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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제4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 지상중계] 주민자치는 민주주의 학교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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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제4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 지상중계] 주민자치는 민주주의 학교가 돼야
  • 장원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7.02.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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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는 민주적 토론의 연습장이 돼야 한다”
장원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장원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본인 박사논문 주제가 도시정치고 신정치문화인데, 이는 기존의 보수나 진보의 정치 축을 갖고는 설명할 수 없는 정치문화다. 이번 촛불집회를 진보로 규정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 균형이라고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정치 문화다. 어떤 자율과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신정치문화는 결국 생활의 문화, 소비의 문화, 자율의 문화고, 기존 정당에 대한 도전적 문화다. 이런 면에서 주민자치회는 매우 중요한 신정치문화의 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의회, 구청창 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빠른 시간 내에 없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 생활형 정치문화에서 정당공천제가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생활을 위한 정치가 침해를 받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 구성 단위

발제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민자치의 모형이 대규모의 읍·면·동을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근린자치의 모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통·리를 중심으로 하는 실질적인 근린규모의 주민자치에 대한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즉 기존의 통·리장이 수행하는 행정 협력업무에 더해 근린자치사무를 새롭게 담당하게 하고, 이를 담당할 주민자치회장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것이다.

본인 또한 모든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참여한다는 면에서 통·리를 기반으로 하는 주민자치가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회의 구조에 관한 발제자의 제안은 이사회의 구성이나 분회의 구성 등 몇 가지 영역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지지만, 그것은 향후 연구의 진행과정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원적 구조보다는 군·구 밑 단위에서 주민자치회가 이뤄져서, 주민자치회에서 민주주의 꽃을 피웠던 사람들이 실제로 군·구의회에 참여하게 되는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적 자치가 이뤄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민총회와 민주토론

본인은 이보다 더 본질적인 점이 걱정된다. 즉 주민총회가 과연 충실하게 진행될까 하는 점이다. 특히 우리사회처럼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주민총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의심스럽다. 본인 또한 지금까지 20년 넘게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파트의 동대표를 뽑는 선거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특히 도시 생활에서, 또 주민들의 이동이 매우 빈번한 상황에서, 주민총회를 한다고 할 때 과연 얼마나 참여할까? 아마 대부분의 주민총회에서 자기선택적 편향(self selection bias)이 발생할 것이다. 즉 주민총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주민을 대표한다기보다는 특정한 이유가 있어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민들만이 모인 주민총회가 과연 일반적인 주민을 위한 사업을 객관적으로 결정할까?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총회가 어떻게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장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공동선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와 같은 추상적인 논의만으로는 주민총회를 활성화할 수 없다.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보다는 주민의 1/5정도는 돌아가면서 책임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의회’ 비슷한 배심원제 같은 것도 필요하다.

주민자치와 직접민주주의

발제자는 직접민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이라는 공동선을 설계하는 주민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하지만, 발제문에는 어떻게 직접민주제를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없다. 문제는 이 민주주의가 주민자치회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와 제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민총회가 항상 다수결로만 의결을 해야 하는지, 또는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다수결이 민주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민주적 주민자치는 어떻게 실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주민자치회의 구조와 같은 형식적인 논의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숙의민주주의는 의사소통(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첫째는 토론을 통해 합의가 가능하다는 믿음, 둘째는 토론과정에서 내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결심, 셋째는 상대방도 똑같이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런 토론이 과연 우리사회에서 가능할까? 우리나라가 사실은 민주적 토론이 굉장히 약하다. 실제로 토론에 임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민주적 토론의 연습장이 돼야 한다. 즉 주민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합의를 도출하는 토론과정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나 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주민자치회가 직접민주주의의 가장기본단위가 될 수 있고,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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