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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경험・역량 토대로 주민자치 발전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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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경험・역량 토대로 주민자치 발전 견인”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11.1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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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전라북도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뛰는 주역들
정원선 한국주민자치원로회의 공동회장 겸 전라권역 원로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꼭 이뤄야 하는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 곳곳,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人터뷰’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일구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라북도는 예로부터 김제평야 같은 기름진 농토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중추 역할을 담당하며 고려청자, 판소리, 가사문화 등 화려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 소외와 인구 감소의 아픔을 겪은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전주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과 새만금을 활용한 신산업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주민자치도 더디지만 한 걸음씩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2014년 전라북도 주민자치회가 발족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원로회의와 여성회의가 잇달아 창립하면서 주민자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라북도 주민자치 실질화에 매진하고 있는 주역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원로(元老).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경륜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존경 받는 어른’으로서의 원로를 찾기 어렵다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창립한 한국주민자치원로회의는 오랜 현장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해나가자는데 뜻을 모은 전직 주민자치위원들의 모임이다. 현직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신해 정치권과 행정기관에 ‘쓴소리’도 하고, 주민자치회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 주민자치 발전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자는 취지에서다. 

2019년 1월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회 주민자치 실질화 토론회에서 원로회의 창립이 결의된 이후 같은 해 4월 한국주민자치원로회의가 공식 창립했다. 이어 8월에 17개 광역시・도 원로회의 창립준비위원장이 위촉됐고 11월에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 올해 1월에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상북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충청북도, 울산광역시, 전라북도 주민자치 원로회의가 잇달아 창립했다. 

길게는 십 수 년 동안 주민자치에 헌신한 쟁쟁한 원로들 중에서도 정원선(56) 회장은 한국주민자치원로회의 공동회장 겸 전라권역 원로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임명 당시 정 회장은 “50대인 제게 큰 역할을 맡기신 것은 주민자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주시를 포함해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주민자치 원로회의 집행부와 조직을 완전히 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북 남원시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전북대학교를 졸업한 후 전주에 터를 잡았다.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키워가던 그는 자연스레 ‘마을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9년 전주시 평화2동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으며 다음해 위원장에 선출됐다. 2012년에는 전주시 주민자치위원회연합회장, 2015년에는 전라북도 주민자치회 공동회장을 맡아 주민자치 활성화에 매진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이 주민센터 프로그램 운영에만 국한되던 관행을 깨기 위해 평화2동 주민자치위원장 재임 당시에는 지역 자생단체 회장 7명과 500만 원씩 출자해 농산물 유통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금의 평화2동은 전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심이지만 당시엔 농사를 짓는 가구가 적지 않았다. 주민들이 생산한 질 좋은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함으로써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 주민자치위원회는 다른 지역 단체들과 달리 자체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습니다. 재정적 여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주민자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부족했던 때였습니다. 위원회가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사회적기업으로 마을기업을 설립한 것이지요. 비록 인근 완주군이 행정기관 주도로 로컬푸드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타격을 받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도 자체 사업을 해볼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는 주민자치위원장은 물론 비전라이온스클럽 회장, 평화2동 마을가꾸기협의회장, 전주 동네기획단 연합회장, 전주 35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연합회장 등 주민과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직책이던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그 중에서도 2010년 정 회장이 초대 발행위원장을 맡은 ‘평화동 마을신문’은 전주시에서도 성공적인 마을 사업 사례로 손꼽힌다. ‘평화동 마을신문’은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이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도내 첫 도시형 마을신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회사원, 주부, 교사, 아파트 관리소장 등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주민 30여 명이 취재 요령부터 기사 작성 방법까지 직접 배워 매달 4페이지 분량의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제작했다. 5년간 ‘평화동 마을신문’ 발행위원장을 맡은 정 회장은 “마을신문은 주민들 간의 소통 창구이자 더욱 살기 좋고 살맛나는 마을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발행위원장으로서 예산 지원이 만료된 후 재정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힘써 이제는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사업’은 ‘주민자치’와 함께 정원선 회장에게 주어진 큰 과업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학으로 학업을 마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간 사업체를 꾸려가기 바쁜 와중에도 ‘희망등대운동본부’ 설립을 제안해 주민들의 후원으로 매년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물론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서 해마다 수학여행 경비를 익명으로 후원했다. 현재는 전주시 35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연합회장으로서 행정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 주민들의 삶을 보듬고 있다. 

“현재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는 주민자치위원장 출신이 8명일 정도로 주민과 마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봉사・복지 사업까지 두루 맡았다면 이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복지 분야를 맡고 있어 주민자치위원회는 나름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해 코로나19로 멈춰선 주민자치 현장으로 화제를 돌렸다. 정 회장은 “원로회의 창립 후 이사회를 열어 각 지역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 올해 들어 모임 한 번 제대로 못했다”며 “협의회장 당시 함께 활동했던 위원장님들과 번개모임 형식으로 가끔 만난다. 다들 원로회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 발전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지만 임기를 마치고 나면 현장과는 단절되다시피 합니다. 전임 위원들을 아우르는 조직이 없을 뿐 아니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로회의는 이러한 전임 위원들의 경험과 지혜를 하나로 모으고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주민자치회법’ 제정에 힘을 보태는 것도 원로회의의 중요 역할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올해 4.15 총선 기간에 정동영 전북 전주병 후보, 최재형 전주을 무소속 후보 등과 진행한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국민 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주민자치회법 입법과 관련 예산 편성 등을 요청하고 “협약을 통해 대한민국과 전주시의 주민자치가 한 단계 도약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고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중심으로 ‘주민자치회법’ 단독 입법 제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현직 위원장들이 앞장서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또한 원로들도 주민자치에 대한 여론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입니다.”

주민들에게는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정 회장은 “최근 신도시가 조성되어 이동이 잦아지면서 마을 일에 관심을 갖는 주민이 줄어 40~50대 참여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오죽하면 인구가 적은 동네의 경우 주민자치위원을 맡아 달라 사정해야 하는 곳도 있다. 주민자치는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인 만큼 스스로 찾아서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주민센터가 문화센터 역할에 그치고 있는데 주민자치 인식 개선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동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지역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원선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앞장서 일하는 주민자치위원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며 “주민자치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스스로 공부하고 알려나간다면 주민들에게 귀감이 되어 조금씩이나마 발전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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