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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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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다시 생각한다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1.08.1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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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누군가에게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체력단련과 여가생활, 취미활동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공공 문화센터’, 누군가에게는 ‘갈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어디 붙어있는지도 알 수 없는 ‘아웃 오브 안중’의 공간. 예전엔 동회, 동사무소로 불리다 ‘주민센터’라는 명칭을 거쳐 이제는 ‘주민자치센터’로 불리고 있는 그곳이다. 전국 ‘주민자치센터’의 공통점이라면 강습, 강좌, 교실 등의 이름이 붙은 주민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들이 최근 다중적 압박(?)을 받고 있다.
2000년 처음 설치된 이래 본격화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운영은 그 동안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여가·취미강좌에 치우쳐 전문성·다양성·지역특성 부족, 특히 공동체형성·지역문제해결 등 풀뿌리민주주의·주민자치·지역발전 기여 미흡 등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엄청난 팬데믹 상황의 도래라는 전대미문의 복병까지 나타났다. 프로그램의 ‘품질’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강좌 축소·중단·폐강 등으로 센터 운영 자체가 매우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팬데믹의 상황은 영원하지 않다. 물론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겠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센터의 차이점은? 포털사이트에서 주민센터로 검색하면 메인화면에 뜨는 어느 네티즌의 5년 전 질문이다. 이에 대한 행정안전부(당시는 행정자치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주민센터는 2007년 기존 동사무소의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하부행정기관으로서 지방행정 시책 전달, 주민과 밀착된 현장위주의 생활행정 등 종합행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민자치센터는 읍면사무소 및 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주민들의 자치활동 공간 또는 프로그램을 총칭하는 것으로 2000년 첫 개설 이후 현재 전국 지자체에 2800여개가 운영 중이며,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편익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주민자치활동, 주민자치회, 문화·복지·편익시설 등도 핵심 키워드이지만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등장하는 만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2016년에 작성된 위 답변에 따르면 전국의 주민자치단체는 2800여개가 운영 중이었지만 이듬해인 20174월 공개된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그 숫자는 3503개에 이른다(201612월말 기준). 프로그램 수는 총 39641개로 4만개에 육박한다. 흥미로운 것은 프로그램의 분야별 현황이다. ‘문화여가64%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시민교육(17%), 지역복지(7%)가 뒤를 잇는다. 지역사회진흥(4%), 주민자치(4%), 주민편익(3%), 기타(1%)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3년 후인 2019년의 통계를 통해 변화된 부분을 짚어보자. 읍면동 통폐합의 영향이 반영되어서인지 주민자치센터 수는 3491개로 약간 줄었다. 반면 프로그램 수는 45038개로 12% 가량 큰 폭으로 늘었다. 이 증가분의 대부분은 문화여가몫이다. 3년 전에 비해 20% 이상 껑충 상승했기 떄문이다. 전체의 64%를 차지했던 비중도 72%로 더욱 커졌다. 시민교육, 지역복지, 주민자치, 지역사회진흥, 주민편익, 기타 프로그램은 모두 숫자도 줄고 비중도 작아졌다. ‘취미·여가 프로그램 편중이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문화여가 프로그램 편중...‘천편일률서 벗어나 지역·주민자치·공동체강화로

전은경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주민자치센터의 의의에 대해 주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근거리 학습장 공공성·비영리성 지역특화된 교육기능 수행 가능 복합공간(도서관+행정복지센터+커뮤니티공간)의 특성을 꼽으며 가장 소중한 학습공간임에도 방치된 교육의 장이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주민자치센터의 교육 현실은 지나치게 여가·취미 중심이며, 풀뿌리민주주의 학습, 공동체 형성, 지역문제 해결 등에 있어 지역 발전에 기여가 미흡하다. 또 센터 운영의 체계성과 전문성 부족, 운영 인력의 부재(전담인력 부재, 자원봉사 중심), 명목상 운영주체인 주민자치(위원)회의 제한된 권한·기능(의결 아닌 심의 수행)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짚었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도 주민자치센터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애초 지역에 관해 종합적·주민회적·자치적 기능과 지위를 가진 주민자치센터로 설계되었다가 교육기관으로 바뀌었는데 자치기구 뿐 아니라 교육기구로도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또 제기되는 점이 운영주체인 주민자치(위원)회가 프로그램 결정권한이 없이 심의기능만 갖고 있는 것이다. 전 회장은 애초 기획대로 주민자치위원장이 주민자치센터장을 맡도록 했다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주민이 주인 되어 잘 하든 못하든 실수와 경험 축적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교사화, 마을의 학교화, 생활의 교육화를 힘주어 말했다.

구조적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경비는 수익자 부담원칙이며, 수강료 상한선이 조례로 규정되어 있어 수강료를 걷을 수 있는 프로그램(sellable program)’ 중으로 기획·된다. 수강료 상한선으로 인해 낮은 강사료로 교육 가능한 강좌만 개설되고 이는 주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부재로 이어진다.

또 평일 낮 시간에 주로 운영하다보니 주부·노인·아동 등으로 이용자가 제한되고 건강·취미·문화 프로그램 중심으로 기획이 된다. 여기에 앞서 지적된 교육전문가 부재 상황으로 프로그램 개발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 때문에 주민자치센터 정체성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어려워진다.

원인과 결과는 있지만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식으로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소중한 교육공간이 비효율적 운영으로 의미 있는 주민자치·마을학습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셈이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의 개선방향에 대해 전은경 교수는 교육 공간으로서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인식 제고와 기능 정립 주민자치센터와 평생학습분야의 협업 개인소비형 교육에서 공동체로의 발전 지역 과제의 평생교육 프로그램화 가르치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가르치기 등을 꼽았다.

전 교수는 운영 조례, 원칙은 제시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센터 운영 매뉴얼, 지침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을 견인할 철학, 방향성, 목표가 부재함은 말할 것도 없다. , 주민자치력, 마을공동체성, 지역정체성, 민주시민성 함양 등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그 지역의 현안,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도 교육프로그램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마을행사 참여를 통해 배우는 협업과 협동, 공동체성 같이 주입식 강의가 아닌 참여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과정도 기획해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역특성화교육, 지역소통프로그램 우수사례로 꼽히는 서울 신촌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신촌학 과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10년 간 꾸준히 지속된 이 과정은 지역에 대해 배우고 고민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으로 공통체의식-네트워크 형성, 주민 화합, 마을 발전전략 모색 등을 목적으로 한 다채로운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었다.

 

포스트 팬데믹’‘위드 코로나시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의 뉴노멀은?

 

지난해 코르나19’ 1, 2차로 확산되었을 때 특히 대면이 중심이 되는 주민자치활동은 올스톱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뭔가 일이 되는데...’라는 인식이 변화되기는 쉽지 않았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소위 3대 인기강좌라 할 수 있는 요가’‘노래교실’‘헬스모두 현장에 나와 배우고 신체를 써서 움직여야만 하는 강습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프로그램들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워 한동안 주민자치센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3차 대유행이후 꽉 잠긴 센터의 빗장이 풀리고 교육도 재개되기 시작해 ‘4차 대유행이 왔지만 일부 강좌들은 소수인원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인해 전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확산에 따른 언택트(Untact)' 더 나아가 온택트(Ontact)'가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질서(뉴 노멀, New Normal)도 만들어지고 있다. 주민자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센터 프로그램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 ‘사회적 거리를 확보한 대면교육과 함께 비대면교육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교육 플랫폼이 구축되고 앱을 통한 교육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서초구는 내 손안에 자치회관이라는 이름으로 100여개의 온라인프로그램 운영, 온라인 수업장비 지원, 1인 방송미디어룸 구축 등을 진행했다. 동탄7동 주민자치회는 건강, 미술, 악기연주, 공예 등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으로 실시했다. 전국의 많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들이 비대면방식으로 속속 전환됐다. 수강생들이 펼치는 공연 한마당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주민자치센터의 온라인 강의시스템 및 플랫폼 구축,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학습자의 디지털교육 환경 구축 또한 중요해졌다.

반면 문제점도 더 드러났다. 팬데믹 이전에도 주민자치센터의 규모와 질에서의 지역별 편차, 이로 인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편차가 지적되었는데, 팬데믹 이후 온택트시대에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어 그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대책과 개선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주민자치센터는 성장과 학습의 공간이다. 주민들이 서로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웃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공통적으로 직면한 지역의 현안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의 대표이자 대변자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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