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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그리고 제도-21C 다원주의 사회에 적합한 통치이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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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그리고 제도-21C 다원주의 사회에 적합한 통치이론 찾기
  • 박 철 기자
  • 승인 2019.11.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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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태 교수 “19세기 토르베커 공동-거버넌스 체제, 오늘날 모델로”
이기우 교수 “풀뿌리 자치 실현 위해 선진국의 마을자치 도입해야”

지난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인구절벽 시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제로 한 ‘2019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가 포항공대(포스텍)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자는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가 발표한 ‘거버넌스 시대의 지방자치권론’ ▲장금용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장이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주요 내용’중 주민자치 관련 사항 ▲이기우 인하대 교수가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쟁점과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본 보에서 이 코너를 계획한 것은 우선, 김석태 명예교수의 거버넌스 시대의 지방자치권론을 토대로 지방자치 사상과 그 사상 속에서 강조되는 주민자치 원리를 알아보고자 했다. 또 정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중 주민자치 관련 사항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쟁점과 과제를 이기우 교수로부터 들어보고자 했다.

박철 주민자치 편집장은 저서 ‘주민의 자치’에서 “주민자치에 입각한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지방 주민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으로 운영)는 우선, 자치사무와 관련된(특히 주민생활과 밀접한 생활공공서비스) 예산·부서·인력 등을 지방의 주민들이 모여 투표 등의 방식을 통해 직접 결정하는 제도(준직접민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박철 편집장은 “지방자치단체 관할 내 지역 공동체·결사체들의 대표조직인 주민자치주체기구들(읍·면·동별)이 연대한 주민자치주체협의체가 지방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지방정책을 논의하고 합의해(민관 협치) 지역 문제를 결정하도록 하자”며 “이런 패러다임이 가능하려면, 그 전제조건 중 하나가 주민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 적합한 지방정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형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의했다(박철 외2,‘주민의 자치’, 378p., 소망, 2018.12.10.).

주민 스스로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이에 더해 중앙-광역-기초의 자치권한이 수평적이고, 지방균형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가능하다. ‘자치단체를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논의는 기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시각(視角)에 신선함을 던져주고, 자치단체 존재의 본질에 따른 중앙정부에 대한 존재와 역할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에 따라 기자는 이재원 교수의 미래 중앙·지방 정부 간 재정관계로 본 분권과 집권 관계를 간략히 살펴본 다음, 김석태 명예교수로부터는 자치의 본질, 이기우 교수로부터는 지방자치(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제도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이재원 부경대 교수 “중앙-지방은 서비스 경쟁관계 형성해야”
이에 앞서 2014년 4월 2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 지방자치단체 20주년 기념 ‘미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와 리더십 형성 세미나’에서 이재원 부경대학 교수는 ‘내일의 자치를 위한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 정립 과제’ 발표를 통해 “1990년대 등장한 성과주의 혁신에서는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 간 재정기능의 분담이 아니라, 주민스스로 최적의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정부 주체들을 선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즉 재정기능의 유형 구분 없이 중앙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면, 자원 배분기능에 속하는 것들도 주민이 중앙정부 산하의 지방특별행정기관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공급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또 이재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분권 자체가 중요하다는 접근은 일종의 지대추구(rent seeking)의 비효율적인 편견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미국에서는 제1세대 정부 간 재정관계론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주민의 복지에 대한 욕구는 자원 배분의 일상생활 영역뿐 아니라, 사회안전망과 경제안전망 모두에 펼쳐져 있다. 중앙정부의 집권적인 표준화된 대응과 작은 정부는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분권과 집권의 양극에서 구상되는 대안은 정치권에서도 해법이 되지 못했다.”

이재원 교수는 ‘내일의 자치’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중앙과 지방 재정은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는 성과경쟁의 재정파트너로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재원 교수는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파트너십을 형성·작동하는 전제조건, 혹은 인센티브는 지역의 경제적 개발과 주민의 복지 증진이 돼야 한다”며 “이와 같은 모델의 접근방법과 대안을 고려하면, 지금의 1세대형 정부 간 재정관계 제도들은 대폭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내용도 이재원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다.

“지방정부의 역할 증대가 경제적, 혹은 재정적으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자체가 갖는 경제적 특성뿐 아니라, 실제 운영 과정의 효율성(주인-대리인 문제)을 확보해 주민에게 선택(선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주민 선택이 논의의 중심이 되면,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 논의는 의미가 없어진다. 선택은 주민이 하는 것이며, 중앙과 지방은 서비스 경쟁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 간 재정관계에서 2세대 이론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이다.”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 “국가-개인 간 공동체 중요성 재인식 필요”
지난 8월 26일 개최된 ‘2019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는 ‘거버넌스 시대의 지방자치권론’ 발표를 통해 “독자 권한을 가진 ‘지방의 합의를 구하는 공동-거버넌스 체제’라고 해석되는 토르베커 체제는 19세기 중반에 나왔지만, 21세기 중앙-지방 관계 모델로 여겨질 만하다”고 제안했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민국가 중심의 통치체제는 세계화, 지방화, 시민사회의 성장, 정보화로 약화되면서 일극 중심에서 다원적 체제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또 김석태 교수는 자연권이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지방 고유권 이론은 지방자치 수호나 확대를 위해 그쳤고, 또 자치권을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과 같이 해석하려는 신고유권설도 아직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본을 통해 도입한 유럽대륙계의 국가-지방 간의 법체계는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이라는 국가-지방 간의 일사불란한 계층적 구조다. 이런 일원적(monistic) 구조에 대해 김석태교수는 “지방자치권은 투레나 기르케 등이 주장한 ‘지방의 고유한 권한’이 아니라, ‘국가가 준 권한’이라 해석될 수밖에 없어 자치권이 매우 제약돼 있다”며 “이에 대한 반발로 일본에서 나온 신고유권설, 지역주권론, 주민주권론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김석태 교수는 최근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회자되고 있는 주민주권론이나 지역주권론도 주권의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자치 선진국에서도 주민으로부터 자치권이 나왔다고 실정법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권의 통상적 개념에서는 주민주권이라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석태 교수는 공동-거버넌스 체제의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국가와 개인 사이의 중간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이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석태 교수의 이런 주장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자치권 이론이 발전해 왔지만, 기존 이론은 오늘날 다원적 사회에서 중앙-지방 관계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석태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에서 토크빌(A.Tocqueville)은 대혁명 후의 프랑스와 달리 독립혁명과 건국 후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가 정착 및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을 중간조직, 즉 지방자치단체, 시민 조직, 종교 조직의 존재에서 찾았다”며 “국민주권이란 이름 아래 국민과 국가만이 절대적 존재고, 이들 중간조직의 독자성을 무시하는 논리는 국가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이들의 가치를 무시해 파시즘이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로 귀결됨을 역사에서 봐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석태 교수는 국가와 국민 사이의 중간조직으로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사회 조직의 고유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국가주권론에 밀려 근대국가 형성의 논리로 인정받지 못한 체 소수의 의견으로 무시당한 17세기 알투지우스나 19세기 기르케의 이론, 즉 국가와 개인 사이의 중간단위의 독자성에 대한 이론이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21세기에 민주화되고 다기화된 사회에서는 이들의 다원주의적 주장이 더 적합한 통치이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주민자치회 조항 및 주민투표법 개정해야”
지난 8월 27일 개최된 ‘2019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쟁점과 과제’ 발표를 통해 “고유한 사무·재원과 자치권이 없는 주민자치회(제25조)를 풀뿌리 자치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개정안 제25조 내용은 매우 불명확하고 목적과 수단 간의 관계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폐기돼야 하며, 새로운 내용으로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기우 교수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읍·면·동 단위에서 마을자치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법에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읍·면·동을 추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며 “5.16에 의해서 파괴된 마을자치를 부활해서 모든 국민이 그 능력에 따라 공동체 문제의 해결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자유 공간으로서 기초공화국을 마을자치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기우 교수는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는 마을자치를 버리고 우리만 왜곡되고 변질된 자치 아닌 자치를 법제화해서 강행하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치능력과 정치능력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다”며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마을자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기우 교수는 주민투표법의 전면개정을 요구했다. 즉 현행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주민발안만을 규정하고 있어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우 교수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지방의회가 잘못 의결한 조례나 결정을 주민이 주민표결로 폐기시키는 제도고, 주민발안은 지방의회가 주민이 요구하는 조례나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안건을 발안해 주민표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럼에도 행안부의 주민투표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손도 되지 않고 오히려 개악시키고 있다고 이기우 교수는 주장한다. 즉 주민투표 개표를 위한 최소투표율 1/3을 폐지한 대신에 가결요건으로 유권자 전체의 1/4찬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인 경우 투표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또 투표율이 25%가 되지 않으면 투표자 100%가 찬성해도 안건은 부결되는 결과가 된다.

주민발안의 경우는 반대의 결과가 생긴다. 어느 경우에나 불합리하다. 직접민주주의의 메카인 스위스에서는 주민표결의 결정요건을 투표자의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인 주민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기우 교수는 “주민투표법의 표제를 ‘주민발안과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로 개칭하고,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를 구분해 각각 규정하고, 대상제한도 철폐하고, 절차요건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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