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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마을지킴이 “팬데믹시대, 가족·이웃·마을 보살피는 일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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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마을지킴이 “팬데믹시대, 가족·이웃·마을 보살피는 일 더 중요”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12.1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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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대전광역시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뛰는 주역들
한현희 대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꼭 이뤄야 하는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 곳곳,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人터뷰’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일구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대전광역시는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위치해 중도라고도 불리며, 경부·호남·대진고속도로, 국도 및 철도가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충지다. 아울러 정부제3청사와 주요 공기업이 위치한 행정도시이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과학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광역시에 비해 산업기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인구도 줄고 있어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8년 창립돼 타 광역시도에 비해 늦게 출범했으나 탄탄한 조직구성으로 기초를 단단히 다져왔고 지난해 주민자치원로회의와 여성회의가 결성되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전광역시 주민자치 실질화에 매진하고 있는 주역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한 가지 일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것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의용소방대 30, 상담자원봉사 25, 의회를사랑하는사람들 20, 대전사랑시민협의회 간사 12, 여기에 10여 년에 이르는 주민자치 활동까지.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경력의 주인공은 한현희(68) 대전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이다.

한 번 뜻을 둔 일이라면 좀처럼 중도포기하지 않는 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1987년 남편의 의용소방대 이력서를 접수하러 갔던 한 회장은 여자도 신청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부부가 함께 대원으로 활동하다 남편(대전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장)에 이어 대전서부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에 임명되며 역사상 첫 부부 의용소방대장이 됐다. 또 지역을 넘어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여성회장,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부회장에 잇달아 당선돼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을 이끌어 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화재 예방을 위해 수시로 마을을 둘러보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지원하고, 화재에 취약한 이웃들을 보살피던 한 회장이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터다.

“1986년부터 92년까지 부녀회장을 맡았으니 동네 사정은 훤했죠. 산성동은 도농복합지역으로 중구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면적이 넓고 인구도 가장 많습니다. 그만큼 지역 간 격차가 커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이나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지요. 제가 사업을 접고 조금 여유가 생길 때 즈음 지인들이 동네일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이 되자마자 위원장에 추천됐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던 터라 고사하고 4년간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2015년에는 위원장에 선출됐고 이어 산성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대전시립산성주민복지관장 직책까지 맡았다. 이미 오랜 봉사활동으로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데다 1998년부터 의회 모니터링단체 의회를사랑하는사람들에서 활동한 경력까지 더해져 마을에 어떤 일이 필요한지,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고 사업은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주민복지관장을 맡고 보니 건물이 너무 노후해 주민들이 불편해하더라고요. 그래서 구청과 구의회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예산 25천만 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하고 또 국비를 신청해 조명을 바꾸고 탁구대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보완했습니다. 당시 복지관에 대한 민원도 많았는데 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불평불만 사항을 직접 신고하라고 했어요. 개선할 점은 개선하고 당장 하기 어려운 일은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는 학교 근처에 인도를 설치해 학생들의 보행안전을 개선하고 동물원 가는 길의 위험한 신호체계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보완협력위원장 경험 덕분에 경찰청의 협조를 비교적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필요한 일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여름 폭염에 주민자치센터를 찾는 주민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고, 상담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부가 명절과 연말에 치중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름철 기부행사를 기획하는 식이다. 특히 그가 위원장을 맡은 산성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개최한 기부를 마시다행사는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부를 마시다는 주민들이 1만원을 내고 커피 1잔을 마시면 8000원을 실명으로 기부하는 사업이다. 수익금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는데 사용한다. 주민들은 쉽고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고 마을에선 여름철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한현희 회장은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위원님들과 저희를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행정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위원회와 자치단체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준석 산성동장은 한현희 회장님은 마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단체를 활발하게 이끌어 오셨다현재도 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 고문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써주고 계신데 깊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최근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여성회의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대전시 주민자치여성회의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당시 한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정부 정책이 실질적 주민자치가 아닌 형식적 지방자치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제는 형식적인 틀을 깨야 한다. 모든 행정과 정책이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주민자치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 주민자치위원들이 어머니 리더십을 발휘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현직 주민자치위원회와 원로회의가 역량을 모아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여성회의 출범 이후 각 구 여성회의가 빠르게 조직됐는데 올해 코로나19로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더욱이 최근 일부 지역에서 여성회의나 원로회의 구성을 마뜩치 않아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그분들도 현직을 떠나면 두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신 듯합니다. 대전시 여성회의는 앞으로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입법정책 마련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대전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신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온 한현희 회장. 그는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포스트코로나를 장담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족과 이웃, 마을을 보살피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직접 만날 수는 없더라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위로와 당부를 건넸다.

 

/사진 여수령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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