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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왜 시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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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왜 시급한가?
  • 박승주 전여성가족부 차관
  • 승인 2017.10.0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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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정의(justic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이 추구하는 바르고 곧은일 이라고 돼있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람은 바르고 곧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무엇이 바르고 곧은 일인가? 그 기준에 있어서 서양과 동양이 약간 다르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정의라고도 하고, 평등을 공동선을 정의라고 하기도 한다.


서양의 3가지 측면에서의 정의

서양에서는 정의를 3가지 측면에서 보고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자유주의’,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도덕주의’다. 공리주의는 소수자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와 평등의 입장에서 정의를 잘 설명했다는 롤즈의 정의는 원초적으로 동일한 기초여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정하지만 금수저, 흙수저, 타고난 재능 등 사람들에게 동일하지 않은 우연의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크 센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소득과 부, 권리와 의무,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이 어떻게 분배돼야 정의로운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올바른 행동과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정립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를 논하다 보면, 실질적 이익과 도덕성과의 관계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옳고 그름,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둘러싼 주장들이 상호 경쟁하는 딜레마적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의를 논할 때는 공정성(公正性)의 문제도 같이 대두된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보상비율이 같다고 느낄 때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보상을 더 적게 받는다고 느끼면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배분문제 외에도 평가의 공정성, 방송의 공정성 문제도 있다.


동양철학에서의 정의

우리 동양철학에서는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특별히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 글이 없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성균관에서까지 학문으로서 배우는 모든 공부가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4가지 마음가짐, 인간의 본성 덕목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바로 정의며, 특히 두 번째 항목으로 들어 있는 의(義)는 바로 마음을 지칭하고 있다.

인의예지의 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이다. 욕을 하며 주는 것은 걸인도 먹지 않는 것처럼 부당한 일을 보거나 하게되면 생기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의는 인과 함께 어울리면 크게 빛을 낸다. 바름만 강조하면 관계가 나빠질 수 있지만, 사랑과 배려(仁)로 덮어주면서 바름을 강조하면 쉽게 순응하고 순종한다. 바로 왕도정치의 요체다. 그래서 공자는 인을 주로 말했지만, 맹자는 공자의 인에다 의까지 포함해 인의(仁義)를 주장한 것이다.


정의와 공정성을 바로 세울때

지금 한국사회는 바르고 곧은 일을 한다는 정의가 땅에 떨어져 있다. 국가사회적으로 볼때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의 믿음을 배반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칫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정의나 공정성이 부재하다 보니 사회적 신뢰도 형편없이 빈약하다.

왜 우리 한국사회에 정의를 시급히 바로 세워야 하는가? 정의가 사회적 신뢰자본을 만드는 기본이고 감사, 은혜, 위함, 섬김, 상생 등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게 만드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또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서구식으로는 소득, 부, 기회, 권력 등의 분배문제를, 동양식으로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마음과 자세를 새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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