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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주민자치구역 설정 기준, 효율성과 민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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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주민자치구역 설정 기준, 효율성과 민주성
  •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6.02.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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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범위는 꼭 읍·면·동 단위여야 하나
도시·농촌과 인구·면적·자원 등 지역특성 고려한 설정이 타당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행정학 사전에 의하면, 보다 큰 의미에서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조직한 지방단체에 의해 지역사회의 공적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민자치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지방의 공공사무를 결정하고 처리하는 주민참여에 중점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이런 주민자치의 관점에 의하면, 국가 이익을 대표하는 중앙정부와 지방 이익을 대표하는 지방정부가 대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중앙정부의 행정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가 한편으로는 국가의 하급행정기관으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의 자치행정기관으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는 일은 없다. 이와 같은 주민자치의 개념은 지역민주주의의 실천 주체가 주민이라는 개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국가에 의해 수여된 전래적 권리라는 이론적 토대에 입각하고 있는 단체자치의 개념과는 대비된다.

단체자치와 주민자치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구성돼 있다. 단체자치는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법인체인 자치단체가 일정한 구역 안에서 국가로 부터 부여받은 자치권에 근거를 두고 스스로의 책임과 권한으로 그 지역의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정의 된다. 반면, 주민자치는 '그 지역 안의 공동문제를 자기 부담에 의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처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자치는 과거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그 지방의 특성에 맞는 시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률이나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 실시 권한의 행사’를 의미한다. 주민자치는 주체자인 ‘주민’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의미의 자치라고 할 수 있다.

형식상으로는 주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이들에게 주민의 의사나 요구사항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주민의 의사가 지역의 정책 결정에 반영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이 주체가 된다고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공무원이다. 때문에 단체자치에서 실질적인 권한행사의 주체가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주민이 직접 나서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는 측면에서 주민자치의 실질적인 권한행사 주체는 주민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오늘날 지방자치의 현실을 볼때, 주민들이 지방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까지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주민들이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주민의 대표자에게 맡겨둔다. 문제는 이렇게 대표자에 의해서 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경우를 주민자치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권재민의 원칙에 의해서 대표자의 권력은 주민들로 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점, 주기적인 선거에 의해서 대표자를 평가한다는 점, 직접적인 주민참여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통제된다는 점 등에서 대표자에 의한 정책결정도 주민자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대표자에 의한 정책결정 제도 채택이 주민들의 자치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간접적인 자치방식이 일반화돼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자치방식도 주민자치, 즉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주민자치는 ‘일정한 지역의 주민들이 단체나 조직을 구성해 주민들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의 공공문제(公共問題)를 국가(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로 부터 간섭받지 않고, 주민 스스로 또는 그 주민들의 대표자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주민자치 구역의 기준

이상과 같은 주민자치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현장인 구역(근린: 읍·면·동, 마을, 동네 등), 주민자치의 주체가 되는 사람(주민자치위원회, 주민, 시민 단체 등), 주민자치의 추진을 위한 제도와 조직(주민자치 지원행정 조직, 협력 네트워크 등), 주민자치의 대상이 되는 일(주민자치 사업 : 마을강좌, 마을사업, 마을행사 등) 등 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 구역이다. 그렇다면 이 구역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주민자치가 활성화 될 수있을까 하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 된다. 구역은 흔히 자치구역과 행정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자치구역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미치는 지역 범위를 말하고, 행정구역이란 합리적이고 능률적인 국가 목표를 추구하고, 자치권능을 구현시켜 국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설정된 지역적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광역자치단체(서울특별시, 광역시·도,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등)와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등 2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들 자치단체의 자치권이 미치는 범위에 속하는 구역을 자치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구역은 광역자치단체의 구역과 중복되고, 광역자치단체 구역의 일부를 구성한다. 기초자치단체의 하부행정기관으로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와 읍·면·동이 있는데, 이들 행정구와 읍·면·동, 특히 읍·면·동의 관할구역을 행정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자치구역은 단체자치의 현장이 되고, 선출된 공직자(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가 의사결정 권한과 정책집행 권한을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현장이 되는 정치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구분되는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행정구역은 자치구역의 일부에 해당되지만, 정치적 인권력 관계가 아닌 순순하게 주민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주민과 행정의 최일선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구역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의 제공 주체는 시·군·구에 소속돼 있으면서 읍·면·동에서 주민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무원 조직’과 민관 협력 거버넌스 차원에서 주민들이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주민 스스로 서비스 공급의 주체가 되는 ‘주민조직’으로 구분할 수있다. 이때,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이 스스로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가 된다면, 주민자치의 구역은 읍·면·동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주민자치 구역 설정 기준

주민자치의 구역을 설정할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대표적인 원칙으로는 효율성과 민주성을 들 수 있다. 효율성(效率性)이란 효과성과 능률성을 합친 개념 즉, 서비스의 투입에 대한 산출의 비율인 능률성과 투입과 산출의 비율을 따지지 않고 목표의 성취도만따진 효과성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목표 달성의 양적(量的)개념인 능률성과 질적(質的) 개념인 효과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공공적인 성격의 행정서비스의 전달에 있어서 생산성(productivity)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수도 있는데, 주민자치에 있어서의 효율성은 규모의 경제를 의미한다.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을 얻어 낼 수 있으며(능률성), 그 산출이 당초에 설정한 목표에 비춰서 얼마나 기대했던 효과를 얻게 되었는가(효과성)를 나타내는 것이다.

민주성은 정부와 국민 간의 관계에서 국민의 요구를 수렴해서 행정에 반영시키는 대응성(responsiveness)의 확보 및 책임행정의 구현에 초점을 두는 정치적 민주주의(political democracy)와 조직구성원의 사회심리적 욕구 및 정서적 요인을 중시하는 조직내적 민주성(organizational democracy)의 두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주민자치에 있어서의 민주성은 더 많은 주민의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참여와 봉사, 행정 혹은 지역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민의견의 결집을 위한 주민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 등을 의미한다.

근린자치란 무엇인가

흔히 주민자치와 유사한 개념으로 ‘근린자치’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주민자치는 주체자인 주민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근린자치는 장소나 구역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성을 의미하는 효율성, 주민참여의 극대화와 면대 면을 통한 소통과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성 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역 단위를 ‘근린’이라고 할 수 있다.

근린은 ‘가까운 이웃’이며, ‘근린사회’는 ‘사람들이 가까이 이웃해 서로 잘 알며 친숙하게 공동생활을 하는 지역 사회의 최소 단위’라는 것이 사전적인 해석이다(http://dic.daum.net/word). 근린(neighborhood)은 생태적 관점에서 물리적·상징적 경계를 가진 지리적 장소지만, 지리적 성격을 넘어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의미도 내포한다. 결과적으로 근린은 ‘주거지 인접성에 기초를 두고 비공식적이고 대면적인 일련의 상호작용인 이웃과의 교류에 사람들이 관여하는 거주지 주변의 장소(area)’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사회구성원 또는 이해당사자의 관점에 따라 근린은 다양하게 정의된다. 첫째, 근린은 ‘지역사회(community)’다. 지역사회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 안에 살면서 상호간에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있는 장소에 대해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유대를 갖고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둘째, 근린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다. 한정된 자원을 갖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Suttles(1972,The Social Construction ofCommunities, University of Chicago Press)는 근린의 규모를 ▲부모의 감시 없이 어린이가 놀도록 허락되는 작은 구역(block face) ▲주민들이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다른 지역과 대조되는 최소 지역으로서의 ‘방어적 근린(defended neighborhood)’ ▲최일선 지방정부의 공식 관할구역에 해당되며 개인의 참여가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유한책임의 지역사회(communityoflimitedliability)’ ▲시 전체를 포괄하는 ‘확장된 유한책임의 지역사회(extendedcommunityoflimitedliability)’로 분류했다.

Somerville(2011)은 Suttles의 유형을 참조해 '근린 규모의 다차원성‘이라는 개념과 함께 경험적 차원에서 영국의 근린 규모를 네 가지로 유형화 하고 있다(표1 참조).

[표1] 영국의 근린 규모 네 가지 유형
[표1] 영국의 근린 규모 네 가지 유형

외국의 주민자치 구역 단위

이상에서 제시된 유형을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행정구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시·군·구는 ‘규모4’에 해당되고, 읍·면·동은 ‘규모3’, 행정동의 통과 읍의 리가 ‘규모2’, 면의 리는 ‘규모1’의 수준에 각각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각 주는 군(County, 카운티)으로 나뉘는데,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카운티 대신 사목구(Parish)라고 하며, 알래스카 주에서는 구(Borough 또는 Census Area라고 한다. 각 카운티는 시(City)·읍(Town)·리(Village)로 나뉘어있다. 우리 식으로 굳이 구분한다면, 읍(Town)이나 리(Village)가 읍·면·동에 해당되면서 주민자치 구역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주민자치 코뮤니티협의회는 읍(Town)이나 리(Village) 단위에서 이뤄진다. Somerville의 유형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주민자치 구역의 인구는 3000명에서 2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의 읍·면·동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주민자치가 이뤄지고 있는 구역 단위는(표2)와 같다.

[표2] 외국의 주민자치구역 단위
[표2] 외국의 주민자치구역 단위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구역설정 방안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구역 단위로는 가장 크게 읍·면·동을 들수 있고, 그보다 작은 단위로는 통, 리, 반 등을 들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근린을 마을이나 동네로 생각하다면, 시골의 경우는 자연부락,도시의 경우는 아파트단지 등을 주민자치의 구역으로 할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인구나 면적만 갖고 판단하면 곤란한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인력자원, 지역사회의 특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읍·면·동은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행정작용이 이뤄지는 시작점이 되며, 또한 주민행정 수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지방행정의 본거지일 뿐만 아니라, 행정의사와 주민의사가 접촉하는 교차점이며, 상호연결과 조화를 이루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읍·면·동은 주민 단위이면서 하향적 추진력과 상향적 추진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단위로서 정부와 주민을 연결하는 자치행정의 기반이 되는 기초조직체라고 할 수 있다.

또 현재 주민자치센터는 읍·면·동을 단위로 구성돼있고,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도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로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다(특별법 제27조). 그러나 읍·면·동의 인구규모가 적게는3000명부터 많게는7만명까지 편차가 매우 크기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면적은 작지만 인구만 밀집돼 있는 대도시의 동, 인구는적지만 면적이 넓은 농어촌지역의 면 등은 그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첫 번째 대안은 일본과 같이 통과 리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두고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연합회 혹은 중간지원조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은 읍·면·동을 기본적인 주민자치회의 구역으로 정하고, 인구나 면적, 지역자원 등과 같은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읍·면·동주민자치회 산하에 분회 또는 지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실현 가능성 등으로 고려한다면, 1안보다는 2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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