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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공공서비스 조정 및 공급 플랫폼 역할 바람직”[연구세미나56-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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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공공서비스 조정 및 공급 플랫폼 역할 바람직”[연구세미나56-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3.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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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최흥석 교수 ‘주민자치2.0: 실효적 주민참여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지난한 모색’

주민자치2.0 시대에 공공서비스 조정 및 공급 플랫폼으로서의 주민자치회 역할을 강조하는 발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228주민자치2.0: 실효적 주민참여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지난한 모색을 주제로 제56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창균 한국지방자치연구원장과 조선일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최흥석 교수는 먼저 한국의 주민자치 논의는 크게 보아 주민발안, 주민감사청구,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 주민의 직접민주주의적 참여에 관한 것과 마을 공동체 사업, 주민자치센터 및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등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형 주민참여에 관한 내용으로 전개되어 왔다. 오늘 발제도 거버넌스형 주민참여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당정치 구조와 주민 사이에 주민자치의 공간 좁아

 

최흥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 위주로 구조화되어 상향적 주민자치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매우 빈약하다. 이에 더하여 기초자치단체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정당 공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지방정치인 동원체제 등으로 머신 정치(machine politics)를 닮은 정당정치 구조와 주민 사이에 주민자치의 공간이 좁게 열려 있는 형국이다. 이 좁은 주민자치의 공간을 보다 양질의 공간으로 배양해야 함에도 현재에는 주민자치체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의 제한성(중요한 지방공공재 생산에서 배제), 참여 주민의 제한성, 주민자치체의 구성적 자율성에 대한 제도적 제약(모범조례), ·재정 능력 부족 등의 한계에 처한 상황이라며 주민자치에 관한 논의가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에 관한 논의에 치중되어 것도 문제이다. 주민자치회는 그의 취지와 목표가 주민 삶의 개선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현재의 우리 지방자치가 지닌 여러 제약요소의 한계 속에서 현재의 틀을 유지하는 주민자치회의 성공이 우리나라 주민자치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최 교수는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환경적 조건중앙정부주민시각으로 설명했다. 먼저 중앙정부 시각에서의 주민자치에 대해 발제자는 주민자치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극히 중요한 요소이고, 궁극적으로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중기적으로 주민자치는 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단체자치 위주로 구조화되고, 주민자치의 진전이 대단히 느린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주민자치의 부작용에 대한 제도권 국가권력의 우려 때문일 것이다. 주민자치가 국가의 정책 시행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국가의 적극적인 추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임. 그러나 현 실정은 아마도 주민자치의 강화가 노상 갈등 다원주의(street-fighting pluralism)를 더욱 조장하여 지방공공재를 둘러싼 공공갈등을 더욱 촉발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고, 이러한 중앙정부의 우려가 주민자치의 강화를 주저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국가가 국민의 행태와 무관하게 풀 수 있는 문제의 폭이 감소되고 있다. 즉 많은 국가 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협력과 이해에 크게 좌우됨.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신공공관리 개혁이 관리적 복잡성을 증가시켰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이해수준을 오히려 떨어뜨렸으며 바야흐로 디지털시대의 거버넌스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많은 정보흐름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호응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정책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 반향을 만들고 있다. 많은 정책 문제의 해결에 국민의 이해와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의 협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핵심 공공서비스 정책결정, 주민과 멀어단체자치와 대비주민자치 본래 모습 구축 어려워

계속해서 주민 시각에서의 주민자치에 대해 최흥석 교수는 “90%가 넘는 도시화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환경 등의 영향으로 국민은 더욱 더 원자화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잠행(스텔스)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주민자치를 하기에 대단히 불리한 조건이다. 특히 교육, 보육 및 돌봄, 보건의료 등과 같은 핵심 공공서비스 관련 정책결정이 주민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주민은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정치 참여를 해야 할 유인을 갖기 어렵다라며 결국 주민이 모여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결정할 것도 별로 없고, 결정해도 이를 집행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자치는 자칫 지방의회와 같은 또 하나의 지방정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단체자치와 대비되는 주민자치 본래의 모습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주민자치 발전을 모색해야 할까? 최흥석 교수는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그의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여 주민자치의 발전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최흥석 교수는 지방정부와 주민의 공동생산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동생산은 공동도입(co-commissioning), 공동설계(co-designing), 공동전달(co-delivering), 그리고 공동평가(co-assessing)를 포함한다. , 핵심 지방 공공재(교육, 치안 및 안전, 지역 교통, 조경, 쓰레기 처리 등) 공급에 있어서의 주민 의사 반영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및 구조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주민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라며 점차 더욱 많은 공공재가 행정 외부의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상황인데, 이러한 공공재 공급에 있어 주민자치회의 설계자(arranger)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은 공공재 공급자와 주민 사이에서 권위 있는 조정자/규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공공재 공급에 있어서 주민자치회의 영역, 여타 주민 조직의 영역, 지자체의 영역, 중앙정부의 영역 등에 대한 정리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리와 합의의 결과는 다극적 체제(polycentric system)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재 공급에 있어 주민자치회의 설계자적 역할이 강화돼야

 

이어 최 교수는 주민자치회는 주민 대의수렴이라는 정치적 역할보다는 공공서비스 조정 및 공급 플랫폼이라는 공공서비스 공급 관련 역할을 위주로 하는 조직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공서비스 공급 관련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많은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와 같이 읍··동 수준에서의 행정관리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고, 주민의 지역생활과 연관된 공공서비스의 도입, 설계 및 조정, 생산 등의 과정에 직접적으로 간여함을 의미한다라며 이와 관련해 주민자치 조직 및 추진체계 논의는 주민자치를 통해 무슨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지에 대한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 , 주민자치회 조직이 모든 지역사회(··)에 설립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자치조직의 설치 여부는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가 무엇인지가 많은 주민들에게 명확해진 상태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최흥석 교수는 주민자치회에 기대할 수 있는 정치적 요소가 있다. 현재의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지방의원들이 그토록 바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를 알려준다. 만일 공공재의 공급에 초점을 두고, 비정당적으로 주민자치회를 운영할 수 있다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지방정치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그리고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촉매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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