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소식 전하며 주민자치의 디딤돌도 놓습니다”

부산 장안읍 주민자치위, 마을신문 ‘장안의 꿈’ 창간 15년차 ‘서종사랑’도 큰 호응…“주민참여 이끌어 내는 소통의 장”

2020-05-22     여수령 기자
서종면

“이건 뭐지? 처음 보는 신문인데?”

5월 중순,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의 모든 가정에 한 부의 신문이 배달됐다. 제호는 ‘함께 만들어 가는 장안의 꿈’.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가 5월 1일자로 창간한 마을 소식지다. 우편함이 없거나 훼손된 가구 1000곳에 우편함이 새로 설치됐다는 소식부터 읍사무소 신축 사업 경과와 상반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소개까지. 장안읍의 크고 작은 소식이 가득 담겼다. 

2년이라는 오랜 산고 끝에 ‘장안의 꿈’을 창간한 홍순미 장안읍 주민자치위원장(기장군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인쇄 직전까지도 신문을 못 낼 줄 알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2018년 제주도 일도2동으로 떠난 주민자치 선진지 견학에서 마을 소식지를 처음 접한 후, 직접 신문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안의 꿈’을 싹틔우는 계기가 된 ‘함께해요 일도2동의 꿈’은 2008년 10월 창간된 격월간 마을 소식지로, 올해 2월 제82호를 선보였다. “일도2동의 소식지를 보고 마음속으로 ‘이거다’ 했어요.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뉴스를 접하지만 정작 마을과 이웃의 소식을 들을 기회는 별로 없잖아요. 더구나 코로나19로 주민들 간의 소통 기회가 줄어들다보니 9000여 주민들의 소식과 생각을 담아낼 소통의 장이 더욱 절실했습니다.”

이미 ‘장안의 구전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해 본 홍 위원장이지만, 신문 제작은 하나부터 열까지 낯설고 힘들었다. 매일같이 자치위원들과 편집회의를 하고 필자를 섭외하고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괜히 시작했다”하는 후회가 들 때마다 “신문이 주민자치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잡았다. 

홍 위원장은 “장안읍은 타 읍보다 인구는 적지만 고리원자력발전소와 산업단지 조성, 대학 유치 등 굵직한 현안을 떠안고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마을 현안을 정확히 아는데서 시작되기에,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자치위원들이 신문 발간에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또 지역 신문 발간 계획이 한수원 사업자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올 한해 3회에 걸쳐 각 5000부씩을 펴낼 예산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신문 배포에는 행정기관이 힘을 보탰다. 각 마을 이장님들이 ‘기장군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장안의 꿈’을 같이 배부하기로 결정한 것. 덕분에 주민들은 가정에서 편히 마을 신문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창간호를 받아본 주민들이 “수고했다”, “잘 읽었다”며 격려를 보내왔다. 게다가 지역 기관들은 “장안읍 신문 때문에라도 우리가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언론으로서의 역할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홍 위원장은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하지만 자치위원들 스스로도 지역을 좀 더 알아가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읍민들의 의견을 수렴ㆍ조정해 대안을 제시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매체로 꾸려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함께

2006년 창간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마을 소식지 ‘서종사랑’은 올해 5월 15일 펴낸 제56호로 주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한 주민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지만, 감히 칭찬합니다”라며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전했을 정도다. 

비결은 바로 표지 사진. 2019년 11월 19일에 태어난 ‘서종 사람’ 김시후 군의 사진은 그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주민들에게 서종면의 미래와 희망을 각인시켰다. 이순화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은 “그간 마을 어르신 사진을 표지에 싣다가 자치위원들의 제안으로 신생아 사진을 게재했더니 정말 많이 좋아해주셨다”며 “앞으로도 ‘서종사랑’에 신생아 사진이 계속 실릴 수 있는, 활기찬 마을이 되길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말했다. 

2006년 11월 창간한 ‘서종사랑’은 그간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계간지로 발행됐다. 4100여명이던 주민이 현재 1만여 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서종사랑’은 서종면의 ‘얼굴’로 자리매김 했다. 물론 주민자치위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치위원들은 틈날 때 마다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안부를 묻고 원고를 청탁했다. 또 이들 중 한의사는 건강칼럼을,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노후설계방법’을 기고하는 등 전문성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자 주민들의 참여도 조금씩 늘어났다. 일상생활을 기록한 칼럼을 투고하고, 직접 마을 현안을 취재해 정책을 제안하는 글을 보내오기도 했다. 서종면에 거주하는 예술가들도 글과 시, 그림을 재능기부 했다. 덕분에 편집ㆍ인쇄비로도 빠듯한 예산 1천만 원으로 ‘서종사랑’을 펴낼 수 있게 됐다. 

소식지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보람이다. 이순화 위원장은 “주민들이 마을 소식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주민자치의 필요성에도 공감을 나타내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기사도 싣고 있다. ‘서종초등학교 100년사’나 지역 내 환경문제를 다각도로 다룬 ‘될 때까지 시리즈’, ‘카메라 고발’ 등이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주민자치 활동의 일환으로 소식지 발간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김유수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단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서종사랑’ 편집을 맡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처음엔 지면 배정부터 외고 청탁, 교정, 편집까지 막막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럴 땐 서종면에 와서 교육을 받아 보시길 권한다. 자치위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하나 둘씩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격려했다. 

손창현 자치위원(수입1리장)은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배포도 중요하다. 서종면은 주민자치위원님들이 소식지가 필요한 곳에 매번 직접 배달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찾아다니다보면 주민들이 알리고 싶어 하는 소식, 의견을 내고 싶어 하는 이슈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을에 대한 애정이다. 인터뷰 중에도 다음 소식지에 실을 기사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이순화 위원장의 모습에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의 저력과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종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