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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의미와 효과[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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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의미와 효과[기획특집]
  • 심익섭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2.1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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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원안에 포함됐던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삭제돼 별도 법률안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중심으로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되었다가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된 ‘주민자치회법(안)’이 성안되어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정치학 행정학 철학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의미와 기대효과를 분석해 기획특집으로 싣는다.

1. 주민자치회법인가?

지난해 12월 정부(행정안전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자치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지방자치법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받던 단체자치일변도의 허울 좋은 지방자치를, 주인인 풀뿌리가 주도하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한 주민자치중심으로 근본적 변화를 기대했던 주민자치회관련 조항은 추가 논의를 이유로 쏙 빼버린 채 통과되고 말았다. 바야흐로 법을 만드는 국회의 무책임은 물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관료들의 노골적인 주민 따돌리기에 풀뿌리 민초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에 주민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지도 20년이 넘었건만 무늬만 주민자치인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위원회)를 새로운 주민자치회로 바꾸라는 특별법 상의 규정도 무시한 채 정부는 8년째 시범사업만 이어오면서 노골적으로 직무유기를 지속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부안에 담겼던 주민자치회 조항이 너무 열악해 국회에서 삭제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자위도 해보지만 주민관치의 한계를 탈피하고 실질적 주민자치를 하는 것이 정말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본말이 전도된 행안부의 시범실시는 이미 명분을 잃었고 국회 또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 주민자치회 설치 조항을 이런 저런 이유로 삭제하였으니 이제 풀뿌리 주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제발 이 땅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기관중심의 외형적 국가행복’(State Happiness)이 아니라 민초들의 진정한 국민행복’(National Happiness)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주민참여를 통한 좋은 민주주의’(Good Democracy)를 향하여 정치행정을 펼쳐주길 강력히 경고하는 마음으로 새해벽두부터 주민자치회법입법의 화급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2.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주민자치회 관련규정의 한계

2020129일 오랜 시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는 지난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된 이후 1961년부터 30년간 효력 정지기를 거쳐 지방자치 부활을 위한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전부개정으로서 나름대로 구시대적 틀을 넘어 자치분권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주민직접참정제도의 강화

- 국가-지방 간 사무배분에 관한 내용

-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

-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보장

-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 확대 및 지방의회의 책임 강화

- 지방의 국제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내용

- 중앙-지방협력관계 정립

-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도입

- 대도시 특례 근거 규정 마련

이처럼 개정된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그들은만족할지 몰라도 풀뿌리 중심의 자치분권을 열망했던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자치조직권에 대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자치입법권 등에 대한 추가적 조치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이제는 단체자치로부터 주민자치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는 국민적 염원을 철저히 배제하였다는 것이 이번 전부개정의 최대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정부안에서는 주민총회 등 새로운 주민자치회에 관한 규정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주민자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외했다는 비판에서 국회가 자유로울 수 없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안 자체가 주민자치가 아니라 주민관치라는 교묘한 규정들로 채워져 있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풀뿌리 차원의 비판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간 지금이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생각된다. 더 이상 풀뿌리 민주시민을 계몽의 대상쯤으로 보고 관이 일방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주민들의 염원대로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주민자치회에 관한 제도화를 지방자치법이 아닌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여 주민자치를 통한 새로운 한국지방자치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내용과 입법취지

사단법인 한국자치학회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집중 연구하여 제안된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주민자치회법)은 주민자치 선진국 사례분석은 물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민자치의 맥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그 의미와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입법과정에서 한국의 법체계 전반과 타 법률과의 조화 등의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나 전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법률안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비교할 때 주민자치회법()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민자치회법은 주민자치 실현과 자치역량 함양을 위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을 목적으로 함(안 제1)

- 주민자치회 역할은 지역·주민공동체에 이바지하고 지방행정과 협력함(안 제2)

- 주민자치회는 법인으로 함(안 제2)

- 주민자치회는 읍··동회를 기본으로 함(안 제3)

- 지방자치법 상의 구역과 주민등록법 상의 세대주를 회원으로 함(안 제4)

- 주민자치회는 해당 주민의 1/10이상의 발기인으로 창립총회를 거쳐 14일 이내에 시··구의 장에게 설립인가를 받아야 함(안 제5,6)

- 주민자치회는 매년 1회 이상 주민총회 개최(안 제11)

- 주민자치회를 대표하는 회장 1인과 회계·직무를 감사하는 감사 2명을 둠(안 제8~10)

- 주민자치회의 규약에 관한 사항(안 제7)

- 주민자치회는 회비·기부금·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그 목적에 따른 사무와 사업을 위한 재산 및 시설을 보유·운영할 수 있음(안 제13,14)

- 주민자치회는 다른 주민자치회와 연대할 수 있고, ··, ··, 전국 단위의 주민자치회 협의체를 둘 수 있음(안 제16)

주민자치회법의 입법취지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전통이나 지방자치 선진국의 주민자치 윈리를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관에 의한 상의하달식(top-down)이 아니라 풀뿌리로부터의 하의상달식(buttom-up) 주민자치회 구성·운영으로 주민들이 외면하는 관변단체가 아니라 풀뿌리 시민공간으로 스스로의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는 법인격을 갖고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갖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주민자치회는 우리의 전통적인 조선의 향약과 촌계 등으로부터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무엇인지를 분석했고, 주민자치의 결정판이라고 할 대한제국(을미개혁, 1895)향회의 설치 및 운영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설계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단절되었던 우리의 주민자치 전통을 오늘에 다시 부활시킨다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설계된 주민자치회는 기본적으로 국가(지방정부)시장(지역경제)사회(시민사회)’라는 3중구조의 미래지향적 지역거버넌스(Local Governance)의 전형적 모습으로 탄생되는 첨단 조직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주민자치회이나 본질적으로는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지역경제와 자치단체를 네트워킹하며 이끌어가는 로컬거버넌스의 핵심 축이라는 것이다.

 

4. ‘주민자치회법()’의 효과와 전망

현행 헌법 제8장 지방자치에서는 지방자치의 범주를 단체자치 중심으로만 한정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률에서도 지방자치의 목적 자체를 단체자치에 관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내용으로 지방자치가 포장되다 보니, 지방자치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주민자치에 관한 내용이 빠진 채 지금까지 한국지방자치가 운영되어 오는 모순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와 관련된 법령이 산발적으로 여러 법에 나뉘어 규정되는 것보다는 통합되어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체자치를 넘어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주민자치회 입법화가 무산된 지방자치법 개정이었다면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제는 주민자치회법을 지방자치법과 병렬적으로 등장시키는 것이 현실적이고도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차후 헌법 개정 시 지방자치의 개념규정 또한 주민자치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순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주민자치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의 주요 의미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주민자치회법으로 지역주민들의 향토애’(Heimatsinn) 고취

- 주민자치 활성화와 주민참여 강화로 풀뿌리민주주의 달성

- 주민의 화합과 마을공동체의 형성

- 주민총회의 정기적 개최로 직접민주주의 학습

- ··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동장과의 협의

- 풀뿌리 차원의 민주시민교육’(정치교육 Politische Bildung)의 장()

-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 지역사회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

- 기타 관계 법령 또는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들

해방이 된지 76년이 되었으나 우리의 지방행정체제는 일제의 식민지제도를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넘었음에도 정치인과 관료들이 앞장서서 주민의 자율성을 폄훼하는가 하면, 국회에서 스스로 입법한 주민자치회 마저 법을 어기면서까지 시범실시를 핑계로 무력화시켜 마을의 자치조차 형성되지 못한 채 발전을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민자치는 조선의 향약과 대한제국의 향회 경험을 전통으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마을로 승화시켜 나간다면 충분히 전통적 마을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함께 사는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고 일상의 생활관계를 나의 일로 수용하여 마을공동체를 구가하던 아름다운 주민자치의 전통과 마을자치의 뿌리를 이제라도 제도화 시킨다면 제대로 된 새로운 한국형 지방자치가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5.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시급하다!

그렇게도 좋은 민주주의’(Good Democracy)가 힘든 것인가? 아니 실질적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형식적 제도적 민주주의나마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것이 그렇게 겁이 나는 일인가? 단언컨대 현대의 좋은 민주국가란 정부는 핵심역할만 수행하고 주민의 자율성을 철저히 지켜주는 보장국가(Gewaehrleistungsstaat)’를 의미한다. 한국정치를 빗대어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민주시민 없는 천민민주주의라고 비판 한다지만, 주민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한국지방자치를 보면 풀뿌리민주주의의 공허함에 자괴심마저 든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과 이웃을 위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이러한 주민들의 이타성(利他性)이 확대되고 지속되도록 이제는 입법자가 주민자치회법 제정으로 답해야할 때이다. 주민자치회를 주민들이 스스로 설립하고 자치적으로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뜻과 능력을 바람직하게 결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역경쟁력이요 나아가 국가경쟁력으로 승화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주민을 인격자로 만들고 마을을 공동체로 형성하며 나아가서는 그를 통해 국민이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 힘 있게 협력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물론 제안된 주민자치회법()은 보다 정교한 입법검토를 요구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올바른 방향의 한국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공청회 등을 통해 수정·보완하며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풀뿌리 민초들의 여망을 또다시 무시한다면 한국지방자치 무용론이나 민중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지방자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회법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맞물려 국회가 가장 먼저 시급하게 결단을 내려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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