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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스웨덴의 ‘에코뮤지엄’ 주민과 지역사회가 관리·운영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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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스웨덴의 ‘에코뮤지엄’ 주민과 지역사회가 관리·운영의 주체
  • 김상욱
  • 승인 2017.09.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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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양식·자연환경 등 열린 공간 자체를 박물관화 하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이란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프랑스어의 에코뮈제(Ecomusee)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이란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프랑스어의 에코뮈제(Ecomusee)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이란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프랑스어의 에코뮈제(Ecomusee)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생태라는 의미의 에코(Ecology)와 박물관이라는 뜻의 Museum의 합성어로 ‘새로운 박물관학’의 운동으로 태동된 개념이다. 기존의 박물관은 국가기관이 기획, 설계, 운용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개념의 에코뮤지엄은 지역주민과 행정의 상호협력의 산물이다.

기존 박물관은 방문객을 위해 수집품으로 가득 채운 곳이지만, 에코뮤지엄은 주민과 행정이 합심해 지역의 생활문화와 자연, 그리고 사회환경의 발달과정을 있는 그대로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또 자연과 문화유산을 현지의 환경과 더불어 보존하고, 육성하며, 전시하는 등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이른바 ‘현지보존형 야외 박물관’을 말한다. 이 에코뮤지엄은 기존의 것을 완전히 파괴해버리고 전혀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현지의 자연환경, 문화, 역사에 맞게 재구성해서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어가는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재활용, 친환경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에코뮤지엄은 자연환경, 건축물양식, 지역 주민들의 직접관리와 운영으로 진행되며, 방문객들에게 널리 홍보하는 목적의 박물관, 지역의 자연환경, 생활양식, 건축물 등 전체를 포함하는 폭넓은 지역에 걸친 독특한 열린 박물관이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없이는 이 박물관이 유지·보존될 수 없다는 점이 주요한 요소다.

주민에 의한 지붕 없는 에코뮤지엄

에코뮤지엄은 기존의 훌륭한 디자인의 폐쇄된 건물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있는 공간으로 ‘오픈 에어 에코뮤지엄’(Open-Air EcoMuseum)이라 부를 수 있다. 특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며, 또 지방시대(decentralization age : 지방분권시대)이기도 하다. 문화는 정신적인 여유, 기쁨의 원천인데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의 근원적 힘임과 동시에 지방의 활력과 경쟁력이 곧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주민이 그 밑바탕을 받쳐주는 요소다.

전통문화와 지식을 보존하려는 의식과 자각이 부족했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는 물론 정치지도자들의 지도력 또한 결여됐던 한국과는 달리, 전통에 대한 자긍심과 보존 의식,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주민들과 함께 해나가자는 수평적 사고방식 등이 어울러져 선진적 문화를 발전시켜온 것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선진 각국의 에코뮤지엄이다. 재활용, 재생에너지, 자연친화적, 현지 생활양식과 자연환경 등을 한데 어우르게 하는 ‘열린 공간’ 자체를 박물관화 하는 ‘지붕 없는 21세기형 박물관’ 개념이다.

에코뮤지엄의 3대 요소가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칭을 가진 에코뮤지엄은 지역유산, 즉 농업 유산과 함께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운영, 기존의 박물관의 기능이라는 3가지 요소가 기능해야 한다. 이 가운데 특히 농촌 에코뮤지엄에서 전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역유산이라는 농업유산이 큰 역할을 하게 되며, 박물관의 전통적인 기능과 주민의 참여가 지역유산이라는 소재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데 적용되는 수단이 된다.

스웨덴 에코뮤지엄의 도입 배경

스웨덴의 교사이자 민속학자며 스톡홀름의 노르딕(Nordic) 박물관과 스칸센 야외박물관의 창시자이기도한 헤즐리스(Artur Hazelius)는 황폐화되면서 사라져가는 농촌을 보존하기 위해 마을 전체를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해 전시하려는 구상을 했다. 농촌공동체 보전을 위한 이런 구상을 박물관학에서 수용했고, 이것이 점차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새로운 형태의 에코뮤지엄 개념으로 탈바꿈했다.

민간이나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한국의 민속촌과 같은 개념은 초기 에코뮤지엄의 개념과 유사했으나, 한국 민속촌은 민속촌이라는 틀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 못했다. 자연, 그 지역 주민들의 생활양식, 토속적 문화 등이 스토리텔링과 함께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한국형 민속촌은 박물관으로 변신하지 못했다. 특히 주민 참여 중심의 민속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에코뮤지엄은 원래 통일된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지방이나 국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이름이 등장했으나 대부분 야외 박물관 형태를 취한다는 점, 그리고 해당지역의 정체성 혹은 지역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박물관과 확연히 구별되는 공통점이 있다.

에코뮤지엄과 전통 박물관과의 다른 점

장소측면에서 기존 박물관은 실내지만, 에코뮤지엄은 실외를 포함해 지역 또는 마을 전체가 전시공간이 된다. 전시대상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기성박물관은 수집된 전통적인 유물이나 자료 등을 전시하는데 반해, 에코뮤지엄은 지역(농업)유산, 농촌의 생활과 관련된 전통문화, 지식, 기술 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또 전시물의 보존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존 박물관은 유산을 이전하거나 복원해 전시하지만, 에코뮤지엄은 전시물을 현지에서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단순히 관람만 하는 방식이 기존 박물관이지만, 관람과 체험이 가능한 것이 에코뮤지엄이다. 그리고 에코뮤지엄은 주민과 지역사회가 운영의 주체가 되지만, 기존 박물관은 정부기관이나 박물관 전문가가 운영을 맡게 되는 차이가 난다.

스웨덴의 에코뮤지엄 훑어보기

스웨덴에는 베리스라겐 에코뮤지엄, 크리스티안스타드 에코뮤지엄, 활뷔덴 애트라달렌 에코뮤지엄 등이 있다. 에코뮤지엄의 특징은 그 크기다. 일반적으로 기존 박물관은 그 크기에 한계가 있지만, 에코뮤지엄은 웬만한 도시 전체보다도 클 수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지어는 길이 150km, 폭이 약 50km나 되는 한국의 수도인 서울보다도 크다.

에코뮤지엄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해당 지방행정기관과 주민만의 참여와 협조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끼리의 상호협력이 이뤄져야 거대한 에코뮤지엄이 조성되고 운영되며, 보존될 수 있다.

1000명이든 1500명이든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자가 돼 직접 관리하는 에코뮤지엄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주민들이 바로 주인이자 직원이며, 관광안내원도 되고, 가이드 등을 맡기도 한다. 또 해당 에코뮤지엄 소속으로 있는 명소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명소들이란 해당 지역의 자연, 건축물, 전통 유산 및 유적, 오솔길,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올레길’같은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

에코뮤지엄의 자격요건

에코뮤지엄의 또 다른 특징은 이 같이 주민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는 곳이므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아니다. 입장료를 받을 경우, 이는 일반인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개념으로, 무료입장을 원칙으로 해야 에코뮤지엄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 해당구역을 관리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원봉사자 그룹이 존재해야 하며,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 있어야 하며, 안내판 등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스웨덴 베르스라겐 에코뮤지엄 체험단과 교사다.
스웨덴 베르스라겐 에코뮤지엄 체험단과 교사다.

에코뮤지엄 사례 몇 가지

엥엘스베리제철소

세계 유산을 포함한 ‘철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에코 뮤지엄으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용광로(Blast Furnace)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철소 전체 부지에는 영주의 저택, 계량을 하는 곳, 철공소 등 현재까지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

람내스제철소와 마을

1950년에 최초로 철공소가 설립됐고, 18세기 철강공업으로 매우 번성한 마을이며, 1868년 연철(wrought iron)공장은 특수 기와로 지어져 이 지역 특유의 건물로 유명하게 됐다.

크리스티안스타드 에코뮤지엄 남 스웨덴의 최대의 강인 헬게 강 하구유역 전체를 보전해 ‘풍부한 물의 왕국’이라고 이름 붙인 에코뮤지엄이다.
 
크리스티안 에코뮤지엄

제철소가 유명한 베리슬라겐(Bergslagen) 에코뮤지엄과 달리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보존해가는 에코뮤지엄으로, 강의 위쪽 스몰란드 지방에는 꽃과 새 등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대를 이루는 데에 중요한 환경을 갖고 있어, 스웨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이 됐다. 이런 에코뮤지엄의 운영과 관리는 3명의 정직원에 1명의 에콜로지스트, 그리고 1 명의 디자이너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운영비용은 세계자연보호기금에서 1990년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도 특징 중의 특징이다.

되새겨봐야 할 지점들

우리는 흔히 주변의 어떤 것이 관심 속에 들어와도 나의 활동과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에코뮤지엄 프로젝트를 살펴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전통을 ‘유지-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부터 싹트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이나 유적지 보존의식은 최근 들어서 많은 개선이 됐지만, 선진 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오늘날 풍부한 자연환경, 넉넉한 관광지, 여유 있는 경제력으로 질 높은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동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절차’가 강조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운용되지 않고 행정기관의 획일적, 일방적, 강제적 조치들이 난무하다. 따라서 유럽과 같이 ‘너와 나와 함께’라는 협동정신이 한국에선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의 협동정신은 역사적으로도 유럽 국가 사람들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 우월한 정신적 유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주변의 전통 살피고 스토리텔링 하자. 내가 사는 동네에는 어떤 역사적인 유물이나 유산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면, 요즘처럼 발달한 SNS를 활용해 빠르게 홍보할 수 있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국인의 협동정신을 발굴 계몽하자. ‘품앗이’라는 개념의 합리적 협동정신과 ‘두레’라는 것이 있다. 두레는 ‘공동 노동체조직’이며 농촌사회의 상호협력, 감찰을 목적으로 조직된 촌락 단위를 말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유전자(DNA)가 있다. 이 DNA를 현재에 맞게 발전시키면 어느 국가, 어는 마을보다도 더 빠르게, 더 쉽게, 더 좋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연은 모든 발전의 근원이라는 인식 필요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또는 자연친화적이라는 말이 오가곤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그동안 자연을 훼손해왔다. 즉 인간 자신을 훼손해온 셈이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시대다. 인간답게, 인간을 위한 자연을 보살피는 일이 곧 경제적 여유는 물론 공동체적 삶의 터전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교육이 더욱 더 필요하다.

주민이 곧 정책이다. 행정기관의 하위직이든 고위직이든 모두가 어느 동네에 사는 주민의 일부다. 다양성을 가진 주민들의 아이디어들이 테이블위에 가공되지 않은 채로 올려 있을 때 비로소 그것들이 수 많은 정책들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한다. 주민을 무시하는 만큼 올바른 정책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아가 그 관료는 주민에 의해 퇴출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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