본인들에게도 이득이되는 체계다.

스위스는 점진적인 변화 시스템

스위스 시민들은 10만명 이상의 유효서명을 취득하면 개헌을 발의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내가 사회의 주인이다’라는 사명의식을 더 강하게 갖게 된다.

2009년에 진보성향의 사회당이 ‘모두를 위한 의무 유급휴가를 6주로 늘리자’는 안을 발안한 적이 있었다. 유효서명을 받았었고, 이것이 연방법원에 제출됐다. 그런데 정부는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위스에서 법으로 규정된 유급휴가는 4주인데 6주로 늘리는 것은 너무 길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 이후 의회에서도 찬성률이 낮았다. 반대 122표, 찬성 61표가 나왔다. 정부와 의회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국민위원회에서는 반대10표, 찬성 32표가 나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유급휴가를 늘리겠다는 이 안은 사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투표했던 사람들 중 66%가 반대했다. 그리고 모든 칸톤에서 기각됐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긴 휴가를 가는 건 물론 좋지만, 이미 법으로 규정된 휴가가 이미 4주나 되고 스위스는 임금 수준이 높다. 따라서 ‘임금을 높게 받으면서 6주나 되는 휴가를 간다는 것은 솔직히 도둑놈 심보다’라는 게 있어 통과되지 않았던 거 같다. 어쨌든 정부-의회-국민투표가 같은 결과로 나오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됐던 사례였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투표를 한다고 해서 언제나 참여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시민들은 참여할 권한이 있지만, 사실 참여율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위스의 시스템은 단점도 있고, 제약 사항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위스는 어떤 발 빠른 변화를 추구할 수 없고, 굉장히 느린 시스템이며, 극단적인 변화 또한 추진할 수 없고, 점진적인 변화만 일궈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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