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주민센터 홈페이지 어디에도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센터 운영과 주민자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음에도, 행정기관은 위원회를 주민을 대표하는 기구가 아니라 봉사단체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회장 임현기)가 5월 13일, 넉 달 만에 개최한 회의에서 ‘전주시 주민센터 홈페이지 내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 등록의 건’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고작 ‘위원장 인사말’이나 등록하자는 것이 아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바라보는 행정기관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 게재’ 논의
“자치 권한은 주지 않고 봉사만 요구하는 현실 개선”

5월 13일 오후 6시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주시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건을 제안한 최명권 송천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전주시의 주민센터 홈페이지에는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이 게재되어 있지 않다. 위원회가 권위를 내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송천1동 주민센터 홈페이지에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연혁과 위원 명단, 교육프로그램만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과 위원회 소개, 시설 현황 등을 자세히 게재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주민센터의 경우와 대비된다. 

최병학 효자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위원장 사무실도 갖추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한 위원회가 많다. 위원회에 자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주지 않고 봉사만 요구하는 셈이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우리는 ‘버려진 자식’과 같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곽민종 인후1동 주민자치위원장 역시 “위원회가 주민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위원장 인사말도 게재해야 한다”며 “각 동 주민자치위원장이 동과 협의해 실행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박경희 송천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각 동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자칫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될 수 있다. 집행부가 시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임현기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여러 사례를 조사해 시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중재안을 내놨다. 

전주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주민자치 무력화’ 지적
“주민자치회에 입법권ㆍ인사권ㆍ재정권 부여해야”

논의는 전주시가 추진 중인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으로 이어졌다. 전주시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하는 주민자치회 도입을 위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월례회의에 참석한 전상직 사단법인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 회장은 “행안부는 ‘주민자치 시범실시 표준 조례 개정(안)에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규정을 임의로 누락해 주민총회를 개최할 수 없게 했다. 또 시군구에서 조례를 만들어 주민자치회 위원을 동장이 40% 선발하고 60%는 공개 추첨으로 선발토록 했다.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없다. 이는 입법권ㆍ인사권ㆍ재정권을 모두 빼앗아 주민자치회를 무력화 하는 처사”라고 우려를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2월 11일 열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 과제 원탁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주민자치회의 의미와 시범 실시 현황 분석 및 개선할 사항과 유의점’을 발표한 박동수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주민자치회 기능을 강화해 자치적으로 결정,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며 “주민자치회가 행정기관을 보조하고 사회봉사만 하는 조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당초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장들은 이 같은 설명을 듣고 주민자치회에 입법권ㆍ인사권ㆍ재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이 내가 사는 구역을 마을로 생각해 마을과 이웃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해 ‘주민자치회법’이 입법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주민자치 역량 강화 워크숍 개최 “안전 고려해 결정”

한편,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울릉도에서 ‘주민자치 역량 강화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임현기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워크숍 진행 시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주민과 위원들의 안전”이라며 “코로나19 재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고려해 집행부가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코로나19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속에서도 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750여 명의 전주시 주민자치위원들이 ‘내가 협의회장’이라는 마음으로 협력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전주시와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가 발전하는 데 매진해 달라”고 인사말 했다. 

[인사말씀]

임현기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전주시 인후3동 주민자치위원장)

지난 1월 8일 이후 넉 달 만에 모였는데, 앞으로는 매달 회의를 열어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운영위원회는 지난 3개월 동안 코로나19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속에서도 쉬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해 왔다. 750여 명의 전주시 주민자치위원이 ‘내가 협의회장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협력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지만, 전주시와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가 발전하는 데 매진해주시길 바란다.

백현규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수석부회장(전주시 노송동 주민자치위원장)

빙모님이 엊그제 93세로 일기를 마치셨다. 오늘 발인인데 주민자치 회의에 빠질 수 없어 참석했다. 먼 길 달려와 위로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른 위원님들의 애경사가 있으면 꼭 찾아뵙도록 하겠다.

[수상 소감]

이홍직 전주시 금암2동 주민자치위원장

모범시민상 수상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훌륭한 주민자치위원분들이 많은데  운 좋게 선택되지 않았나 싶다. 모범시민상 수상자에 걸맞게 주민자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전주시와 주민자치협의회 발전에 일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주요 발언]

박영진 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 역량 강화 워크숍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울릉도까지 가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전라북도 내에서 진행하는 건 어떨까 싶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급재난기금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지역을 벗어나서 행사를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홍진 전주시 효자3동 주민자치위원장

우리 지역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자는 데 동의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짧게는 3~4개월, 길면 1년 이상 힘들 텐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을 대표하는 만큼 전라북도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곽민종 전주시 인후1동 주민자치위원장

워크숍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할 것이다. 주민자치위원장들 간의 친목과 주민자치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다만, 집행부에서 충분히 논의한 끝에 오는 6월 21일로 일정을 잡았고 상황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으니 이 점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김주호 전주시 효자5동 주민자치위원장

전주시에서 배정한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데 모두 어려운 시기인 만큼 워크숍에 예산의 절반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동 운영에 쓰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용식 전주시 호성동 주민자치위원장

워크숍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 또 우리가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주민자치 선진지 측에서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추후 상황을 지켜보되 위원장들의 주민자치 역량 강화와 함께 전주시와 협의회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위원장 간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최병학 전주시 효자2동 주민자치위원장

위원장 사무실을 갖추지 못하는 등 상황이 열악한 주민자치위원회도 있다. 자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주지 않고 봉사만 요구하는데,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우리는 ‘버려진 자식’과 같다. 회의할 때마다 동장이 행정을 찾는 바람에 매일 싸우는데 홈페이지에 위원장의 인사말을 올려달라는 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동장이 자기의 이권을 내려놓는다는 건 어려운 얘기다.

최승해 전주시 삼천2동 주민자치위원장

동마다 특색이 있고, 주민자치위원장과 동장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곳도 있다. 일단 각 동의 자율에 맡기고 진행 상황을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박경희 전주시 송천2동 주민자치위원장

동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이 부분은 집행부에서 시와 협의해 달라. 그래야 잡음 없이 진행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