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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대응, 정부만으로 충분한가? 주민자치가 제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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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대응, 정부만으로 충분한가? 주민자치가 제역할 해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1.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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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발제] 3) 위험사회 재난대처에 있어 국가의 일과 주민의 역할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 세 번째 발제는 안효성 대구대 교수의 위험사회 재난대처에 있어 국가의 일과 주민의 역할로 지정토론에 채진원 교수가 참여했다.

안효성 교수는 발제 서두에서 군중 밀집 자체가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조건일 수는 있겠다. 군중 밀집의 위험을 조기 감지하고 적절하게 상황을 판단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위해야 할 책임은 당국에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과 경찰, 공직자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에서 정부는 대비와 대응 모두에서 실패했다. 158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한 후 현장상황은 소방당국에서부터 전파되어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 행정안전부, 대통령실까지 전달되었지만, 전달의 과정도 느렸고 책임자의 지시와 지휘도 더뎠고 부적절했다. 이것이 관재(官災)‟가 아니라면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로크의 통치론에 담긴 사회계약설에 따르면 자연상태의 인간들이 계약에 의해 성립시킨 정부의 주된 기능은 인간의 자연권에 해당하는 소유권, 재산의 보존이다. 로크에 따르면 소유권은 시민사회의 산물이 아니라 시민사회에 선행하는 것이므로 정부에 의해서도 박탈될 수 없다. 또한 그의 논의에서 재산은 협의로는 물질적 재화를 뜻하지만, 광의로는 생명, 자유, 재산을 총괄한다. 로크에 따르면, 인간은 재산과 권리의 향유에 있어 안전과 확실성의 결여라는, 자연상태에서 겪게 되는 폐단을 제거하기 위한 필요에서 사회계약을 통한 시민사회를 출현시켰다라며 로크에 의하면, 사회계약은 가능한 최대의 자연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도입되었고, 그 계약의 결과로 사람들은 자연법을 집행할 수 있는 권리망을 양도할 뿐이지, 그 외의 다른 모든 권리들은 자연상태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보유한다. 정부의 권력은 제한적이며 인민의 동의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계약은 자유로운 개인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것이지 통치자와 피치자 간에 체결되는 것이 아니다. 통치자에게는 단지 신탁된 권력만이 주어지며 그 권력은 오로지 공동체의 선(공공의 선)을 위해서만 행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통치자가 피치자의 이익을 위해 신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인민의 저항은 정당화되며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소개하며 다른 이도 아닌,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선구적 인물로 추앙 받는 존 로크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와 할 일, 그리고 권력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생명안전 지키는 게 국가의 가장 기초적 존립 목적

그는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존립 목적이다. 인간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 관리와 윤리 준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할 것이며, 정부기관은 대규모 재난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 내에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재난의 특성과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고, 행정안전부가 재난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발제에 따르면, 울리히 벡은 위험의 사회적 분배에 대한 균형성의 필요와 위험의 사회적 분배를 위한 정부 역할의 필수성을 주장한다. ‘위험사회에서 위험에 대한 정의와 범위는 다양하며 현대사회에서는 위험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고, 위험에 대한 예방과 대응, 복구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안 교수는 짚었다.

위험관리단계와 정부의 역할을 보면, 재난 발생 이전 단계인 예방적 차원과 재난 발생 이후 단계인 대응적 차원, 복구적 차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예방적 차원에서의 정부 역할은 재난을 예방하고 심각성을 최소화하며 효과적인 재난관리 방안 마련, 자연재해나 재난, 위기 상황 등의 위험에 대한 학습을 통해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관련 기관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원활한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위험에 대비한 거버넌스 구축의 중심자 역할을 하고 다자간 소통과 협력의 조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안효성 교수는 밝혔다. 대응적 차원에서의 정부 역할은 시의적절한 구조 활동과 지원. 적극적 민관 협력을 주도하고, 통합적 위험관리를 위한 전략적 사고와 시스템을 가동하며 위험에 직면한 국민의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다. 또 이에 따른 적합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시기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복구적 차원에서의 정부 역할은 재난의 사후관리.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공공시설물의 유지관리 차원에서의 피해자구호비와 시설복구비 지원. 재해보험 운영 및 보험료 보조, 지급보증 등이다. 정부는 정교하고 효과적인 복구 작업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관련기관 또는 민간 사이의 파트너십과 신뢰를 구축하여 유기적인 협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에 대한 예방대응적 차원이 현대 정부의 역할에서 중요

안효성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과거에는 주로 재난의 사후 복구적 차원(사후적 위험관리)에 집중되었으나 현대에는 점차 예방적, 대응적 차원(사전적 위험관리)이 중요해지고 있다. ‘위험은 결코 개인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험은 많은 경우 공공의 문제에 속한다. 정부는 위험관리에 대한 공공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국가의 존재 이유에 걸맞은 일과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라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예방, 대응, 복구적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위험의 예방과 완화, 대처에 있어 효과적이었는가? 여러 드러난 사실들은 명백히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사회적 안전관리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국가의 무관심과 무능만이 폭로되었을 뿐이다. 아니,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국가는 일거에 무능하고 악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정부만으로 충분한가? 위험사회 안전관리와 재난대처의 핵심주체는 누구인가? 발제자는 이 질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해당 업무의 한 주체는 정부이며, 당장은 정부 역할의 확대와 강화, 정부의 책무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정부는 해당 업무의 한 주체이지 유일한 주체가 아니다. 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며,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한 국민 역시 위험관리의 주체다. 그리고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개별 시민들이 위험관리의 주체로 활동하게 된다라며 현대 사회의 각종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위험관리의 과정 전반에 걸쳐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긴밀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청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위험관리에 있어 민간 당사자의 자발적 해결의 실패, 자발적 문제 해결의 불가능성을 얘기하며 정부의 역량 강화만을 강조하는데 자발적 해결의 불가능 내지 한계는 위험대처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렇다. 협동체계에 의한 자발적 해결이라면 문제는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험 피해는 사회화되는데 위험 대처의 개별화 양상이 확대되지 않도록 위험관리와 관련된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위험 대처의 사회화위험관리의 민주화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민주적인 정책 결정과정의 제도화와 업무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집행, 정부의 책무성 강화, 신뢰 향상을 기해야 하고 일반 국민 내지 시민을 향한 광범위한 정보공유, 안전 관련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참여 보장과 기회의 확대, 소통(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는 도덕적 의무, 사회계약적 의무, 안전 및 안보, 인간 존엄성 존중, 인도적 지원, 적합성과 공정성 등이 근간이 되어야 하며, 위험사회에서의 대응성 제고는 정부의 질, 국가의 질 향상에 비례한다. 결국 문제의 관건은 정치다! 정치의 올바른 작동은 위험사회의 문제 대응을 위한 핵심과제다. 정치가 올바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 국가와 국민은 현저한 위험(재난)에 빠지게 된다. 정치의 올바른 작동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 내에서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 된다라며 정치를 올바르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소위 국가의 삼권인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모든 것을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일의 결정과 집행에 대한 감시와 참여의 방식으로 시민이 적극 관여해야 한다. 만민평등과 주권재민을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는 일정한 결전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최대한 올바르게 작동시키는 가장 검증된 정치 체제다. 국가 안에서 인간이 생명과 재산, 자유를 지키고 안전하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지상의 과제여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의 정당과 의회, 그리고 정부, 나아가 사법부까지 보여주고 있는 작태는 한심할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주민자치, 능동성협력성에서 위험관리의 효용적 가치 커

계속해서 안효성 교수는 이른바 대의민주주의는 절대다수의 주권자 국민을 허울뿐인 나라의 주인으로 전락시킨 채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시킴으로써 정치 운영의 과정이 민의와 유리되는 현실을 만들고 또 그것을 효율성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이런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정치적 삶의 주체로 살아가기 어렵고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무리는 배타적 기득권을 누림으로써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그 결과 다수의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환멸을 갖게 되고 사회의 공공성은 점차 심각하게 파괴되어 간다. 그리고 그 최종 사태는 정치의 실종이 된다라며 한나 아렌트는 마을평의회혹은 지역평의회로 운영되는 기초공화국을 주력으로 삼아 지역평의회 기초공화국들의 연방으로 국가를 재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았다. 한국은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있어 중앙정부나 국회와 구분되는 지방 정부와 의회를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읍면동 단위로 구성된 주민자치회와 시군구 단위로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가 존재함에도 그 실질적 지위와 운영이 국가와 정당, 지자체의 간섭이나 지배하에 놓여 있어 관치화 되어 있는 실정이다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결론적으로 자율성, 자발성, 자주성, 평등성, 공공성을 핵심으로 하는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방식을 찾으며, 대책을 세우고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스스로 참여하는 행위이기에 그 능동성과 협력성에서 위험관리의 효용적 가치가 크다라며 ”‘위험 대처의 사회화위험관리의 민주화를 강화하고 시민의 주체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현대 위험사회 재난대처에 있어 주민으로서의 시민의 책임과 역할은 분명하고, 주민자치를 통한 위험관리가 정부의 위험관리와 유기적으로 병존하는 것이 정부 중심 위험관리체계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채진원 교수는 세계화·정보화·후기산업화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전환기적 시대 상황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신뢰사회를 동반하기 때문에 재난문제 해결이 어렵다. 탈신뢰사회란, 단순히 믿지 못하는 사회가 아니라 믿음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를 말한다. , 종전의 과학·지식·전문성··제도·공동체 등 국가의 힘과 권위 및 가치가 점점 의문시되는 사회를 가리킨다라며 한국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식이 커지는 민주화에 더해 이 같은 전환기적 시대상황을 맞고 있다. 공동체가 약해지고 개인이 파편화·유동화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주의와 이익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5(분열·불안·불신·불만·불투명)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상황에서는 집권 세력이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누구든 구조적으로 국정(國政)을 운영하기 힘든 통치불능상태(ungovernability)’에 직면할 수 있다. 자연재해와 인적재난 등에 대응하는 정부와 관주도의 하향식 안전관리체제로는 마을과 동네의 생활안전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관협력 통한 신뢰예방 거버넌스 구축과 주민자치회 중심 안전거버넌스 시스템 도입 필요

채 교수는 정부 불신의 원인은, 단순한 개인 리더십이 아니라 변화한 구조적인 시대상황에 부응하지 못하는 전문가·관료·정부제도 등 낡은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하향적 안전관리체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 제시와 관료주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민관협력을 통한 신뢰/예방 거버넌스 구축과 주민자치회 중심의 안전거버넌스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 관료와 시민의 관계가 새롭게 설정되는 국정 운영의 틀을 짤 필요가 있다. 정부 관료와 시민의 이분법적 구분도 상당히 약해졌다. 따라서 관료와 시민은 리더십과 동시에 팔로어십을 동시에 겸비하지 않으면 국정이 마비되는 상황이 됐다. 그런 만큼 둘 간의 관계가 민·(民官) 협력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겸비와 민·관협력의 제도화를 통해 관료와 시민이 편협하고 부분적인 분파의식(partisanship)에서 벗어나 국가의 주인의식(ownership)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에 대해 결과론적 책임이 아닌 과정론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민관협력, 주민자치회가 있다고 본다.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해당지역의 실정을 잘 알고 있는 주민과 주민자치회는 각종 재난과 재해, 생활안전의 위험요인을 완화하고 대응, 적응,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고유한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중앙조직은 너무 거대하고 위계서열적이다라며 주민과 주민자치회 주도의 재난 대응과 회복력 확보는 안전정책의 수립집행 및 각종 예방활동에서 주민 스스로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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