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18 (수)
"냉정한 분석-객관적 평가 부재 자화자찬의 자리" 서울형 주민자치 쇄신 가능한가?
상태바
"냉정한 분석-객관적 평가 부재 자화자찬의 자리" 서울형 주민자치 쇄신 가능한가?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1.06.26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형 주민자치 5년, 생활자치의 가능성을 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 토론회

'서울형 주민자치 5년'을 평가하는 자리가 잇따라 열린 가운데 엇갈리는 분석과 평가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25일 열린 정책 토론회는 냉철한 비판이 주류를 이뤘던 앞선(7일) 토론회와는 달리 긍정적 평가와 칭찬 일색으로 심한 온도차를 느끼게 했다. 

의제를 제시해 주장을 펼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사 개진으로 협의점을 찾는 게 토론회의 기본 취지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시의회가 주관하고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서울마을자치센터연합이 공동으로 주관한 25일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 토론회는 본질에서 벗어난 채 현황과 현상만을 전달하거나 사례를 발표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 이날 토론회는 시간에 쫓겨 실제적 의견을 나누는 토론 시간이 열리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서울형 주민자치 5, 생활자치의 가능성을 열다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5년 동안 시행된 서울형 주민자치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나 분석 없이 납득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마무리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채유미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서울형 주민자치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방향을 잡는 한편 7일 열렸던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말하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행 5년 평가와 과제토론회 연장선에서 주민자치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취지를 밝히며 중간지원조직은 관치이며,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양적 성장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검토해 생활자치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발전적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당초의 취지처럼 과연 생활자치의 가능성을 열어준 토론회였을까? 몇 가지 쟁점 사안을 정리해 보았다.

사진=서울특별시의회
사진=토론회 포스터

이영기 도봉구마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민자치팀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의의-자치구 실천 경험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이 10여 년간 주민참여 및 혁신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마을공동체와의 융복합 관점에 기반해 만들어졌다고 밝힌데 이어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추진 과정은)마을공동체의 경험적 토대 위에 주민자치회를 내실 있게 가져가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형 주민자치의 출발이 주민이 중심이 된 주민자치가 아니라 시민단체가 대다수인 마을공동체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가 아니다. 행정의 대변자 입장으로 관치를 대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50명으로 확대된 자치위원 정원과 공개추첨 방식의 공정성을 내세워 다양한 주민참여의 장이 마련되었다고 스스로 호평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의 임기가 끝난 후 또다시 공개추첨에 들지 않는다면 주민자치의 연속성과 지속성은 결코 보장될 수 없다. 공개추첨의 불합리성을 인정한 것이라 하겠다.

더불어 이 팀장이 밝힌 87%가 넘는 도봉구의 자치활동 만족도는 조사의 실체와 과정, 표본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신뢰도를 의심하게 한다.

주민자치회 지원체계에 대한 일고를 발표한 김승호 광진구마을자치센터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의 시작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마을계획이었다며 민관 지원체계가 있었기에 일련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기원을 시민단체에서 찾고 있으며, 지원체계에서 언급한 민관기관 역시 시민단체를 뜻하는 것으로, 애초부터 서울형 주민자치에서 주민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배제한 점과 그 존립의 한계점까지 전제하고 있음을 스스로 피력했다.

특히 주민자치회 지원의 핵심이 동자치지원관이라고 못 박으며 주민자치회를 거수기로 만드는 동자치지원관의 행태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영기 팀장과 김승호 센터장 모두 시민단체 입장에서 주민자치와 주민자치회를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눈여겨 볼만한 의견들도 있었다.

김기민 성북구 성북동 주민자치회 간사는 청년활동의 장으로서 주민자치회 참여의 다양성을 제고시키자는 의견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했으며, 청년층의 주민자치회 참여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 및 정책, 전략 및 사업 등을 제안해 이목을 모았다.

임혜정 도봉구 방학2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은 주민자치회 내적 성장을 위한 제언에서 주민의 주민자치 이해도가 높아지는 반면 행정의 이해도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더불어 주민자치회 분과 재구성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시켰다고 일련의 성과를 제시하며 공개추첨 방식으로 아무나가 아닌 누구나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정되는 과정의 주민자치회가 흔들림 없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사무국 설치라고 주장했다. 임 사무국장의 말처럼 인력과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을 갖춘 주민자치회 사무국은 동자치지원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으리라 보여 진다.

이 밖에 김주옥 강북구 인수동 주민자치회 회장의 동 단위 안전망구축과 주민자치회’, 변이영 노원구 상계9동 주민자치회 간사의 지역사회 민주주의 성장의 기반으로서 주민자치회두 가지 주제 발표는 해당 동 사례 발표에 그쳤다. 그리고 오세범 동작구 사당2동 주민자치회 회장의 주민자치 법제화의 내용과 과제는 세밀하고 전문적인 법안 분석 보다는 단순한 법률 정보 제공 수준이었으며 그마저도 시간에 쫓겨 발표를 채 마치지도 못했다.

비난을 위한 일방적 비판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자치라는 시대적 당면 과제를 놓고 객관적 분석과 평가도, 지향할 만한 의제도, 그렇다고 이론적 논리도, 발전적 토의도 없다면 개회사에서 누군가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것처럼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는형식적 토론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서울특별시의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