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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던 일 하고, 가지 않던 길 가는 것이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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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던 일 하고, 가지 않던 길 가는 것이 주민자치”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4.04.3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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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교육에서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 펼쳐

경주시 주민자자치연합회가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교육을 430일 양남원자력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경주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3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역량강화 교육에 대해 권영부 경주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이번 교육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위원의 역량강화 및 읍면동 위원 간 소통, 친목과 화합 도모 그리고 내실 있는 주민자치 활동을 지원하고자 계획되었다오늘 참석하신 읍면동 주민자치위원님들 모두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가시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역량강화 교육에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경주시 주민자치 실질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들어가며 쉽고 편하게 주민자치위원들을 이해시킨 전 회장의 특강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주민자치 잘하는데도 나름의 방법 있어

경주시 주민자치 가족들을 5년 만에 뵈는 것 같다. 반갑고 감회가 새롭다. 주민자치 25년 넘게 하고 있다. 지금도 종로구 부암동 주민자치위원이다. 여러분들이 처한 상황이나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을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쭤 보겠다. 주민자치 재밌으신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주민자치하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 아무 일 안 해도 누구도 잔소리하지 않는다. 그 만큼 부담이 없었다는 것은 주민자치 제대로 안하셨다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잔소리다. 지금 주민자치 잘 되고 있다면 칭찬만 해드리고 가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 잔소리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허심탄회하게 주민자치 이야기 해 드리겠다는 뜻이다.

인역유술(仁亦有術)), 사람이 어질게 살아가는데도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주민자치도 마찬가지다. 주민자치를 잘하는데도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위원이 주민자치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의미다.

 

주민자치회장 직선해야

월간 <주민자치>를 매달 발행하고 있다. 어느덧 13년 가까이 만들고 있다. 주민자치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뜻이다.

4월호에는 대만의 주민자치를 살펴보는 주민자치 연구 세미나 기사가 실렸다. 대만은 우리나라 동 보다 작은 촌 단위의 주민자치회장을 주민들이 직선한다. 한국에서 주민자치회장 직선하면 어떤 문제가 나올까? 동장의 입장이 곤란해 질 것이다. 동장 위상이 직선 주민자치회장 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주시의회 의원이 지금처럼 주민의 대표를 독점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 영국, 스위스, 심지어 공산국가인 중국도 주민자치회장을 직선한다. 우리나라만 주민자치회장 직선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선거가 너무 많다는 것? 핑계다. 선거가 많으면 마을에 분란이 일어난다는 것도 핑계다. 동장은 동의 행정 업무만 보고 주민의 일은 주민자치회장이 본다면 동장은 본연의 임무만 하면 된다. 지방의원 역시 주민자치에 관한 대표자는 아니다.

대만의 주민자치를 살펴보니 주민자치회장 직선하니 그만큼 자부심 갖고 주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인구 1,000명 정도 촌의 대만 주민자치회장은 무보수명예직이지만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판공비를 받는다. 그리고 주민자치 업무를 제대로 보게 하기 위해 전담 공무원 1명을 회장 밑에 배치해 준다. 행정 경험이 많은 유능한 공무원과 함께 같이 일하니 주민자치가 잘 안 될 수가 없다. 모든 민원이 주민자치회장에게 전달되어 힘든 면도 있지만 주민을 위해 일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다고 보람된다고 한다.

 

공무원 할 수 없는 일 주민이 힘 합하면 가능해

이렇게 매주 세미나를 개최하여 공부한다. 이런 공부를 저희뿐 아니라 주민자치위원 여러분들이 하셔야 한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실제 보다 크다. 경주시 공무원이 할 수 없는 일도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단지 권한이나 절차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주낙영 시장님에게 이런 면을 감안해 경주 주민자치를 잘 살펴달라고 부탁드렸다.

성년식도 얼마 전 주민자치 연구 세미나에서 다뤘다. 어른이 되어 스스로 잘 살 수 있도록 마을 어른들이 해주었던 것이 성년식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성년식이 있나? 없다. 주민자치위원님들이 마을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성년식이다.

이렇게 매주 주민자치 공부를 할 수 있는 세미나가 열린다. 유튜브로도 생중계되니 많이 시청하시어 배우고 익히는 기회를 마련하시기 부탁드린다.

 

혼자하면 개인자치, 함께해야 주민자치

서구가 300, 일본이 100년 걸려 만든 현대화를 한국은 30년 만에 일궈냈다. 단기간에 빠르게 압축성장해 버렸다. 이런 과정에서 공동체사회로서의 미성숙이라는 안타까운 결말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주민자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민자치는 단순히 말해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것이다. 단지 이것을 혼자하면 개인자치이고 주민이 모두 함께 만들어 간다면 그것이 바로 주민자치다. 여러분들 모두 개인자치는 성공하셨다. 그렇다면 주민자치는 잘 하고 계신가? 그렇다고 말씀하시기 어려울 것이다.

10개의 사과가 있다. 사과 10개를 10명이 공평하게 나눠 먹으면 되지만 2개를 먹은 사람이 있다면 어떡할까? 1개가 부족해 누군가 손해 보게 만들어야 한다. 사과 먹은 9명은 안 먹은 사람에게 미안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에 못 먹은 사람에게 9명이 사과 한 개씩을 선물해 주면 된다. 이렇듯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배려와 미덕이 주민자치의 시작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주민자치회, 조례 아닌 회칙으로 운영돼야

, 이번에는 사과를 나눠 먹고 1개가 남는다면? 남은 사과 1개를 누구에게 줄지 주민들이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 역시 주민자치다. 그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다름 아닌 주민자치다.

다른 비유를 해보자. 주민자치위원 25명 정도 된다. 25명이 서로서로 발을 묶어 걸어가기 위해서는 구령을 맞춰야 한다.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주민자치회 조례가 아니다. 어느 나라도 시군구의회에서 만든 조례로 주민자치회가 운영되지 않는다. 시군구의원들이 주민자치회 조례를 만들면서 고문으로 슬금슬금 들어오기도 했다.

주민들이 모여 주민자치회 회칙을 만들고 의회에게 승인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주민자치회 회칙 조례가 된다. 의회가 만든 조례로 주민자치회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만든 회칙을 조례로 인정해 주민이 스스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서툴고 어설프다. 그래도 주민의 힘으로, 주민자치회의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고 주민자치인 것이다.

 

주민자치 없는 반쪽자리 지방자치

관선시장과 민선시장 차이가 크다. 관선시장은 퇴근 후 관사 가기 전에 경찰서장, 교육청장 등과 저녁을 먹고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민선시장은 주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뜰히 살펴야 한다. 물론, 경주시는 인구와 규모가 너무 커서 이렇게 되기 힘들다. 시 인구 규모가 10만 명 정도라면 시장과 주민이 더욱 친밀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이 있다. 시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읍면동장을 직선해 버리면 행정과 주민이 더욱 친밀해 질 수 있다.

단체자치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법과, 권한을 부여 받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제대로 된 주민자치회 법도 없고, 인사·입법·예산 등에 대한 일체의 권한도 없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 없는 기형적인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시군구의회는 조례로 제한한다. 행정은 사업독점으로 제한한다. 주민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능력의 한계에 봉착되어 스스로를 제한시킨다. 주민의 자치역량이 공공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개인여가나 취미활동 등으로 소진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회의록 작성도 안하고 밥 먹으러 갑시다? 주민자치 아니다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일로 평가 받는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경제적 기반이 달라진다. 주민자치에 대입하면 어떨까. 주민자치회 회의를 보자.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잠시 모여 인사 나누고 모든 안건은 주민자치회장에게 일임한 뒤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이래서 주민자치회의 지위와 위상이 제대로 설리 없다. 주민과 마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야 하는데 그러고자 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기 일쑤다.

회의 준비와 연락도 모두 공무원이 한다. 회의록 정리나 회의 결과 홍보 역시 공무원 몫이다. 주민자치회 스스로 해야 한다. 모든 사무의 계획-실행-평가를 직접 해야 한다. 업무를 분담해 자체적으로 소화해 내야 한다. 이 정도는 해야 주민자치회의 위상과 역량이 차츰 높아져 갈 수 있다. 주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당부 드리자면, 주민들의 민원을 세심히 받아 주시라. 일본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대표로서 민원 처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주민 불만과 민원 해결을 주민자치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시군구에 부탁하고 청원하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런 경우가 지금까지 25.1%였고 앞으로는 더 증가해 47.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주민자치회도 주민의 대표라면 주민 민원을 성실히 처리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주민자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심의해야

이제 주민자치센터 이야기를 해보자. 주민자치센터에서 요가교실, 노래교실 등 상업적인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강사와 수강생들이 인기 있는 상업 강좌에만 매달린다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특정 강사와 수강생들끼리 담합해 주민을 배척하는 프로그램도 타파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주민자치위원회가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가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 편익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심의만이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센터 사용료와 수강료는 제대로 책정되고 있나?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사용료와 수강료를 면밀히 통계내고 분석해 주민자치위원회가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을 기분 좋게 등쳐 주민과 마을이 모두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능력 있는 주민을 기분 좋게 등쳐 주민자치에 활용하는 것 또한 주민자치의 현명한 방법 중 하나다. 주민자치센터 강좌 역시 주민자치위원 한 명이 책임지고 만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에 도전하고 가지 않던 길을 가보는 것이 주민자치다. 기존에 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주민자치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린다. 마을 어린이들이 여러분들을 보고 참으로 멋있다, 저 주민자치위원처럼 커서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멋있는 주민자치 멋있는 경주를 만들어 주시라.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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