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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정책과 주민자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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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정책과 주민자치의 역할
  •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 승인 2017.07.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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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문재인 정부에서 주민자치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까지는 국정과제가 발표되지 않아 공약집과 청와대 조직개편 등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민자치를 지방분권의 정책으로 다루는 관성적 접근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소 새로운 방향으로도 전환될 여지가 있다. 즉 주민자치는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다시 주민으로 이양시키는 당위적이며 제도적인 차원에서만 주로 논의되다가, 이제는 다양한 지역의 현장에서 주민공동체의 자치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축소에 대한 대응이나, 지역재생 등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 민간파트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고도성장기가 지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해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의 확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주민공동체와 주민자치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사회혁신과 자치분권 두 축

이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의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사회혁신수석비서관으로 개편했다. 여기서 ‘사회혁신’이란 지역공동체, 비영리 민간활동 및 자원봉사, 청년 및 시니어 계층 등에 초점을 두고 기존의 주류 시장경제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대안적이며 공익적인 활동의 촉진을 통해 주민과 지역사회의 활력을 제고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기존의 시민사회영역을 총괄하며, 자원봉사나 비영리 민간활동은 물론, 주민자치조직 등의 지역공동체 활동과 관련된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으로서, 정부(공공부문)와 민간(시장부문)이라는 이분화된 체제를 뛰어넘어 제3의 주체(공익부문)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조직으로부터 유추한 주민자치정책은 정무수석실(자치분권비서관)에서의 권한 이양과 같은 제도적 접근은 물론, 사회혁신수석실에서 지역사회의 공익활동과 지역 현안 문제의 해결이라는 행태적 접근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일자리수석실, 경제수석실, 사회수석실 등에서 담당하는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저출산·고령화, 농어촌 활성화, 청년실업 등 현안 사회문제는 사회혁신수석실과 연계해 지역사회에서 주민공동체와 주민자치회를 통해 해결하는 정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보는 주민자치는 단순한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다양한 국정과제의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민간파트너며, 그 정책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변화는 주민자치회에 기회이자 큰 도전

여기서 새로운 궁금증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자치분권제도 외에 주민자치회라는 실제적인 주민협의체는 새로운 정부에서 과연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이에 대한 힌트는 2016년 2월부터 행자부에서 추진했던 ‘읍면동 복지허브화’및‘책임읍면동제(행정복지센터)’와 2015년 7월부터 서울특별시에서 추진했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이하‘ 찾동’)에 있다. 이런 정책들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선적으로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복지중심으로 개편하고, 담당공무원을 충원해 주민공동체와 협력를 기반으로 맞춤형 복지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중심 공간에서 주민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등 민관협력에 의한 행정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또 행자부의 주민자치회 등 시범사업에서는 이런 행정혁신과 함께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행정업무의 위·수탁을 권장하고, 서울의 찾동 사업에서는 마을계획단을 통해 마을자치를 강화시킨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런 최근의 시도들은 새로운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구체화됐고, 국정과제로 추진돼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주민공동체와 주민자치는 과거의 분권과 자치라는 단순한 관념적·제도적 접근을 벗어나, 생활자치의 구현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더욱 강화된 제도적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며, 읍·면·동과 같은 근린생활권에서의 행정혁신과 사회혁신의 주체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마을계획의 수립은 물론, 마을자산·기금의 확충 및 관리, 복지허브(주민센터) 내 매장이나 마을기업과 같은 수익사업의 운영, 공공시설의 위탁을 통한 관리대행, 자생단체나 마을공동체모임에 대한 지원, 도시재생의 기획 및 참여 등 지역공동체의 자치업무 및 위·수탁 업무를 직접 계획하고 추진하는 등 그간 일부의 사례만 있었던, 혹은 거의 말로만 떠들었던 주민자치회의 바람직한 미래모습이 성큼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또 더 커진 권한과 함께 재정적인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정부의 지원제도 역시 단순한 보조금 방식에서 탈피, 기금과 투융자와 같은 새로운 지원생태계 하에서 자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에 대한 위상 정립과 새로운 역할의 부여, 주민공동체 모임 간의 연계·가교·조정 등의 책무를 부여하는 등 새로운 읍·면·동의 혁신모델의 주민앵커조직으로서 제도적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한편, 이런 변화는 기회인 동시에 주민자치회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실질적인 마을공동체의 협의체로서 주민자치회가 거듭나야할 필요가 있으며, 위원의 구성부터 모임의 진행, 사업의 추진까지 전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가 될 수도 있기에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더욱 주민과 친화되고 역량을 강화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으로부터 추대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때 이런 변화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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