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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 ‘주민자치회’, 입법조사처도 “법적 근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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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 ‘주민자치회’, 입법조사처도 “법적 근거 필요”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07.0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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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기능ㆍ역할 규정
행정ㆍ재정 지원하되 지자체 개입에는 ‘제동’
국회입법조사처 로고.
국회입법조사처 로고.

행정안전부가 시범운영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기능과 역할이 모호한데다 주민의 대표성도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따라서 제21대 국회는 ‘주민자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법률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임시방편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 온 ‘주민자치회’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NARS) 정치행정조사실 하혜영 입법조사관은 6월 16일 ‘NARS 현안분석’ 제148호에 실린 ‘주민자치회 설치ㆍ운영 현황 및 향후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5월 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19년 12월 31일 기준, 96개 시ㆍ군ㆍ구의 408개 읍ㆍ면ㆍ동에서 시범실시 되고 있다. 하 입법조사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민자치회는 자치분권종합계획의 주요 과제로 선정돼 시범실시 지역이 확대되고 있으나, 여러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법적 근거 미비…“법률 형식은 정책적 결정 사안”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근거 미비다. 현행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주민자치회의 설치시기ㆍ구성ㆍ재정 등을 규정한 법률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운영되다 보니 활동에 한계가 뚜렷한 상황. 때문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주민자치와 관련한 법률안이 2건 제출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법률 형식은 “입법ㆍ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내놨다. 하 입법조사관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 관련 규정을 신설할 경우 설치 근거를 명확히 하면서도 세부 규정을 지자체 자치법규로 위임해 지역특색을 살릴 수 있다”며 “반면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같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할 경우 주민자치회 제도의 실효성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주민자치’ 역할 규정ㆍ지방의회와 관계 재설정 필요

두 번째 한계는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역할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주민자치회는 읍ㆍ면ㆍ동 협의 및 자문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정작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민자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주민참여기구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과 업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지역 단체 및 지방의회와의 관계 재설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 입법조사관은 “바르게살기, 새마을운동협의회, 이ㆍ통장협의회, 각종 지역발전위원회 등 주민자치회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들이 있다. 주민자치회와 주민을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 내 대표적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와 갈등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민자치회와 지방의회의 관계 설정에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6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 사진=박 철 기자
지난해 1월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 사진=박 철 기자

“법인격 부여 장단점 판단…위원 선임은 공개모집 적절”

다음으로는 주민자치회 구성방식을 짚었다. 지역적 특성과 유형별 특성을 고려치 않고 주민자치회를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입법ㆍ정책적 선택 사안으로 봤다. 하 입법조사관은 “주민자치회에 법인격을 부여할 경우 법적 책임에 따른 사회적 공신력 획득, 재산 소유 및 수익 사업, 재정 및 회계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현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법인이지만 읍ㆍ면ㆍ동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치조직인 주민자치회가 법인이 될 경우 비법인인 읍ㆍ면ㆍ동과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첨’ 방식의 현행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 입법조사관은 “주민자치회 제도의 성공은 열정과 능력을 지닌 위원을 제대로 선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주민자치회 위원 선임은 공개모집에 의한 선발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제도 정착 단계까지는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추천과 공개모집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을 권했다. 

지자체 개입에는 ‘제동’…“행정ㆍ재정 지원은 필요”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입에는 제동을 걸었다. 하 입법조사관은 현재 자치단체장이 주민자치위원을 위촉하는 제도와 관련해 “지자체장에 의해 임명된 위원에게 지역의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주민의 자율적 의사에 의해 선출된 대표라는 점에서 지자체장의 별도 위촉절차 없이 행정기관에 통지 내지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에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하되, 추후 주민자치회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직접적 보조금보다는 자체 사업과 후원금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약 주민자치회 재정 강화를 위해 주민세 등 세금을 활용할 경우에는 재무관련 사항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의 감시 및 감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하 입법조사관은 “21대 국회에서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 등과 관련된 입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주민자치회의 입법화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에 어떠한 기능을 부여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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