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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민자치 현재와 발전방향] 당진시의 주민자치 실질화 과정 및 앞으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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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민자치 현재와 발전방향] 당진시의 주민자치 실질화 과정 및 앞으로의 과제
  • 박 철, 최예슬
  • 승인 2018.03.1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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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마을자치 구현에 도전하다”
김영구 충청남도 당진시 자치행정과장
김영구 충청남도 당진시 자치행정과장

주민자치 기능 혁신에 첫 발을 들이다

당진시는 주민자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충남에서 ‘실질적 주민자치’라는 새로운 화두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도시다. 2000년 실시된 주민자치센터는 ‘당진형 주민자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기 전까지 ‘자치’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 외에 뚜렷한 역할이 없었으며, 주민자치위원회 역시 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자문·심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우리 시는 민선 6기 시작과 함께 당진형 주민자치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주민자치센터 설립 본연의 자치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려운 과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를 위해 충남도 내 유일하게 주민자치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기존 조례를 과감히 폐지, 중앙부처 표준 안을 준용해 ‘당진시 주민자치협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신설 조례는 마을위원(이장)과 공모위원을 1대1로 구성하는 조직을 기반으로 ▲읍·면·동 예산안 협의 ▲행정사무 위·수탁 ▲지역현안 갈등조정 ▲지역공동체 사업 추진 등 대대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부여된 역할 수행의 올바른 방향성 제시를 위해 지속적인 역량 강화와 아카데미운영, 회의·공동체 사업추진 시 1:1전문가 매칭을 통해 단기간에 주민자치의 역량을 제고하고, 자치기능을 극대화 시켰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 축사 신축 등 인허가 시 주민자치협의회에서 사전협의하도록 하는 공개민원 시스템은 법적인허가 절차와의 괴리로 민원 장기화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마을공동체 구성의 가교역할을 위해 구상한 마을위원과 공모위원의 1대1 구성은 조직 내 융화가 쉽지 않았다. 집중적 역량 강화와 대대적 권한 부여라는 돛을 달고 순항하던 당진형 주민자치는 크고 작은 암초에 제동이 걸려 2016년 1월 조례 전면 재개정이라는 좌초의 위기를 맞았다.

작은 민들레는 바위틈에서도 싹을 틔운다

조례의 전면 재개정으로 당진형 주민자치는 신설조례 이전의 수준으로 회귀하게 됐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크고 작은 혼란을 잠재우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가장 먼저, 14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당진형 주민자치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높였고, 시민들에게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주민자치 캐릭터 뚝이는 SNS를 통해 다양한 주민자치 소식을 전했다.

주민자치에 대한 시민의 오해를 풂과 동시에 발 빠른 조례 개정으로 ▲주민자치 특화사업 지원 항목을 삽입, 자치역량을 싹틔울 분야를 마련했고, 시행규칙 제정으로 ▲위원 사전교육 이수제 ▲위원 선정 절차 체계화 ▲위원의 정치 중립성 강화 등을 명시했으며, 자치위원수를 30인 이내 범위에서 구성하도록 규정한 조례 내에서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읍·면·동 위원회 운영세칙을 14개 읍·면·동 모두 완비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자치역량 만개의 근간으로 마련된 주민자치 특화사업은 첫 해인 2015년 민간경상보조금 5000만원으로 시작했으나, 행자부 권고로 증세한 주민세 수입 4억원을 2016년 2억원, 2017년 2억 5000만원까지 확대해 약 50% 이상을 주민자치사업에 직접 연계했다.

참여예산의 일환으로 추진된 주민자치사업은 위원회가 사업의 원석을 발굴하면, 전문 컨설팅을 통해 다듬고 일반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의 공개심사를 통해 평가·지원하도록 해, 사업의 계획부터 환류까지 전 과정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자치활동의 선구적 역할을 한 4개의 마을은 롤모델 마을로 지정해 ▲위원회 회의 체계화(분과 → 임원 → 정기) ▲상근봉사자배치 ▲자치위원참여포인트제 등의 별도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나갔다.

지역 청소년 100인 토론회 개최를 통해 청소년이 원하는 사업을 발굴해 공모·실행하는가 하면, 자치위원회가 리(里)단위 마을마다 직접 찾아가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사업 계획을 구상했으며, 축사 밀집지역 내 주민 간 갈등을 풀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해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 내는 등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이 과정을 통해 점차 자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위원회 스스로 깨우쳐가는 학습을 했고, 소중한 경험들은 충청남도와 더불어 전국적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영광을 누렸다.

마을 자치활성화를 위해 사업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마을 자치활성화를 위해 사업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계획 마을자치의 시대로

당진시는 3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실질적 자치의 도입 과정에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경험한 유일무이한 지자체가 됐고, 이 고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계획 동아리를 구성해 사업을 발굴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을 선정해서 실행하는 과정으로 자치기능의 뿌리를 넓고 깊게 뻗쳐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와 아파트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실질적 마을자치 구현에 도전할 예정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험난하고 두렵지만, 개척의 기쁨은 이를 헤쳐 나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달콤한열매다. 실질적 주민자치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초행길에 첫 발을 내딛은 당진형 주민자치! 힘든 여정을 극복하고 맺어질 그 열매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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