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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자발적 신뢰 Vs 공권력 개입 신뢰 구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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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자발적 신뢰 Vs 공권력 개입 신뢰 구분돼야
  • 박 철 기자
  • 승인 2019.11.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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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서 등 사회적 자본을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처럼 사용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 핵심 구성요소는 신뢰·규범·네트워크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 : 퍼트넘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콜로키움이 10월 14일 한국자치학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 : 퍼트넘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콜로키움이 10월 14일 한국자치학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 : 퍼트넘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콜로키움이 10월 14일 한국자치학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자치학회에 따르면, 이번 콜로키움은 사회적 자본과 주민자치의 연계를 통한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콜로키움에서는 이영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의 '사회적 자본 개념의 미분화 비판 -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 개념을 중심으로’가 발제됐고, 이에 따른 토론에는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와 남부현 선문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콜로키움에 앞서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은 인사말에서 “민(民)에는 시민과 주민이 있는데, 지금은 시민과 주민이 주민자치를 놓고 갈등하는 국면”이라며 “사회적 자본이 시민단체의 자본이 되느냐, 지역 사회 주민의 자본이 되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을 잘 정리해 주민이 지역 사회에서 주인이 되도록 하는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영재 교수의 사회적 자본 개념 비판
사회적 자본 개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점점 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2007년 무렵부터 매년 200여 편 이상의 연구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근래 연구자들이 가장 관심을 집중하는 분야가 사회적 자본 연구다. 이에 대해 이영재 교수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전문 연구서는 물론 일반 간행물까지도 사회적 자본을 가정과 사회의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사회적 자본의 혼재성
이영재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시민 참여, 시민적 전통, 상호부조 등에 주목하면서도 부지불식간에 이익·효용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 개념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바론(Baron)과 한난(Hannan)의 지적처럼 사회적 자본을 물적자본이나 인적자본과 같은 자본의 속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이 교수는 “그동안 사회적 자본 개념에는 박애, 인애, 동정심, 사랑 등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 개념과 이익과 효용에 기반한 기능적 사회적 자본 개념이 미분화된 채 공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의 핵심 구성요소로 신뢰, 규범, 네트워크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실체적 분석 대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사회적 자본이란 ‘상호 간 이익을 위한 협력과 협동을 촉진시키는 연결망, 규범, 사회적 신뢰와 같은 사회조직의 특성’(Putnam 1995, 67)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퍼트넘이 상호 간의 ‘이익’을 중요한 준거로 활용했음을 지적하며 “하버마스의 관점에서 보면 체계의 작동원리라고 할 수 있는 권력과 자본의 논리가 생활세계의 측정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적 난맥상을 지적한 바 있는 김상준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끌어온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차원의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변별성 없이 편리한 대로 갖다 붙이는 의미 없는 개념이거나, 또는 자신의 정치적 취양에 따라 비난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미화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이데올로기적 고무줄이 되거나, 아니면 인간의 모든 사회적 관계가 냉혹한 ‘자본관계’로 귀속되고 만다는 냉소적 의미에서의 풍자어로 추락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하다.”(김상준2004, 65)

이익-기능 중심의 개념화
이 교수는 기능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 개념을 전개할 경우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알케에다(Al Qaeda) 집단’이나 ‘국경 없는 의사회’나 모두 나름의 사회적 자본을 갖춘 조직일 뿐 그 차이를 변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가치중립적인 개념에서 보면, 이 두 조직이 산출하는 결과의 차이는 생산성과 산출의 효과에서만 차이가 드러나지 테러조직과 인권단체라는 도덕적인 기준에서의 판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폐쇄적 멤버십이나 귀속적 정체성에 기초한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경우, 사회적 자본의 기능적 효율성으로 설명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교수는 ‘생산적’이고 특정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기능적 차원에 입각해 사회적 자본을 개념화한 콜먼의 ‘신뢰 구조’를 의무와 기대를 연계해 설명한 예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만일 A가 B를 위해 어떤 것을 해주고 B가 미래에 보답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A 마음속에는 기대, B에게는 의무가 생긴다. 이런 의무가 B에 의해 행해질 행동에 대한 A의 신용장(credit slip)에 해당한다. 만일 A가 관련을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신용장을 많이 갖고 있다면, 이는 금융자본과 유사한 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만일 A가 필요할 때 이 신용장의 효력은 커다란 신뢰로 되돌아 올수 있다.”(Coleman 1988, 102)

“높은 사회적 지위가 유지되고 있는 농촌마을의 경우, 이 마을의 가장 부유한 집안은 그들이 요구할 수 있는 많은 신용장을 갖고 있다.”(Coleman 1988,103)

“입법부와 같은 정치적 분야에서 우월한 자원을 갖고 있는 의원(하원의 대변인이나 상원의 국회의장)은 곤경에 처해 있는 안건들을 통과시켜야만 하는 의원들에게 (반대급부를 제공함으로써-인용자) 더 많은 의무감을 확보할 수 있다.”(Coleman 1988, 103)

“타인에게 신뢰를 줄 것인가를 결정하려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 신뢰를 줌으로써 소비하게 될 비용과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해 이를 결정한다.”(Coleman 1988, 117)

이렇듯 이 교수는 콜먼은 ‘신뢰’를 자본관계 맥락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콜먼이 주목하는 사회적 자본의 상호성은 부와 신용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콜먼에게 있어 신뢰는 일종의 거래를 위한 도구적 수단이라고 파악한다. 또 이 교수는 콜먼은 정치 영역에서 ‘타협’을 사회적 자본의 의무감으로 본다고 말한다.

물적·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차이
이 교수는 최근 사회적 자본 연구에서 콜먼을 개념적 전거로 자주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재정자본, 물적 자본, 인적 자본 등과 구분되는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사회적 자본 개념을 규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사회구조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 등과 같이 개인 차원의 소유를 특정하는 것과 구별된다며 콜먼의 말을 인용했다.

“물적 자본은 사유물이며, 재산권은 물리적 자본에 투자한 사람에게 자본이 생산한 이윤을 보장해 준다. 따라서 물리적 자본에 투자한 인센티브는 저하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높은 학력을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인적자본은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높은 직업적 지위를 얻게 하며, 주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적 자본은 이와 다르다. 사회적 규범을 가능하게 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특정 종류의 사회구조는 개인의 사취를 허용하지 않고, 사회구조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은 사회구조에 속한 구성원들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Coleman 1988, 117).

이익·효용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의 일면성
이 교수는 이익과 효용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에 대해 “실제로 사회적 자본이 가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우리가 이 개념에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회적 자본이 반드시 이런 재화와 서비스 창출이라는 기능적 결과만을 산출하는 것으로 가정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재화와 혜택을 사회적 자본의 개념정의로 포함시키는 것은 더 곤란하다”고 강조하며 김상준 교수의 의견을 인용한다.

“‘자기이해의 단일동기론’에 입각해 있는 사회적 자본 개념은 이런 복합성을 설명할 수 없다.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원 활동자들이 추구하거나 발견하게 되는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에서의 가치란 경제적 자본 가치 또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직간접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포괄적 의미의 영리적 가치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도덕적 가치라는 사실이다.”(김상준 2004, 75)

■향후 과제와 주민자치
참석자들은 향후 주민자치의 목표와 원리에 부합하는 사회적 자본 지표의 개발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

사회적 자본의 새로운 형태 연구 필요
송경재 교수는 토론에서 ▲사회적 자본의 개념화 및 측정의 난점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시민 참여 등 민주주의 성과에 관한 인과성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 역사적인 요인과 제도적 변화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부분 ▲사회적 자본이 보수주의자들의 국가 영역 축소, 시장기능의 강화라는 이데올로기에 복무할 가능성에 대한 비판 등을 내세우며 “사회적 자본 연구는 여전히 논쟁중인 분야다”라며, 향후 △한국적 맥락의 사회적 자본 연구의 부재 해소 △정보 사회에서의 사회적 자본의 새로운 형태를 심화 연구로 꼽았다.

남부현 교수는 토론에서 발제자가 지적한 사회적 자본의 양립불가한 이종적 특성을 애매하게 봉합한 채로 활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동의하며 ▲이익과 효용에 정향된 사회적 자본과 도덕적 가치와 공공선에 기초한 사회적 자본의 본질적 차이 ▲우리 사회 내 사회적 자본 형성에 필요한 포괄적 효용성 ▲사회적 자본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주의·폐쇄성으로 인한 타 집단에 대한 배타성과 분리 문제 극복 방안 ▲과거 우리 사회의 상호부조나 품앗이가 경제성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인지, 사회적 규범과 공공선을 위한 사회적 자본인지 등을 질문했다.

자발적 신뢰와 강제로 만들어지는 신뢰
박건호 경기도 용인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시민단체가 주민자치로 들어와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학술적인 연구와 함께 우리가 자치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도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이영재 교수는 “주민자치가 자본의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지역을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공동체라는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의 목표와 원리에 부합하는 사회적 자본 지표의 개발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조선 후기에는 여러 형태의 계와 공동노동 조직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두레처럼 오늘날 사회적 자본으로 호명해도 손색없는 것들이 많았다”며 “인적 자원이 2위인데 사회적 자본은 37위라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 측정은 잘못됐다. 우리나라만큼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해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회적 연대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남부현 교수가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 하에 정부정책(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사업, 마을 공동체 등)을 수립·수행하는 것에 대한 재평가’ 질문에 이 교수는 “만약 홉스와 같이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개입할 수 있도록 약속을 강제할 권한을 양도한다면, 그들은 시민적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상호신뢰를 얻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이 입증해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강제적 집행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강제력에 의한 질서가 신뢰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트넘은 자발적 협력을 통한 신뢰의 형성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리바이어던에 의한 강제개입을 통해 만들어지는 질서도 일종의 신뢰로 해석한다”며 “그러나 두 신뢰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구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협력을 통해 형성되는 규범이 신뢰를 지탱하는 동력인 것과 공권력의 위협에 순응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콜먼은 자본관계의 신용장과 같은 차원에서 신뢰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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