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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촌계, 기층민의 사회의식 성장과 끊임없는 저항 통해 자치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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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촌계, 기층민의 사회의식 성장과 끊임없는 저항 통해 자치성 확보”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1.05.1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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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2회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 개최...박경하 교수, 읍면동 주민자치 차원에서 향약 분석

조선시대 양반들의 기층민 지배도구로 주로 활용된 향약이 조선후기로 가면서 현대적 의미의 주민자치 조직으로 기능했다는 연구 발표가 나왔다.

8일 오후 2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의실에서 제2회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풀뿌리민주주의 기초단위인 읍면동 주민자치 실질화에 기반한 민주화 실현을 위해 건국대 시민정치연구소와 읍면동민주화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주최·주관해 4개월 간 격주 토요일 열리는 읍면동 민주화 콜로키움 2번 째 자리였다

이날 콜로키움은 이현출 건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박경하 중앙대 교수가 조선 향약의 전통과 읍면동 주민자치라는 주제로 이날 두 번째 발제를 맡았다. 한종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책임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경하 교수는 발제에서 향약은 자치조직이나 주민자치는 아니다. 중앙에서 지방을 통치하는 도구로 양반들이 지역 상·천민들을 지배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향약에 대해 알고 있던 주민들간 상호부조 전통은 없었나? 아니다. ‘촌계가 있다. 읍면동 주민자치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갑오개혁 이후 국가에서 만든, 국왕이 특명을 내린 향회조규가 있었다고 서두를 꺼냈다.

 

향약, 양반들이 지역 상·천민들을 지배하기 위한 조직...상호부조 전통은 '촌계'서

박 교수는 조선의 특징은 지방자치라 봐도 된다. 지방 통치는 수령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파트너인 양반들과 같이 하는 것이다. 조선은 유교적 이념에 의해 백성들을 교화하는 사상적 통일을 필요로 했고 국왕의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양반 사족들을 통해 향촌자치를 이루려 했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따르면 임진왜란 전인 16~17세기 사족들의 권한이 강해 그만큼 지방에서의 지배력 또한 강력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급격한 사회 변동 속에서 사족들의 권한이 약해지고 중앙정부의 관료인 수령권이 상대적으로 강해졌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전에도 있던 동계(洞契)’촌계(村契)’는 기층민의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변화 되었다. 동계는 워낙 양반을 구성원으로는 하는 상계와 상천민들로 구성된 하계로 나눠져 있었으나 임진왜란 후에는 이 둘을 합한 상하합계의 형태로 진화하였다. 박경하 교수는 이는 전란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재산의 손실로 이웃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기 어려운 형편 속에서 상천을 회유하여 향촌복구에 함께 참여시킬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임란 후 양반들이 상천을 회유시켜 합력(合力)하고자 한다고 해서 반상(班常)간 차별을 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하합계 형태의 동계를 통해 사족은 기층의 민중조직을 포용 흡수해 사족적 신분질서를 재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전통시대의 향약을 흔히 덕업상권(德業相勸), 예속상교(禮俗相交), 과실상규(過失相規), 환난상휼(患難相恤)하는 상호부조적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역사에서는 지배층이 하층민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던 측면이 강하다. 상천민간에 상부상조하는 조직은 30~40호 내의 자연촌락에서 촌계, 동계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호남에서는 주로 촌계라 칭했다라며 촌계 조직에서의 기능은 크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의 마을 굿을 수행하는 제사공동체의 성격, 노동공동체적 기능으로 두레·황두 등의 조직,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생활공동체로서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촌계, 제사-노동-생활공동체적 기능...갑오개혁 후 '향회조규'로 진보

박경하 교수에 따르면, 조선후기의 촌계는 사족의 동계와 지방관에 의한 주현향약 등의 하부조직으로 흡수 편입되기도 하였으나 끊임없이 기층민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그 독자성을 유지해 왔다. 또한 19세기 중후반 촌계에서의 두레조직이 지배층의 수탈에 저항한 농민항쟁의 일부세력으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민의 사회의식의 성장과 함께 끊임없는 저항을 통해 자치성을 확보해 나가는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층민의 조직인 촌계는 지배층의 지배이념사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족의 동계 등에 흡수되는 등 외형적 형태는 변화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용해되거나 분해됨 없이 생활공동체로서의 자생적 필요를 바탕으로 오랜 전통을 유지해 왔다고 발표했다.

조선의 지방자치, 주민자치에서의 획기적 변화는 갑오개혁 이후에 일어났다. 1895년 향회조규와 향약판무규정이 제정됐다. 이에 따르면, 주민의 선거로 향회를 구성하고 사무담당자를 선출하며, 자치사무 담당자 중 유급 직원급료는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선거 시 자격 제한 및 자격 서열 규정에 의하면, 반상의 차별이 없고 부의 정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며 조세체납자는 자격이 제한된다.

박경하 교수는 갑오개혁과 을미년의 <향회조규><향약판무규정>이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향회, 유향소, 향약의 전개과정을 통해 지방자치, 민권 향상을 향한 끈질긴 노력과 희생으로 정립된 것이 반영돼 제도화 된 것이다. 향회제를 폐지하지 않은 것은 면면히 이어 온 향회의 역사성과 기층민의 주민자치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근대적 측면에서는 한계를 가지지만 일정 부분의 자치권 부여, 주민 참여, 국왕의 법률적 승인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전통시대에 있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웃 간에 서로 의지하고 돕는 마을공동체적 생활방식은 정체가 아니라 수많은 자연재해와 지배층의 수탈 속에서 민족적 생명력을 지탱해 주었던 삶의 지혜였다라며 일제의 기본 정책은 우리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마을의 정신적 유대요 기반이었던 마을굿(洞祭)을 낭비며 미신이라 하여 금압하는 등 마을의 단합을 온갖 명목으로 탄압했다. 왕년의 우리 농촌이 수전농업사회에서의 일반적 속성에서 연유하는 상대적 정체성과 폐쇄성을 지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을공동체의 인정과 의리, 협동과 상호부조는 우리가 새롭게 재조명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귀중한 전통 문화유산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마을공동체적 생활방식, 민족적 생명력 지탱하던 삶의 지혜 "발전시켜나가야 할 전통유산"

토론에 나선 한종수 박사는 이제까지 우리 역사는 위로부터의 역사, 왕족과 지배층의 역사, 기록된 역사였다. 문헌, 사료만으로 당시 정치사회를 구성했던 역사는 뭔가 허전하다. 피지배층의 역사는 어디에 존재하고, 기록되지 않았던 역사는 어디에 존재하는지 갈망이 있었다. 답사를 많이 다니고 마을동제에 참석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밤새 흥겨움에 취해 어울리는 어우러짐의 역사라는 걸 느낀다. 이런 속에서 진정한 향촌 사회사를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미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읍면동 주민자치가 조선조 향촌사회사, 마을동제, 촌계의 역사에서 그 의미와 역사성을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전통사회에서는 촌계가 사신-노동-생활공동체로서 기능했고 주민들이 이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3가지가 다 부정되고 있는 상황이라 지난 20년 간 주민자치를 하면서 이 내용을 현 사회에 맞도록 재구성 하지 않으면 전통마저 탄력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같은 기능을 마을 행사-강좌-사업으로 구상해봤는데 이 부분이 예전에 성공했던 요인, 지금 지속될 수 없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시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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