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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중단하고 주민자치회법 입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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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중단하고 주민자치회법 입법해야”
  • 박 철 기자
  • 승인 2020.02.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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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회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
발제 / 한국의 주민자치 제도 분석 : 주민자치회 설계를 위하여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문재 기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문재 기자

■들어가면서

민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

민주제의 본령은 정책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고 직접 집행하는 직접 민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민주제는 집단의 크기가 약 500명 정도가 직접민주제의 한계다. 인구가 증가하고 광역화가 이뤄지면서 직접 민주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민주제의 실행을 위해서 고안해 낸 것이 대의민주제다. 국민의 대표를 선거로 뽑아서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도록 위임한다는 것이다.

정치인 또는 정치인 집단이 제안하는 내용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리라는 가정 아래 요구사항을 유형화해 놓은 것이다. 그 유형화의 내용이 국민의 요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택형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유형화하고 선택하게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게 돼 있다.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고를만한 정책도 정치인도 없을 경우에는 선택을 포기하고 정치와 담을 쌓게 된다. 선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요한 이유고, 국민 다수의 무관심 속에 소수로부터 선택을 받은 정치집단이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정치적 무관심이 강화될수록 직업 정치인들은 선거의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일을 쉽게할 수 있다. 자신을 선택하도록 설득해야 할 유권자의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 집단은 무슨 일을 저질러도 권력을 잃을 염려가 없게 된다. 국민의 의사는 국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고, 국가는 소수의 권력층이 못하는 대로 움직여진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직접 민주제의 대표적 형태인 주민발안이 주민의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 제도의 형태로 1999년에, 지역 주민의 결정적 의사를 확인하는 지방적 레퍼렌덤(local referendum)이 주민투표의 형태로 2004년에 각각 채택됐고, 지방의 대의기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민 소환제가 2006년에 도입됨으로써 기본적 틀을 갖췄다. 그러나 한국의 직접민주제는 아직도 부족하다. 단제자치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생활관계를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가 강력하게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국가가 아니라 사회 문제

주민자치는 분야(分野)로 볼 때 ‘국가-시장-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사회’ 문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가-사회 간 문제며, 궁극적으로는 국가-시장-사회 전체 문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국가-사회 관계에서 고찰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수준(水準)으로 볼 때 국가 수준이나 자치단체 수준의 문제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지역 사회인 ‘마을’문제다.

주민자치는 사회적인 조직이지만 국가와의 관계에서 정부와 관계, 자치단체와 관계, 읍·면·동과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때는 분권이 주제가 된다. 그러면서 주민자치의 가장 중요한 관계인 지역과 주민과 생활과의 관계에 놓인다. 이때는 자치가 주제가 된다.

자치단제는 주민에게 가까울수록 건전

한국의 행정 계층은 정부-시·도-시·군·구-읍·면·동-통·리로 구성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수탈체계로 도입·확정한 제도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발전을 거친 우리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아직도 생산적으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시·군·구 자치에 한계가 있다. 주민들과 지리적으로 멀고, 절차적으로도 멀다. 둘째, 시·군·구와 주민들 사이에 읍·면·동이 있다. 읍·면·동은 지역이나 주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시·군·구의 행정 집행기구로 운영돼 주민에 의한 지방의 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통·리는 읍·면·동의 보조기구고, 통·리장은 읍·면·동 행정의 보조자나, 읍·면·동장이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의 지역 사회는 통치불능

한국의 지역 사회는 점점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주민자치 정책이 주민의 증가하는 자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원인이 있으며, 주민의 자치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편법으로 구성·지배·운영하기 때문이다. 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주민자치는 틀어지고 만다. 관료행정과 주민자치의 바람직한 관계를 찾아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주민자치 제도

조선의 향약은 주민의 자치가 아니라 양반의 자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양반으로만 구성하고, 주민들 참여는 불가능하게 하고, 철저하게 피지배자로 전락시켰다. 주민들은 관료의 행정적 지배와 양반의 사회적 지배의 이중지배에 시달리게 됐다. 양반의 사회적인 지배에 대해 상민들이 반발하고 갈등이 깊어지자 수령이 나서서 직접 주민자치인 향약의 장이 돼 향촌을 관치했으나 실패했다. 주민자치를 수령이 담당해 실패했다.

향민자치 동계, 불문율로 주민자치 하다

향촌을 둘러싸고 수령과 양반의 이중 지배는 곧바로 저항에 부딪혔으며, 수령의 직접 지배도 한계에 다다랐으며, 주민들이 향촌의 생활세계의 관계들을 주민의 촌계로 자치했다. 이때 관료와 양반의 지배·간섭에서 벗어나서 비로소 주민들의 자치가 발전했으며, 두레·계 등의 사회적인 경제가 발전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조선의 주민들이 향촌자치의 필요조건인 분권이 없는데도, 향촌자치의 충분조건인 자치를 먼저 구현했다는 것이다. 방치 속의 자치가 형성된 것이다. 조선의 무능의 결과라 보는 이도 있으나, 향촌의 자발적인 자치는 훗날 민중운동의 기폭제가 됐으나 외세의 개입으로 질곡을 겪게 된다.

일제강점기, 주민자치의 암흑기

총독부는 향리 2~3곳을 통합해 면을 설치하고, 면의 장은 총독부의 공무원으로 임명해 향촌까지 국가의 행정에 복속시켰다. 식민지 통치·수탈을 위해 향촌자치를 파괴하고 국가 독재 체계를 구축했다.

해방시기-산업화시기-민주화시기 주민자치는 선택과 집중에서 제외

해방 이후에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행정 계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시·도-시·군·구는 자치화했지만, 읍·면·동과 통·리는 아직도 관료의 직접 관리 하에 놓여 있으며 자치에서 제외돼 있다.

주민자치센터, 잘못 꿰버린 첫 단추

1999년 2월 읍·면·동을 구조조정하고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공무원들이 동요하자 읍·면·동을 축소해 존치하고, 여유 공간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했다. 이때 읍·면·동의 구조를 1/2로 축소하면 기능을 줄여서라도 주민자치회로 설치해야 했으나, 행정자치부는 주민자치회를 포기하고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말았다.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면서 주민자치회는 위원회로 바꿨으며, 위상도 읍·면·동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심의위원회로 만들었다.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위원회로 주민자치 정책은 첫 단추를 매우 잘못 끼웠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완벽하게 빗나가고 처절하게 실패했다.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회를 그대로 주민자치회로 전환했다. 위원회와 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자치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지방자치분권 및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법률 제27조에서 규정한 주민자치‘회’를 도로 ‘위원회’로 주민도 빼고 자치도 빼서 무력화시켰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실패한 조선의 향약과 동일한 구조를 가졌다. 조선에서는 양반이 향약으로 상민을 지배했다면, 서울형은 주민자치회로 관변단체가 주민을 지배한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자치를 못하게 하는 모순은 그대로 두고 관변단체에 주민권과 자치권을 내줬다.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에 설치한다고 하여 주민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오류(1998년 주민자치센터,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를 그대로 답습하고, 주민자치회를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 혼동하는 오류(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회 위원을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주민에 의한 자치를 관치로 장악하는 유사자치 혹은 사이비 자치, 즉 주민관치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의 자격을 주민자치학교 이수자로 한정하면서 위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주민자치회의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정원 50명의 60/100은 주민자치학교 이수자 중에서 추첨으로 선정하고, 40/100은 해당 동 소재 주요 기관 및 단체, 기타 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주민 조직 등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한다고 해, 주민자치에서 주민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위원의 구성에 있어서도 성별 구성(동성 60/100 초과) 규제는 법률 권장사항이지만, 연령구성(40대 이하를 15%로) 규제는 주민의 자율에 맡겨도 좋을 일이며, 주민자치회장의 임기(2년, 단임) 규제는 지금까지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관제 위원회의 폐해로 주민자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주민자치회 자치계획도 주민들의 자치가 아니라, 행정사무에 협조하는 내용으로만 구성해서 지금까지의 실패(조선의 향약체계, 주민자치센터의 관치체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의 관치체계)를 그대로 답습하고있다. 또 단체장을 주민자치회의 지배적인 위치에 둬 구성원의 관리 전반(교육과지원)을 맡기고 있으며, 주민자치회는 다만 의견 제출자에 불과하게 만들었다.

[표] 주민자치회법 주요내용.
[표] 주민자치회법 주요내용.

■나가면서

관료행정과 주민자치는 각각의 고유성을 가진다. 관료의 행정은 행정의 고유성으로 성공할 수 있으며, 주민의 자치는 자치의 고유성으로 성공할 수 있다. 주민자치 정책법령은 주민의 자치가 마을, 주민, 생활에 따른 고유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주민자치회의 필요조건으로 주민자치회법(안)은 분권과 자치가 이뤄지는 주민자치회로 설계해야 한다.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주민자치회 설치 및 은영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에 2020년 1월 2일 새해 첫 발의됐다. 발의는 민주당 김두관, 한국당 이학재, 대안신당 유성엽, 대안신당 박지원,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등이 발의했다.

주민자치회법 주요내용

조선의 주민자치를 일제가 말살한 것을 지금도 방치하고 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와 행안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는 주민자치를 저해하는 모순에는 눈을 감고 주민자치지원관과 강사를 배치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중단하고 주민자치회법을 입법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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