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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무력화하고 ‘도지사 관치’ 추진하는 제주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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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무력화하고 ‘도지사 관치’ 추진하는 제주도의회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06.22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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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가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ㆍ4300명 지역조직은 들러리?
거센 주민 반발에도 6월 18일 수정안 통과…25일 상정 ‘논란’
제주도의회. 사진=제주도의회 홈페이지 제공
제주도의회. 사진=제주도의회 홈페이지 제공

제주도의회가 주민자치위원회를 무력화하고 도지사가 읍면동 정책까지 관여토록 하는 조례 제정을 강행하고 있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주민참여’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도지사가 4300명 규모의 지역조직을 들러리 세워 주민자치를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강성균 제주도의회 의원이 4일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도지사가 읍면동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읍면동별로 원탁회의 또는 100인 이상의 지역발전위원회를 두며 △도지사가 지역발전위원회에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정관 개정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지사가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관치시대’ 우려

이 같은 조례안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를 포함한 7개 주민단체와 제주민회는 17일 “소통 없이 주민을 무시한 채 강행 발의한 조례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먼저 조례안이 읍면동 단위의 발전계획을 도지사가 수립하도록 한 점을 문제로 짚었다. 단체들은 “도지사가 읍면동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은 지역발전위원회나 원탁회의 등에서 의견만 제시하도록 한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자칫 도지사 주도의 읍면동 관치(官治)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례안으로 설립되는 매머드급 지역조직의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례안은 읍면동별로 100인 이상의 주민으로 구성된 지역발전회의를 두도록 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미 읍면동에 주민자치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돼 있는데 별도로 새로운 거대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지역발전회의는 예산을 지원하는 도지사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매머드급 지역조직, 예산 쥔 도지사에 좌지우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조례안을 발의한 강성균 의원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단체들은 “강성균 의원은 3일 열린 ‘주민 중심 특별자치 정책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ㆍ보완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다음날 조례를 발의한 형태는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 헌신해온 풀뿌리 자치조직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도의회가 진정 주민자치와 자치분권을 고민한다면, 읍면동의 주민자치조직이 스스로 마을의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전체 주민의 뜻에 따라 경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센 반대에도 수정안 통과…주민은 ‘정책건의’만 하라고?

주민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례안은 18일 도의회 심의를 통과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8일 열린 제383회 정례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읍면동 지역발전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수정안 역시 주민단체들이 지적한 독소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주민자치를 뿌리부터 뒤흔든다는 지적을 받은 ‘도지사의 정책 수립’이 존치됐다. 도지사가 읍면 발전 기본방향과 중장기 목표 및 추진정책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반면, 주민들은 ‘주민 원탁회의’와 ‘지역발전회의’를 합친 ‘지역발전원탁회의’에서 ‘정책 건의’만 할 수 있도록 해 그야말로 ‘무늬만 주민참여’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수정안을 살펴본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제주민회 공동의장)는 “도지사 주도의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도지사가 지역발전원탁회의의 의견을 수렴해 세운 발전계획을 주민자치위원회가 심의하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주민들 간 갈등의 불씨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수정안에서도 주민단체들이 지적한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주민단체들과 논의해 본회의가 열리는 25일 전에 기자회견 개최 등 다각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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