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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총회, 진정한 ‘주민자치의 꽃’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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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총회, 진정한 ‘주민자치의 꽃’ 될 수 있나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1.08.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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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주민자치회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권한·위상은 부족...현장의 열정으로 대신

주민총회는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관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 말 그대로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일선 시군구에서는 시범실시가 공식적인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에 시범실시 되던 읍면동 주민자치회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명확한 분석 없이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지방자치단체가 다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우선주의에 휘몰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아울러 매년 6,7월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주민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주민자치의 꽃’ 혹은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관’으로 불리는 주민총회가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점검한다.

최고의결기관으로서 주민총회, 과연 주민자치의 꽃인가?

 

명확히 선을 긋자면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행정안전부의 의무이지 시군구 지자체의 의무가 아니다. 한편, 주민자치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한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일각에서 내놓는 우려와 달리 전국 읍면동 주민자치회에서는 주민자치의 꽃이라 불리는 주민총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6월부터 7월까지 약 230개 동에서 주민총회가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총회가 무엇인가? 행정안전부 표준 조례에서는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2

3. 주민총회란 제7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하여 주민자치 활동과 계획 등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공론장을 말한다.

-

7(위원의 자격)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제9조에 따른 추천 또는 공개 모집한 날 현재 만 19세 이상의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 중 어느 하나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이하 생략)

1. 해당 읍면동(또는 동, 읍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2, 해당 읍면동(또는 동, 읍면)에 사업장 주소를 두고 있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람

3. 해당 읍면동(또는 동, 읍면)에 소재한 각급 학교, 기관, 단체의 임직원

(이하 생략)

 

9(위원의 선정)

주민자치회 위원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공개추첨으로 선정한다.(이하 생략)

1. 공개모집에 신청하고 주민자치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

2. 당해 읍면동 소재 각급 학교, 기관, 단체 및 기타 읍면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민공동조직 등에서 추천받아 주민자치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

1항 각 호의 주민자치교육과정 이수는 시장(또는 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주민자치활동에 관한 기본교육과정을 최소 6시간 이상 사전 이수한 것을 의미한다.

 

-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표준()> 중 발췌

 

행안부 표준 조례에 의하면 공개모집에 신청해 시군구장이 인정한 6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공개추첨에 선정된 주민자치 위원만이 주민총회 참여가 가능하다. 해당 읍면동의 모든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고 이들이 주민총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민총회의 결정 과정에서도 상정된 안건에 대해 참석 주민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고만 제14조의2(주민총회) 2항에 명시하고 있다. 총회를 진행하고 안건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 정족수에는 회의를 열고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정족수와 의결을 유효하게 성립시키는데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있어야 하는데, 행안부 표준 조례상의 주민총회에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현재 읍면동 주민자치회별로 자체 세칙에 의거해 정족수를 정할 수 있다).

주민총회의 법제적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민자치기본법>에서도 이미 불거진 바 있다.

지난 416일 열린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주민자치기본법안의 쟁점과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자치기본법에서 권한의 주체는 주민총회이고 권한의 실행은 주민자치회에 두고 있다. 주민총회는 지역 현안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이 있고,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한 집행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쟁점과 의미를 살펴보면 우선 주민을 주민자치회 구성원으로 보되 주민 중 추첨을 통해 위원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주지할 사실은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례와 자치규약으로 주민의 자격 및 권한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주민총회 참여에 대한 성립 요건을 위해 주민자치회는 참여할 수 있으나 주민총회에 참여에는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주민자치회의 회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합당한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와의 관계 설정을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주민자치기본법에서 모호하게 명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주민자치란 주민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 가는 직접 민주주의의 발현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단체자치를 보완하는 방식에 의거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총회에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주민의 의견을 결집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는 지역의 모든 주민을 회원으로 한 주민자치회원 총회가 최고의결기구가 되어야 한다.

좀 더 상세하게 기술하면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구는 주민자치회원 총회가 되어야 하고 주민자치회의 규약을 주민자치회원 총회에서 제·개정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자치회의 대표와 감사, 임원을 주민에 의해 주민자치회원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는 동시에 주민자치회의 조직·임무·인력 등을 주민이 주민자치회원 총회에서 설치 및 변경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민총회에는 이러한 권한이 모두 부재되어 있는 현실이다.

행정과 제도가 현장 열정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

 

현재 주민총회에서는 주민자치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상정해 결정하고 있다. 안건으로는 주민자치회 활동평가, 읍면동 행정사무에 대한 의견제시, 읍면동의 다음연도 자치(마을)계획안, 읍면동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편성안, 기타 지역현안, 주민자치, 민관협력 등에 관한 사항의 보고와 결정 등이다.

하지만 주로 상정되는 안건은 자체적인 활동평가 및 다음연도 주민자치회 사업계획, 주민자치회 운영에 있어 재정적으로 필수적인 주민참여예산 편성안, 동 단위 계획형 시민참여 예산사업 분과별 실행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주민자치회 사업은 각 동의 환경과 특수성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주로 근린환경 개선, 주민참여 봉사활동,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주민 소통 확대, 소외 이웃 돌봄 등으로 한정된다.

차년도 자치(마을)계획안의 경우는 인력이나 조직, 역량 측면에서 주민자치회가 추진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는 사안이고, 행정사무에 대한 의견제시나 민관협력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6월 취재를 위해 방문한 도봉구와 은평구 일부 동 주민총회 현장의 열기는 예상 외로 뜨거웠다. 코로나19의 심각성(방문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전)을 감안해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는 와중에도 평균 50~70명의 주민자치위원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공통점은 유튜브나 줌 프로그램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로 주민총회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국의 읍면동 주민총회 대다수가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맞춰 온라인 주민총회를 열고 있다. 주민의 호응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봉구 쌍문4동 주민자치회는 2022년 마을의제로 독거 어르신 음식나눔과 마을 돌봄 및 마을환경을 개선하는 이웃 변화의 시작 돌봄’ ‘나눔’, 주민이 참여하는 숲 체험 활동인 우리 동네 푸른숲 & 사계절 체험학습, 올바른 재활용을 위해 자원순환 가게를 활용하는 함께 지키는 환경, 함께 나누는 자연순환 등을 주민총회에 상정했다.

은평구 구산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에서 지역 미용실과의 협약 추진을 통해 취약계층 대상으로 이·미용 쿠폰을 발행하는 시원 싹뚝, 다문화 가정 영유아 자녀 대상 독후활동 지도 프로그램 책읽기 어렵지 않아요, 60대 이상 어르신 모델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60+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등을 상정했다.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자치회는 내년도 동 단위 계획형 시민참여예산사업 실행의제로 신나는 바른자세만들기 힐링벽화 그리기 여의도 주민을 위한 작은 문화교실, 뉴노멀시대의 청소년미디어 등을 주민총회에서 논의했다.

주지할 점은 주민자치위원이 자신들의 힘으로 발굴한 마을의제를 직접 상정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숙의, 결정하면서 상당한 성취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민총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과정 자체에서 얻게 되는 시행착오 등 가치 있는 경험이 주민자치 실질화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주민자치위원 역량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특성 및 주민자치회 정체성 구축은 주민자치위원들의 몫

 

73일 소규모 대면 및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제2회 여의동 온라인 주민총회를 개최한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장(서울특별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주민총회는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을 일일이 챙기고 준비해야 하는 큰 행사다. 현재로서는 동 자치지원관 등 중간지원조직의 지원과 도움도 일정 부분에서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에서는 일괄적이고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나 제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포스터나 리플릿 같은 주민총회 홍보물 제작이 그렇다. 하지만 해당 동의 지역적 특성과 주민자치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은 주민자치위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주민총회 개최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 형식으로 주민총회를 열었는데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주민총회를 제대로 개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그만큼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책임도 커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주민총회라는 대표적인 주민자치 현장은 뜨겁고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행정과 제도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민자치위원의 열정이 메우고 있는 현실이나 다름없다. 주민총회가 진정한 주민자치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안과 더불어 행정의 간섭 없는 지원 역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사진 문효근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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