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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지구적 문제 작은 지자체가 해결...주민자치 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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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지구적 문제 작은 지자체가 해결...주민자치 새 가능성"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0.08.1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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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자치학회] 김만권 교수, '일상화된 위기' 시대 '사회적 보호망' 역할 주민자치에 기대

예상치못한 '팬데믹' 시대에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국가보다 더 작은 단위의 지방자치단체가 해결능력을 보이며 '주민자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알로프트서울명동호텔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김만권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일상화된 위기'의 시대, 새로운 보호망 짓기의 방법으로서 주민자치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발표했다.

김만권 교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염병에 대한 대처를 ‘중앙정부’ 혹은 ‘국가’의 일로 여기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발견하게 됐다"라며 "예상치 못한 ‘팬데믹’을 다루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성원들에 대한 적극적 보호 의지를 드러내며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를 다루어내는 지역적 능력’을 보였고, 국가보다 더 작은 단위에서 이뤄지는 이런 지역적 해결능력이 ‘주민자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민자치’의 실천적 능력의 발견이 정치적, 철학적(규범적)으로 더 중요한 까닭은 지구적 시장이 만들어낸 여러 정치적 도덕적 병리학적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주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는, 국가보다 작은 단위에서 ‘주민자치’의 능력은 이렇게 곤궁에 빠져 있는 ‘보호 없는 삶’에 대한 저항운동에 새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초국적 기업과 국제기구 등의 거대한 압박 아래 국가는 현저히 그 보호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며, 이렇듯 국가의 보호가 쇠퇴하거나 약한 곳에선 개인이 오롯이 보호의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국가는 이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윤리를 전파하는 일에 앞장선다"라며 "이런 ‘자기 삶의 책임윤리’가 만드는 삶의 방식 속에 개인들은 파편화된 채 ‘집단적으로’ ‘외로워지는’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2018년 1월 영국에서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임명된 사례는 ‘외로움’이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포스트민주주의의 도래'도 언급했다. 김만권 교수는 "포스트민주주의 사회가 기존 민주주의사회와 다른 점은 권력의 중심이 다수 유권자로부터 특권을 추구하는 소규모 정치엘리트와 부유한 집단에게 옮겨갔다는 사실에 있다"라며 "근대의 민주주의가 권력을 소수의 왕과 영주들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에게 옮겨놓았다면, 포스트민주주의에선 오히려 역행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라우치의 연구를 인용해 "포스트민주주의 사회에서 제도권 정치는 시민권의 상업화를 통해 ‘슈퍼리치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일반 시민들의 이익을 교묘히 무시하게 된다. 일반시민들의 이익은 정당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며 기존의 제도권 정치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라며 "이런 크라우치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든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바로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난 ‘포퓰리즘의 부상’이었다. 포퓰리즘의 전제는 ‘어떤 제도권 정치인도, 우리의 절박한 처지를 아무리 호소해도 제대로 살펴봐 주지 않는다’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실제로 이로운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무력함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미국과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에서 잡히고 있는 확진자와 사망자의 거대한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포퓰리스트 정부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자국민들을 보호하는데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구성원들의 보호’와 관련해 △민주적 국가에서 포퓰리스트 정부의 무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정부 내에서 포퓰리즘의 영향이 적었던 민주국가일수록 대체로 더 나은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의 K-방역 모델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보여준 효율적 대응능력’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위기 상황시 구성원들의 보호에 있어 정치단위가 작아질 때 보다 효율적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으며, 더 나아가 ‘구성원의 보호’는 구호가 아니라 정치공동체 내에서 촘촘한 정치력과 행정력이 갖추어질 때 가능한 것임도 알려줬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보여준 위기 대처 능력은, 주민자치가 이런 정치적 이론의 재구성에 있어 핵심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만권 교수는 "‘주민자치’가 국가 없는 위기 시대에 보호망을 짓는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행위를 인물 중심으로 이해하는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벤자민 바버(Benjamin Barber)의 ‘강한 민주주의’(Strong Democracy)를 제시했다. 

그는 "강한 민주주의가 국가적 차원의 시민권뿐 아니라 지방자치 수준의 시민권을 동시에 강조한다. 아울러 문제해결을 위한 공공토론의 실질적 확대, 시민들의 법률 제안권, 선출직 대표자들과의 정기적 토론회 등 집담(talk) 중심의 민주주의를 제시한다"라며 "이 ‘집담’ 형식의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공적 영역에 입장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기회를 줄 것이며, 이는 주민자치 없이는 불가능하고 민주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만권 교수의 발제에 대해 장은주 영산대 교수는 "우리의 현실과 관련해 논의가 좀 더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지방자치'가 그 자체로 '주민자치'가 아니며 특히 우리의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한 맥락에 놓여 있다"라며 "바버의 '집담' 민주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제시했다.

박문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은 "발표자의 문제의식과 논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고 운을 뗀 뒤 "집단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보조성', 사회적 약자의 이익까지도 포괄하는 '공공선' 그리고 인간존엄성에 기초한 '연대'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환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은 "'민주'와 '공화'의 병행을 K-방역의 성공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제에서 현 시대를 '국가 없는 위기시대'로 진단했는데 코로나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국가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끝으로 류제동 성균관대 교수는 "발제자가 초국적 기업의 역할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조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초국적 기업과 국제기구, 지방자치의 관계가 상호보완적일 수도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정기호 기자

김윤미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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