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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한 행안부 주민자치 컨설팅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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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외면한 행안부 주민자치 컨설팅 사업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1.04.1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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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지원관 대신 주민자치 컨설턴트 배치?
… 지자체 당 520만원으로 컨설팅부터 행사운영까지?
… 주민자치회 직접 지원이 적절

풀뿌리민주주의 근간인 주민자치 관련 정부 당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8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2021년 자치단체에 찾아가는 주민자치 컨설팅 지원 사업(이하 주민자치 컨설팅)’에 대한 용역입찰을 공고한 바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주민자치에 대한 수요 및 관심 증대에 반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자치 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 실행하는데 발생하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기관(업체)에 주민자치 컨설팅 지원 사업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주민자치 정책 활성화 및 역량을 제고한다는 게 행안부의 복안이다.

물론 명목상 의도는 좋지만 행안부가 제시하는 실제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행안부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시도 및 시군구 자치단체 25개를 선정해 각 지자체 현황 분석 및 조직, 인력, 사업, 예산, 거버넌스 체계 방향 제시, 민관교육 및 협업 등에 대한 주민자치 컨설팅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뜻 보면 구체적 사항이 열거돼 있지만 주민자치 현장의 시급한 당면 과제나 현실적 이슈 보다는 지자체의 주민자치 운영 시스템과 관료 조직의 주민자치에 대한 행정적 입장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 일선에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살피고 들여다보려는 관심과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주민자치 컨설팅 수행을 위임 받은 민간기관에서는 7년 이상 경력의 전담 컨설턴트(일반 컨설턴트는 3년 이상 경력)단을 구성해 컨설턴트 1명 당 1개 자치구를 전담, 25명의 컨설턴트가 5(전담 3회 및 선택 2)에 걸쳐 25개 자치구의 컨설팅을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 관련 이론(연구 논문, 보고서 등)과 풍부한 실무 경험까지 겸비한 베테랑 컨설턴트 25명을 동시에 선정하는 것은 전문인력이 부족한 주민자치 분야 특성상 인력 풀(pool) 가동에 한계가 존재한다. 해당 지자체 내 지역 컨설턴트 활용을 권장하는 조항 역시 문제다. 물론 자신이 속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컨설팅 진행에 장점도 있지만 지자체에 대한 전반적 분석에서부터 객관성을 잃고 형식적 컨설팅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을 대신해 시민운동가 출신의 자치지원관을 배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차라리 주민자치(위원)회에 직접 예산을 지원해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과업 내용도 지적할 사항이다. 컨설턴트단 워크숍을 비롯해 자치단체 워크숍, 광역단위 시군구 집합 컨설팅(최소 2회 이상), 성과보고대회 등 다수의 행사기획부터 홍보, 진행까지 주민자치 컨설팅 지원을 위임 받은 민간기관에서 모두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행사장 구성부터 참석자 관리, 각종 인쇄물 제작에 코로나19 방역 관리 등까지 과업 범위에 포함돼 있다. 13천만 원(부가세 포함)의 사업예산을 25개 자치구로 나누면 각 520만 원 가량인데 이 금액으로 개별 컨설턴트 선정부터 각종 행사를 총괄하기에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엄연한 경쟁입찰인 관계로 입찰에 응시한 민간기관에 대한 80%의 기술평가 외 20%의 가격평가가 과업개요에 명기돼 있어 최종 경쟁입찰가에 따라 사업예산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제반 사항을 감안할 때 제한된 사업예산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며 주민자치 컨설팅 지원을 위임 받을 우수한 역량을 가진 민간기관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실제 사업을 진행한다 해도 실효성 면에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행안부 주민자치 컨설팅 지원 사업은 1차 공고에서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었고, 재입찰을 통해 좋은동네연구소협동조합이 개찰 수위에 올라 있다.

한편, 관련 사안에 대해 행안부 측에 전화 및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직접 방문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는 원칙적 답변만 받은 상태다.

아무리 의도와 목적이 좋은 사업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주민자치 분야의 경우 행정 당국과 관료에 의한 관치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반영하지 않는다면 주민자치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주민관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민자치 교육은 현장 위주의 실효성이 우선돼야 한다. 사진은 지난 12일 횡성군청에서 열린 주민자치 역량 강화 교육 현장.
주민자치 교육은 현장 위주의 실효성이 우선돼야 한다. 사진은 지난 12일 횡성군청에서 열린 주민자치 역량 강화 교육 현장.

행안부 차원에서 지자체에게 주민자치 정책을 컨설팅해 주는 것 보다 각 자치단체와 현재 존립해 있는 주민자치회와의 유기적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성장해 나가는 진정한 주민자치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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