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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 위해 지방정치(자치) 개혁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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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 위해 지방정치(자치) 개혁부터 하자
  • 김은경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 승인 2017.05.0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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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김은경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구성을 통해 제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과연 내용적 수준에서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여전히 지역문제를 지방정부 중심으로 해결하고, 여전히 기초의원들은 지역주민의 대표자라기 보다는 자신과 지지자들을 대표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정당공천제로 인해 중앙에 예속돼 자치의 주체를 말할 때 ‘누구의’ 자치인가, ‘누구로 부터’의 자치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는 게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제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내용이 그 제도에 맞게 설계돼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결국 제도조차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내용과 형식은 서로를 헌정(constitution)하기 때문이다.

시민적 자율성 확보가 지방자치의 출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 지방자치부터 제대로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중앙의 획일적인 지배로부터 시민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출발이 돼야 한다. 지방정부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사안만을 다뤄야 하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다뤄야 한다. 주민으로서의 자치권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정부를 구성했다면, 주민이나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권력을 주민과 지방정부로 돌려줘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의 비주체성, 비민주성 등을 시민운동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지방분권, 자치분권을 위한 운동을 추진하고 정당공천제를 대신할 주민공천경선제 등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지방분권개혁 국민운동’을 통해 시민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헌법을 지방분권형으로 개정하는 개헌운동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즉 헌법에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과 자주과세권을 보장하는 등 입법·사법·행정·재정권의 분권을 명시해 정부 간 정책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개헌의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정당공천제가 지닌 중앙 예속적인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다수의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주민공천제, 또는 시민단체가 출마할 각 후보들을 선발, 모집, 추천하는 방식의 전환 등을 학계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 주민의 대표이자 주민의사를 행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초의원의 경우, 민주성(대표성)과 전문성(자질)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연구보고서 ‘기초의원 자체역량 강화 방안연구’(최인수·김건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6)에 따르면, 기초의원은 지역 주민의 대표자이자 시민과의 중재자, 지역사회의 리더, 정책의 결정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그 역량인 민주성(주민대표성)과 전문성이 낮고, 게다가 자신과 지지자만을 위해 일한다고 분석됐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기초의회에 전문직이 진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정책형성 능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겠다. 장기적으로는 선출제도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봄직하다.

기초의회 대신 주민총회를 제안한다

버나드 마넹은 선거를 “불평등 주의적이고 귀족주의적인 측면과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야누스”에 빗대며 오히려 추첨이야 말로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통치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동일한 확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회의 평등을, 통치와 피통치를 번갈아가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정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한 정치학자의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추첨을 통한 시민의회(theCitizensAssembly), 추첨민회를 구성하는 것인데, 이 또한 개헌논의와 맞물려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시민의 평등한 참여와 숙의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이 구성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제안이기도 하지만, 중앙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보다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실험적으로 기초의회를 대신해 주민총회를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지방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 기초의원)과 지방공무원이 자치의 중심에 있다는 주민의 생각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주민으로 구성되며 주민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방정부는 궁극적으로 주민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주인은 주민인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주민이 결정하고 그 결정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본질적 개혁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결정을 보장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있다. 이와 함께 주체로서의 시민을 강조하면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시민적 덕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개인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퍼져 있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가능한 일인 것이다. 즉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와 정치적인 것은 어떻게 규정하는가? 적어도 정치는 한 국가 내 지역의 고른 발전, 총체적인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정치는 모든 것이며 ‘일상’이다. 최근 주민자치를 생활자치와 일상자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주민자치든, 지방자치든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지향하는 방향이며 목표다. 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자면, 민주주의의 어원에서 기인한 본질, 통치를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지방자치(제도)의 개혁부터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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