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54 (화)
“우리 마을에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상태바
“우리 마을에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07.02 2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자치분권 아카데미 성료…전상직 회장 “자치력 함양 절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2일 열린 강원도 주민자치위원 자치력 함양 및 자치분권 아카데미에서 '주민자치위원의 자세와 역량을 위한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했다.

“속초시 8개 동에 배정된 1년 예산이 6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만약 이 중 20%를 주민자치위원회에 준다면 공무원보다 더 잘 쓸 수 있으시겠습니까? 20%는 적다, 40%를 달라.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치력입니다.”

2일 속초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 강원도 주민자치위원 자치력 함양 및 자치분권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나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질문을 던지자 순간 침묵이 흘렀다. 척박한 주민자치 현장에서 고군분투 해 온 주민자치위원들에게 한편으론 ‘즐거운 상상’이고 또 한편으론 ‘간담 서늘한’ 질문이었으리라.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우리 동네에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정말 멋진 계획을 내놓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즐겁게 마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자치력입니다. 주민자치위원님들이 먼저 끊임없이 공부해서 자치력을 함양해야 합니다.” 

자치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공부 방법도 제시했다. 전 회장은 “의례적인 회의 대신 한 달에 한 번 만이라도 3~4시간씩 공부하자. 마을에 필요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관련 공무원의 설명을 듣고, 이웃 마을의 우수 사례 발표도 듣고,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우리 마을에 어떻게 적용할지 의논하자. 1년만 이렇게 공부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주민자치를 할 수 있다. 여러분들의 공부에 필요한 것이라면 중앙회에서 언제든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적극적 지원을 호소했다. 전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김철수 속초시장과 최종현 속초시의회 의장에게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시장님과 의장님이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20%는 안 돼도 1억 원 정도만이라도 각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맘 놓고 쓸 수 있게 배정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어려운 학술용어 대신 쉬운 예시와 질문으로 강연을 이어 온 전 회장은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데 주민자치는 혼자 할 일을 두 사람이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셋이 나누면 더 좋고, 넷이 나누면 더 좋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 일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의 주민자치는 일을 일로만 대하니 재미가 없다.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야 살가운 동네가 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을 함께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정운 강원도주민자치회 대표회장은 “강원도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오늘 교육을 개최하게 됐다”며 “주민자치를 위해 힘쓰는 모든 분들에게 축복과 행복과 영광이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고 인사말 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권한과 예산이 중앙에 집중되어 진정한 주민자치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현실이다. 주민자치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분들의 부단한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종현 속초시의회 의장 역시 “주민자치가 잘 이뤄지는 나라일수록 행정 권한과 의회의 역할이 적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의 생각을 의회와 시정에 적극 전달해서 주민자치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주민자치회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종현 속초시의회 의장
이정운 강원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글/사진 여수령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