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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가 배태될 수 있는 틀거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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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가 배태될 수 있는 틀거리 만들자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7.06.0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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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주민자치의 현실에 대해

1998년 출범한 주민자치센터는 제도적으로 반(反)자치적이었으며, 정책적으로는 멸(蔑)주민자치적이었으며, 사회적으로 비(非)주민자치적이서 근 20년이 다돼 가지만 근린사회에서는 아직도 주민자치가 배태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의식에도 주민자치가 배태되지 않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두번이나 지나가는 동안에 주민자치센터라고 이름 붙여 놓고 전국적으로 무려 3000여 주민자치센터에서 8만여 주민자치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주민자치를 전담하는 공무원만도 무려 1000여 명이나 되는데도 왜 주민자치는 배태되지 못하고 있을까?


주민자치 배태의 집합적인 조건

집합적인 차원에서 주민자치는 마을성과 주민성으로 이뤄진다. ‘마을성’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는 것이며, ‘주민성’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웃으로 승인하는 것이며, ‘자치성’은 필요한 일들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것이다.


주민자치 배태의 개별적인 조건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린을 공동체로 승인하는것이 필요조건이지만, 주민자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주성과 자발성, 그리고 자율성을 충분조건으로 한다. ‘자주성’은 주민들의 자치공간을 의미한다. 물리적인 공간이자 정치적인 공간이자 사회적인 공간이 자치의 공간이다. ‘자발성’은 동기를 내적으로 갖는 것이다. ‘자율성’은 과정상에서 경험을 추적해가는 것이다.


1998년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의 배태측면에서 살펴보면, 1998년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를 하기위해 설치한 것이 아니고,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니다. 읍·면·동장이 경영하는 센터를 주민자치센터라고 속였고,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위원회를 주민자치위원회라고 속였고, 프로그램 심의하는 위원회를 자치위원회라고 속였다. 그 결과 주민자치는 배태되지 못했다. 날개가 없는 새처럼 자치가 없는 주민자치센터로 방치돼 있다.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센터 15년여 경험으로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하면서 행안부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우를 또 다시 범했다. 대한민국의 주민자치는 1998년 주민자치센터로 15년간이나 표류하고 있었는데도 주무부처인 행안부(현 행자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사무관 하나가 순발력으로 기획한 안을 시범실시 주민자치정책으로 밀어 붙였다. 대표적으로 실패한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의 위원회로 전환한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두고 두고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조선의 향촌자치에서 얻는 교훈

조선의 향촌자치는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거쳐서 촌계로서 제자리를 잡게 된다. 마을에서의 모둠살이에 필요한 일들을 마을차원에서 진행하는것에 주민들이 동의하면서 조선의 향촌자치는 주민자치 본연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마을행사에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았으며, 마을의 농사에 뜻을 모으고 힘을 합했다. 동제와 두레였다.

조선의 향촌자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향촌자치는 향민의 자치여야만 가능하다. 자치를 배태할 수 있는 지원이외의 관료개입은 어떤 형식도 주민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자치를 배태하려면

먼저, 주민자치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1998년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정책으로 참담한 실패를 했다면, 2013년 시범실시도 무지가 만들어낸 정책으로 참담한 실패를 하고 있다. 국제적인 사례연구도 필요하고 국내적인 현장연구도 필요하다. 자치발전위원회의 근린분과 정도로는 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기획할 수 없다. 2017년 서울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도 주민자치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정책으로 역시 실패의 사례를 다양하게 생산하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다음, 주민자치에 대한 통치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정치, 행정, 사회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라서 관료들의 정책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 통치자의 결단 없이는 관료집단의 반자치적인 행태를 넘어설 수 없고, 정치집단의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넘어설 수가 없으며 잃어버린 마을의 공공성을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건설할 수 없다. 주민자치를 배태해 숙성시킬 수 있는 백년지대계를 수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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