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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층민의 진짜 상부상조’ 촌계가 바로 주민자치...지역 역사․문화 전통 주민자치회가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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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층민의 진짜 상부상조’ 촌계가 바로 주민자치...지역 역사․문화 전통 주민자치회가 되살려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1.06.2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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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촌계'에서 주민자치의 원형을 찾고, 각 지역만의 역사·문화적 전통과 유산을 주민자치를 통해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자치 실질화의 새로운 장을 펼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2분기 정기회의가 18~20일 제주도 펄리플러스호텔에서 열렸다. '주민자치, 유쾌한 반란을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이번 정기회의는 주민자치의 이론적 제고는 물론 현장에서 밀알 같은 도움이 될 실행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정기회의 둘째 날 첫 프로그램은 박경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의 조선후기 주민자치 조직 촌계와 제주도의 향회강의였다.

향촌 전문 연구학자 박경하 교수는 전국에서 오신 분들 앞에 서니 살짝 떨린다(웃음). 그 동안 향약만 연구해왔는데 올해 8월에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중앙회에서 인사동에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7월부터 연구실을 인사동 향촌사회사연구소로 옮기게 된다. 향회 연구를 위해 많은 사료를 수집해야 한다. 앞으로 각 지역의 자료들을 많이 발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박경하 교수는 향약은 향촌규약의 약자로, 국가가 향촌민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서 미풍양속의 전통을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양반들이 하층민을 지배하기 위해 활용했다. 수평적 향회 조직도 있긴 했다. 그게 바로 촌계라며 향약을 30년 이상 연구해보니 대략 4가지 성격으로 분류되는데 사족의 군 단위 향촌지배 도구인 향회향회의 동네 단위인 동계수령의 향촌통치라 할 수 있는 주현향약기층민들의 수평적 향회인 촌계가 그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현향약의 경우 율곡선생의 서원향약이 대표적인데 행정적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다. 관의 도움 없이는 향촌자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만들어 제도는 좋으나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은 말 그대로 지배층의 기록이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목적에 따라 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0퍼센트에 해당되는 민중의 생활사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라며 향약에 대해 10년 공부하니 재미가 없어졌다. 기층민의 상부상조, 협동정신 등 생활사를 공부하고 싶은데 이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다니다보니 일부 나와 있었다. 기층민의 조직 운영은 관습법으로 다 해서 문서화가 안 되어있어 연구하기 힘들었다. 조사, 답사를 다니다보니 호남지역 광주가 향약의 본고장이더라. 근데 오늘날 사람들은 이걸 모른다. 계승할 생각도 안하고... 촌계가 기층민의 진짜 상부상조였고 이게 바로 오늘날의 주민자치다. 지방답사를 계속하면서 촌계 연구를 더 해서 밝혀지지 않은 90% 기층민의 삶을 재조명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의를 이어갔다.

박경하 교수에 따르면 촌계는 동네마다 이름은 다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었고 규모는 10~50호 내외 반촌 대 민촌의 비율은 약 2:8 정도였다. 주요한 기능으로는 동네 대소사를 광장하는 생활공동체 두레로 대표되는 노동공동체 정월대보름에 마을수호신에 제사를 지내는 제사공동체 등이다.

특히 생활공동체기능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환난을 당한 이웃을 동리에서 힘을 모아 도와주고 고아나 노약자를 보호하고 혼기 놓친 노처녀의 혼처 주선까지 다양한 일들을 상부상조 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남을 도울 만할 때 돕지 않고 방관, 남에게 물건 등 꾸어줄 만한데 꾸어주지 않는 자’ ‘힘이 미치는데도 남의 환난을 좌시한 자등에게 중벌이 처해지는 것이다. 선행자에 대한 시상과 함께 상벌의 실시는 촌계의 중요한 기능이었던 것이다.

향회 특히 촌계에 대한 강의와 함께 이날 오후 방문 답사가 예정된 제주도 표선면 성읍마을 향약에 대한 소개도 진행됐다.

박경하 교수는 제주도 향회에 대해 제주도의 마을수호신의 본풀이를 통해 마을의 형성사 및 촌제와 촌계와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가릿당의 향회란 촌계와 같은 제주도 특유의 마을 자치조직을 의미하고, 마을의 책임을 진 기미기찰관은 마을의 방범에 관한 사항을 맡은 마을 소임인 기찰(譏察), ‘조녀란 마을의 일반 서무에 관한 사무를 맡은 소임인 존위(尊位)를 뜻한다라며 “. 본풀이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기록에는 남지 않은 최하층 민중들의 구체적인 공동체적 삶을 매인심방의 입을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에 따르면, 제주도 어촌 1개 리에는 약 60명으로 구성된 그물집3 내지 4개가 있어 리민 각 가호는 거의 이 집()에 소속돼 있다. ()은 어망의 공동제작, 공동어로, 공동분배를 실시하며, ()에는 계장(契長 또는 총장)-공원(公員)-소임의 체계로 임원이 있고 이를 삼집강(三執綱)’이라 부른다.

계속해서 박 교수는 제주도는 촌계를 향회라 부르며 이 향회가 마을수호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한다. 특색은 한 마을에서 두 개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고, 제단 하나는 포제단(酺祭壇)이라 하며 유교식의 이사지신(里社之神)에 대해 제사를 지낸다. 다른 하나는 본향단(本鄕堂)이라 하며 무교식의 본향지신(本鄕之神)을 제사한다. 이 본향신은 유교 전래 이전 마을 형성 때부터 토속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시의 촌제에서는 유교식의 이사신(里社神)이 음사적 요소의 본향당을 없애거나 유교적 표피로 둘러 씌어 하나의 마을수호신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향약에서의 이사와 촌계에서의 본향신을 함께 치제함으로써 지배계층의 유교적 이데올로기와 유교이전부터의 기층민의 토속신앙이 대립갈등 관계가 아니라 조화융합해 나갔던 모습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경하 교수는 한 마을에서 유교적 의례와 토속적 마을 수호신을 함께 치제한다는 것은 지배층의 이념에 용해되지 않는, 즉 기층민의 영향력의 정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지난 30년간의 지역 답사 사진을 보여주며 박 교수는 동네 축제는 전통을 재조명해 주민자치회가 주관해야 하는데 요즘 지역 축제는 다 똑같은 모습이다. 그 지역의 역사적 전통을 살려야 한다. 그 동네 사람을 위한 축제, 정신적 일체감을 얻기 위한 행사로 동네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축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이게 문제다. 그 마을의 정신을 찾아야 한다. 행사로 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또 백제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고대국가를 만들었고 우리가 하던 마을 축제문화도 전파되어 일본 마츠리가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근데 정작 우리는 이 아름다운 전통을 미신이라고 다 없앴다. 정말 이상한 거 아닌가. 선조들의 전통문화로서 재조명하고 살리려는 노력을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해야 한다. 그 동네 사람들의 문화 자치, 경제 자치 이런 것들을 만들어가는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는 게 진짜 자치이고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주민자치를 하셨으면 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에 깔고 하면 오래 갈 수 있고 누구도 반발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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