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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문해 그중에서도 ‘주민자치’문해력 높이려면?[연구세미나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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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문해 그중에서도 ‘주민자치’문해력 높이려면?[연구세미나98]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4.04.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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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회 정책문해와 주민자치

디지털, 인공지능시대에도 문해력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과 합치된 문해력은 어떤 힘을 발휘할까? 그 정책 중에서도 주민자치문해력은 어떻게 결합해야 하고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지난 25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린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제98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는 이와 같이 색다른 질문들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펼쳐졌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연구세미나에서는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정책문해와 주민자치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고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와 최승범 한경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먼저 정광호 교수는 발제에서 문해력, 리터러시(literacy)라고 할 때 정책에 문해력을 붙인 정책문해(policy literacy)’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주민자치문해도 마찬가지다. 이걸 어떻게 만들고 높일 것인가, 이해, 관찰,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서두를 꺼냈다.

 

문해력, 문명 탄생 및 지속가능 발전의 원동력정의 점차 더 확산

 

발제에 따르면 문해와 관련된 주요 연관 개념들 중에는 언어, 문자, 지식, 코드 등이 있으며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맹도 있다. 문해는 주로 정보와 소통의 도구이며 정책문해라는 것은 정책 지식과 시민문해(Civic Literacy) 등이 합쳐진 개념으로 쓰인다. ‘문해력의 정의는 '읽기와 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수행하는 특별한 방식들' ‘텍스트를 해독하고 의미를 만들기 위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능력’ ‘읽기와 쓰기의 메커니즘등으로 표현되며 관련된 접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어와 문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인지혁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능하였다. 둘째 삶의 일상에서 필요한 도구와 생존수단의 지식체계로 언어와 결부되면서 문명으로 이어졌다. 셋째 넓은 의미에서 리터러시는 모든 일상과 관련된 각종 방식과 양식을 이해하는 인지력으로 문화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넷째 사회번영과 리터러시는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언어라는 소통이 등장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리터러시가 성장했고 결과적으로 문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섯째 리터러시는 문명과 문화를 전수, 보존, 발전을 뒷받침하는 인지역량의 총체적 개념이다.

정광호 교수는 문해력은 지구촌 문명 발전과 지속가능 발전의 근원적 힘이며 그 정의가 점차 더 확장되고 있다. 교육/학습의 기본 바탕이자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는 구원의 손길이며 문명의 원천’”이라며 콜린스(Collins)의 정의에 따르면, 리터러시는 삶의 일상에서 필요한 도구와 생존수단의 지식체계를 의미하는데, 리터러시가 언어와 결부되면서 문화와 문명으로 이어진다. 리터러시는 문자해독력(문해력)이라는 요소로 측정되지만 광의의 차원에서는 모든 일상에 관련된 각종 방식과 양식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서 리터러시는 문화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기술(skills)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역량인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정보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 과학리터러시(scientific literacy), 디지털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여기에 해당된다. 구락(Gurak)에 따르면, 최근 리터러시는 정보화사회에서 사람이 텍스트를 해독하고 암호화하는 역량으로 보기도 한다. 이 정의는 디지털 텍스트 관련 코딩 역량이 중요해짐에 따라 코딩 활용력에 초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능적비판적문화적 리터러시의 개념과 특징

 

이어 정 교수는 문해의 기원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됐다. 읽고 쓰는 능력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계곡, 메소아메리카, 중국 등 5개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터러시의 확산과 발전은 문명의 원천과 힘이며 근현대문명 발전의 근원이다. 문해의 힘은 확산하면 번영하고 독점하면 쇠퇴한다라며 문해의 주요 유형을 기능적 문해(Functional Literacy)’ ‘비판적 문해(Critical Literacy)’ ‘문화적 문해(Cultural Literacy)’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어 정 교수는 광의의 차원에서 문해력의 유형과 특징을 1)기능적 리터러시(Functional Literacy): 금융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2)비판적 리터러시(Critical Literacy; Political Literacy; Policy Literacy): 냉철한 이성과 지성, 3)문화 리터러시(Cultural Literacy): 지성과 감성 총합, 4)수사학적 리터러시(Rhetoric Literacy): 설득력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문해는 어떤 코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코드를 문자로 표현하면 매뉴얼이 된다. 수준 높은 문해 창작물은 어떤 코드(code)의 오류수정과 업데이트를 통한 역사적 산물이다. 또 문해는 세상을 움직이는 레토릭(수사)’으로 진화한다. 이 레토릭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설득의 비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의하면 리터러시의 유형 중 기능적 리터러시의 현대적 모습으로는 국가간 IQ 지수 비교, 문해수준과 국민소득 같은 정규분포 그래프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 관련 이슈로는 입시-취업용 공부 외에 독서를 잘 하지 않는 것, 초고속 통신망 및 디지털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한 종이책 쇠퇴의 문제 등이 지적된다. 종이책의 중요성, 종이책을 읽어야 지력이 회복된다는 점, 최고급 지적공동체가 취약하다는 점(노벨상 수상자 미배출) 등이 언급된다.

다음으로 비판적 리터러시는 기존 질서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정광호 교수는 비판적 리터러시는 기존 방식과 권력관계에 대한 성찰과 의문을 갖도록 해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게 만드는 역량이 배양된다. 특히 정부신뢰와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 떨어지면서 왜 그러한가에 대한 고찰, 비판적 시민 즉 비판적 리터러시를 가진 시민의 존재가 중요하다. ‘적자 민주주의즉 거버넌스의 정당성 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찾아내고 수정, 보정하는 역량은 비판적 문화역량으로부터 나온다. 비판적 리터러시는 거대 권력층과 기득권을 비판한다. 현대사회에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핵무기경쟁 등 지구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의 주범이 어디에 있는지 고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은 비판적 리터러시에서 나온다. 이는 정책리터러시로 더욱 더 실현가능한 정책수단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리터러시의 세 번째 유형인 문화역량으로서의 문화리터러시문화역량의 구성은 삶에 대한 지식(knowledge), 신지식을 창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술(skills), 그리고 시민적 덕목을 향한 태도(attitude)의 종합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발제자는 전했다. 정 교수는 근대에 생겨난 문화의 개념이 바로 문화나 예술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성수준을 의미하는데 이는 물질과 정신에 걸친 전반적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이를 문화소양, 문화실천, 문화향유라는 관점에서 최근 문화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측정한 시도가 이루어졌다라며 문화역량은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고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사회정의의 작동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로서 개인과 지역 나아가 국가가 제대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의 수준이나 성과는 문화발전과 문화역량에 의해 좌우되며, 반대로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이 문화발전과 문화역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문화발전과 문화역량에 관한 분석은 더 나아가 경제와 사회발전, 정치발전과 밀접히 관련 된다고 짚었다.

 

정책문해와 주민자치

그렇다면 정책문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광호 교수는 좁은 의미의 정책리터러시는 정책과정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광의적 의미로는 정책과정과 내용이 자신의 이해관계, 가족과 지역사외의 이해관계,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비판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정책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정책 지식, 정책 활용 및 적응, 정책 비판 능력 등을 포괄한다라며 정책리터러시는 정부 정책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시민의 효과적인 의사전달’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민 참여제도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책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여러 사례를 예시로 설명했다.

끝으로 정책문해주민자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발제자인 정광호 교수는 지역문제 해결사’ ‘지역 공유차원의 딜레마’ ‘지역 공론조사’ ‘지방권력 감시차원에서 주민자치 사례와 정책문해를 연결시켰다. 사회적협동조합 구축 및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사례, 공유지의 비극과 번영, 다국적기업과 주민자치, 원자력발전소 문제, 지역 공론조사, 주민참여예산제도, 선거공약감시 등의 사례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주민들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주민 조직이 굉장히 중요하다. 주민자치 조직을 효과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첫 지정토론에 나선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는 발제에서 문해력의 유형을 기능적 리터러시, 비판적 리터러시, 문화 리터러시, 수사학적 리터러시로 구분하고 있는데 매우 중요한 분석틀이라고 생각한다. 오석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해력이 없는 국가는 몰염치사회로 전락한다고 경고한다. 그러한 몰염치사회에서는 염치가 비정상이고 몰염치를 가진 자(소위 말해 범법자, 위선자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을 모두 지배하게 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들이나 지역주민들이 비판적 리터러시가 결여되어 있기에 그들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선동을 쉽게 당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빈부격차, 지역소멸, 청년실업, 저성장과 같은 행정난제들을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리터러시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근원적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성찰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이럴 때만이 자유민주주의와 주민자치는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자치 및 정책문해 저해구조 개선하려면?

 

다음 토론자인 최승범 한경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책문해란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수요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나가기 위하여 수요자가 정책을 이해하는 수준이나 역량을 말한다. 이것은 수요자가 단순히 정책을 아는 수준을 넘어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 보다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는 시민의 참여라는 개념이 정책과정 전반에 작용하는 정책문해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승범 교수는 정책문해를 지방자치 및 주민자치와 연계하여 이해하면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주민의 참여 및 협력의 역량을 높이고 소통과 이해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일 것이다. 주민자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정책 문해역량을 저해할 수 있는 자치구조로는 1)너무나 많은 중앙정부의 보조금 사업 2)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규제들 3)시장 및 지방 관료에 집중된 권한 등이다라며 주민자치 및 정책문해 저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보조 사업을 줄여야 할 것이다. 또 중앙정부는 난무하는 개별법 제정에 한계를 두어야 하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주는 사무, 규제 및 표준조례안 등을 만드는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주민자치 및 참여가 강화되어 보다 실질적이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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