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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주민자치는 마을의 공공을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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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주민자치는 마을의 공공을 만드는 일"
  • 김석구 기자
  • 승인 2019.10.0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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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한국의 주민자치는 실패했다. 주민자치 제도로는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2015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2018년 시범실시 표준조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자치’라는 명칭과 달리 하나 같이 근본을 결여하고, 주민자치 제도로서 구조적인 모순이나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서 주민자치의 반면교사는 될 수 있으나, 의미 있는 경험을 축적하지는 못했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은 본지 10월 최신호 기고문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전 회장은 "한국의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 경로에 의존하지 말고, 전혀 새로운 경로로 주민자치 제도를 기획해야만 한다"며 "주민자치는 연관된 지역(마을,동네, 근린)의 생활관계(친목, 민원, 사업)들을 지역의 주민(거주민, 사업주, 출향인)들이 자치(자발적, 자주적, 자율적)하는 과정(투입 → 계획·실행·평가 →산출)과 체계(조직, 절차, 자원)를 주민자치(근린자치,마을자치)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고문에 따르면 주민자치 형식 중 자치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통제해 주민자치와 단체자치를 굳이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없는 형식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주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시·군·구장에 의해 장이 임명되는읍·면·동이라는 행정 계층이 있는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서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분리해 운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민자치회라는 형식으로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모색해야하는 한계가 있다. 향후에는 자치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통제해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야 주민자치가 실질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고문은 지적했다.

기고문은 주민자치회법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고문은 "주민자치회가 자치회 구역에서 주민들이 생활관계를 경영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에 분권하는 것이 필요조건이 된다. 주민자치에서는 분권이 매우 중요하지만, 분권보다도 주민의 자치를 억압·간섭·지배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주민자치회는 ‘정해진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것을 ‘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분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중심주의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행정만능주의로는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마을에서 주민자치가 성립한다고 했다. 주민자치는 ‘마을’이란 공공을 위해 주민자치 고유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기고문에 따르면 주민자치회의 성격은 첫째,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의 ‘NGO’ 비정부 조직, 둘째는 시장이 기여하지 못하는 영역의 ‘NPO’ 비영리 조직, 셋째는 가족을 넘어서는 영역의 ‘NIO’ 비사적 조직이다. 주민자치회는마을의 영역에서 ‘주민’으로 구성되고, 주민의 ‘자치’로생활관계를 경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의 자치’이기도 하고, ‘마을의 자치’이기도 하다. 이때 주민자치와 지역자치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의 기능을 상세히 설명했다.

첫 번째로 사회적 자본(socialcapital)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원활하고 밀접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고, 서로 협력적일 때 주민자치회가 비로소 주민자치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사회적 자본에 있을 때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민자치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도 한다. 주민자치회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고, 사회적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서비스(social service)를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가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 줄수 없으며, 시장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시행할 수 없으며, 개인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감당할 수 없다. 마을 차원에서 필요한 ‘사회 서비스’는 마을 차원의 접근을 필요로 하고 주민 차원의 전략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서비스를 설계하고, 생산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세 번째로는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 변호, 옹호(advocacy)해야 한다고 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마을과 주민을 대변, 변호,옹호해야 한다. 각기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성립된 단체가 각각의 주장이나 요구를 표출하면서부터 민주적인 사회의 운영이 이뤄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대변, 변호, 옹호(advocacy)는 지도자나 전문가,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기본적 의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동의와 역량에 따라 다르다"며 "주민자치회는 이중의 지위를 갖는데 첫째, 지역이나 주민의 대표자로서 지위를 갖는 것이며,둘째는 정부의 협력자로서 지위를 갖는 것이다. 여기서 대표자로서 지위가 확보되지 못하면 협력자로서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회장은 "현재의 주민자치회 조례는 실체법으로 주민의 자치를 시·군·구의 조례로 규정하고 있어서 주민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실체법으로는 주민자치회에자치권을 부여하고 지위와 권위를 부여하며, 주민자치를 지원한다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절차법으로는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성립하고 조직하고운영하는 등의 절차와 조건을 정하는 것이 옳다.2019년에는 주민자치라는 민주적인 공공이 형성되는 틀거리로서 주민자치회 기본법이 올바르게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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