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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위한 봉사로 제2의 삶을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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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위한 봉사로 제2의 삶을 일굽니다”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11.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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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전라북도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뛰는 주역들
김교부 전북 주민자치협의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꼭 이뤄야 하는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 곳곳,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人터뷰’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일구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라북도는 예로부터 김제평야 같은 기름진 농토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중추 역할을 담당하며 고려청자, 판소리, 가사문화 등 화려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 소외와 인구 감소의 아픔을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전주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과 새만금을 활용한 신산업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주민자치도 더디지만 한 걸음씩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2014년 전라북도 주민자치회가 발족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원로회의와 여성회의가 잇달아 창립하면서 주민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라북도 주민자치 실질화에 매진하고 있는 주역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올해 코로나19로 전국 주민자치 현장이 멈춰 섰다. 주민자치센터는 문을 닫았고 사업을 논의할 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주민자치위원이라면 누구나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김교부(68) 전라북도 주민자치협의회장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취임 1년 만에 군산・김제・무주・진안의 협의회 결성을 이끌어 냄으로써 도내 14개 시・군 주민자치협의회 구성을 완료하고 후속 조직 정비를 추진하려던 차였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아직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읍・면・동이 적지 않습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설이고, 주민자치위원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주민자치’라고 하면 행정기관에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일이라고 여겨 견제하는 공무원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14개 시・군 주민자치협의회 구성을 완료해 전북 주민자치가 한 단계 발전할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는 각 읍・면・동을 찾아다니며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려 했는데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김교부 회장은 2017년 1월 출범한 제6기 수성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처음 주민자치에 발을 들였다. 정읍에서 태어나 지역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그는 통장을 하며 마을과 주민을 살피는 일에 보람을 느껴 주민자치위원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민자치위원은 현장을 뛰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부지런히 마을 곳곳을 살피다보니 첫 해에 수성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2018년 정읍시 주민자치협의회장, 2019년 전라북도 주민자치협의회장에 잇달아 선출됐다. 


“제가 통장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직책을 맡아 이웃돕기, 골목길 확장, 벽화 그리기, 지역 상권 살리기 등 다양한 일을 추진했는데 이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현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전북은 지역이 워낙 넓어 하루에 한두 곳 돌아보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가능한 많은 현장을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 회장은 2018년 수납정리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8주간 이론과 실기 교육을 통해 옷장, 주방, 냉장고 등 집안 곳곳의 정리 노하우를 익히고 시험도 치렀다. 자격증 취득 후 수납정리를 요청하는 세대를 방문해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회장은 “표준화된 정리수납은 공간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줌으로써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보람된 일”이라고 전했다. 


직접 발로 뛰는 봉사를 펼쳐온 김 회장은 2018년 제5회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 회장은 당시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더 봉사하고 사랑받는 주민자치위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올 한해 주민자치센터는 문을 닫았지만 김 회장은 매일같이 주민센터에 들른다. 2016년 문을 연 수성동주민센터는 연면적 596㎡, 지상 2층 규모로 1층에는 수성동주민센터 출장소, 2층에는 체력 단련실과 샤워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정읍시와 LH가 추진하고 있는 ‘수성동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이 완료되는 2022년에는 좀 더 편리한 시설로 주민들을 맞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공사비 184억 원을 투입해 수성동 주민센터와 생활문화시설, 행복주택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성동은 주민이 2만여 명으로 정읍시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또 정읍시청과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 등의 공공기관이 집중되어 있고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 농촌지역이 공존하며 정읍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곳이지요. 예전 수성동 주민센터는 건물이 낡고 장소가 협소한데다 주민들의 소음 민원 제기도 많아 4년 전 지금의 위치에 이전 개관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체력 단련실이 가장 인기가 많아 회원이 300명에 이르고, 농악과 난타 프로그램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민센터는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직접적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산을 이유로 주민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지역이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이 누그러지면 각 읍・면・동을 찾아다니며 주민과 행정기관을 만나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센터 설치를 설득해 나갈 계획입니다.”

주민자치에 매진해 온 지 4년. 김교부 회장은 주민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선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처음 활동을 시작한 2017년에는 위원들조차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고 회의 진행도 어색하고 서툴렀습니다. 이제는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고 세부적인 추진 방안까지 점검할 만큼 역량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재정적 어려움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더 많이 진행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보니 얼마 되지 않는 회의비를 모아 위원회 운영비와 사업 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선 주민자치위원들의 사명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지원과 활성화 방안을 명문화 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꼭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되길 바랍니다.”


주민자치 제도화를 위한 입법과 함께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주민자치가 도입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낮다. 주민들은 자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공무원들은 자치를 번거로운 일이라 여긴다. 공무원뿐 아니라 시의원들도 주민자치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라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마을 일은 우리가 하자’는 주민자치 정신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올해 주민자치 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방역과 봉사활동에 힘쓰고 있는 전북 지역 주민자치위원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남은 임기 동안 전북 주민자치위원들의 힘을 결집해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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