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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 ‘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무엇보다 시민성 가진 주민의 참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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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 ‘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무엇보다 시민성 가진 주민의 참여가 중요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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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이끌어갈 구성원의 자격과 조건
대표는 주민총회서 선출, 직원은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 필요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주장하면서 정치는 철학과 인격을 구비한 철인(哲人)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다스림을 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다스림의 전문성은 지혜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구비한 사람이라는 주장이리라. 그외에도 군사는 용기라는 아레테(arete, 덕목)을 가져야 하고, 상인은 절제의 아레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도시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데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기저에는 있는 것이다. 당시의 그리스 아테네의 도시국가의 시민들은 대개 1만에서 5만 명 내외였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리더의 조건으로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고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수신하고, 가정을 돌본 후에 국가를 다스린다'고 하여 그 순서를 정해두고 있다. 그렇다고 하면, 주민자치는 지역의 근린생활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리더의 조건이 있을 것으로 전제할 수 있다. 주민자치의 리더는 어떤 조건을 구비한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이번 호의 주제다.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먼저, 여기서 주민자치란 과연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인가? 아니면, 최근에 새롭게 시범실시도 하고 있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인가?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주민자치란 무엇이어야 하고, 어떤 조건을 구비했을 때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자치는 스스로 다스림이다. 다스림은 정치와 밀접한 공통개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는 자원의 권위있는 배분이라고 하고, 정치의 의사결정을 위한 권력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주민)의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과 일정한 기간의 임기가 되면 교체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의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권으로 나누어서 상호견제와 균형에 의해 분할돼서 투명성을 갖고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가 실시된 나라에서는 국가의 역할과 주,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 일정한 역할에 대해서는 자치권이 부여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분담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이 상당히 도입돼 주권자인 주민들이 직접 선출된 대리자(의원 및  시장)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숙의민주주의라고 하여 주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숙의한 후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이 새롭게 되도록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의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 가능한 소규모의 단위에서 의사결정이 되고, 그 과정에 참여하고 토론해 정부와 주민이 소통하는 제도적 장치의 발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란 것도 이런 선상에서 이해해야할 것이라고 본다. 즉, 정부와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역할을 부여하며, 이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발하는 통합적 과정의 하나로 이해해야할 것이다. 이렇게보면, 주민자치도 정치의 본질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고, 주민자치회의 기관 구성도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이나 보충성의 원칙과 같은 핵심적 가치들을 도입해 제도설계돼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회 3요소와 아파트 자치 관리

주민자치를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다스림을 의미한다고 할 때, 공간, 주민, 자치권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국가의 3요소에서 국민, 영토, 주권(자치권)이라고 하듯이 주민자치에서도 자치권은 핵심적인 요소다. 그렇다고 하면, 자치권은 어디에서 오는가?

일제 식민시대의 경험을 한국은 갖고 있기에 주권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주권이 없으면, 독립국가가 아닌 것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도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읍·면·동의 행정구역을 보면, 행정관료제에 의한 통제장치로서의 읍·면·동사무소가 있고, 주민들이 스스로 근린생활공간을 다스릴 수 있는 자치권이 부여돼 있지 않다. 주민자치를 제대로 하려고 하면, 무엇보다도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자치권을 법제도적으로 부여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근린생활 자치의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세원을 징수할 수 있어야 하고, 근린생활 자치서비스를 공급하는 직원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주민들의 총회를 통해 예산의 심의의 결과 결산 동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치를 하려고 하면, 주민자치를 위한 공동의 재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파트단지의 공동관리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파트단지는 공유재산이 상당히 존재한다. 즉,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다면, 사유재산과 공유재산을 갖고 있는 셈이고, 공유재산에 대한 공동관리를 위해 아파트입주자 대표위원회와 아파트관리소가 있는 셈이다. 아파트입대위는 정관을 제정·개정하고,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갖고있다. 아파트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로서의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매달 예산의 집행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는 엘리베이트 관리, 방범, 조경, 쓰레기 처리, 주차장 관리 등 아파트단지 내의 근린생활에 관련된 공공서비스를 자치관리하고 있다. 아파트 입대위원은 2년마다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대규모아파트에서는 입대위원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 아파트관리의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입대위가 잘 돼 있는 아파트단지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아파트 가격도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아파트단지의 입주자 대표위원들은 어떤 자격과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되는가라는 점이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주택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아파트단지 관리의 예산심의와 결산처리, 아파트관리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 아파트관리를 위한 계약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다양한 공동체활동이 이뤄지도록 본을 보이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특별한 자격요건을 구비해야 한다거나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마다 다양한 특성들이 있기에 그 특성에 맞게 아파트단지의 관리를 위한 대표자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입대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특정한 경력을 요구하는 자격과 조건을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아파트입대위원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주택법이 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런 법률적 정당성을 구비하지 않은 사람이 아파트입대위원을 하고 있다면 이에 대해서 공공행정기관에서 점검하고, 문제제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공공행정기관의 역할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민들이 공공행정기관이 제기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기로 민주적으로 결정한다고 하면, 민주주의의 대원칙에 따라서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행정기관이 아파트관리의 공공성과 법률적 정의를 위반한 사례들에 대해서 침묵한다고 하면, 공공행정기관의 존재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공공행정기관은 아파트단지에 대한 자치관리의 권한을 법률을 통해 부여하지만, 아파트입대위원들이 아파트관리에 있어서의 ‘공공성’이나 ‘법치성’을 위반한 경우에 한정해 개입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와 법, 그리고 주민의 대표기구

현재 아파트단지의 관리를 둘러싼 아파트입대위와 시·군·구청과의 관계를 보면, 아파트단지에는 자치권이 부여돼 있다. 그리고 아파트입대위라는 대표조직이 형성돼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시·군·구청에서 그다지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이 아파트입대위의 결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경우에는 행정권과 사법권의 개입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

반면, 주민자치회를 둘러싸고는 이런 역할분담이나 권한 부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매우 미미한 정도의 사무권한을 이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주민자치회의 시범실시 한 곳을 분석해 보면, 4000여 개의 자치구청의 행정사무 중에서 주민자치회의 자치사무로 이관 가능한 것은 10여 개에 불과하고, 그것도 비예산사업에 치중돼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즉, 여전히 자치단체장이나 행정공무원들의 인식이 주민자치회를 ‘봉사활동’ 정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될 수도 없고, 주민성을 함양할 수도 없다. 봉사활동을 잘하는 사람을 주민자치회의 위원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서는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소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다스림이다. 다스림은 ‘의사결정’이다. 다스림은 인치가 아닌 법치다. 그래서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법 만들기’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단지에 아파트관리를 위한 정관을 제정하고, 이 정관에 따라서 대표도 뽑고, 관리비도 징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마을조례만들기, 마을플랜만들기, 마을예산 참여하기 등을 통해 물리적인 마을만들기만이 아니라, 마을의 공공성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골격 만들기가 이뤄져야 한다. 이점에서는 주민자치회의 리더는 법·도시계획·행정관리에 대한 지식과 조직운영에 대한 경험 등이 요구된다. 물론,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풍부하게 가진 사람도 주민자치회의 리더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한 정도의 법학·행정학·자치학·도시계획학 지식 등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사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주민자치의 리더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지만,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특정한 엘리트만의 참여를 자격이나 조건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 지역에서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다. 오히려 법을 만드는 법치가 주민자치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을 만들려면, 주민들의 대표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자와 집행기구 직원의 자격과 조건

주민자치는 근린생활자치를 하는 공간에서의 다스림이다. 다스림의 내용이 생활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근린생활공간에 사는 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필요한 공공생활서비스를 결정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치가 되지 않고 법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근린생활자치공간을 규율할 정관(조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주민의 권리와 의무,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총회나 자치대표회의 기관구성, 관리세원의 규정, 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한 조직화, 예산심의의결, 주민참여 등에 대한 규정이 규정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된다고 한다면, 어떤 자격과 조건을 구비한 사람을 선출하는 것인가는 그 지역의 주민들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단, 이곳에서 주민자치의 대표자로 활동한 사람들이 정당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는 조건은 필요하다. 또 근린생활자치의 공간에서 대표자로 활동한 사람들이 향후 5년간은 정치적 대표자로서 출마하는 것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 또 집행기구 직원들은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무국장의 경우, 자치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주민자치회의 사무국에서의 근무경력이 최소한 10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둘 필요가 있다.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은 계약사무과 회계사무에 대한 자격증이나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근린생활서비스를 공급하는 시행업자들은 서비스 공급에 대한 인허가를 받은 유자격자여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대표로 선출되는 사람은 주민총회에서 선출된 사람이어야 한다.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은 사람이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주민자치회의 경우에는 2/3의 찬성을 얻는 사람이도록 규정을 강화할 수도 있다. 임기기간 동안 주민자치를 위한 공약을 3~5개 정도로 제시하고 그것은 반드시 이행하도록 돼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대표는 3인, 5인, 7인, 9인 정도의 홀수로 정하는 것이 좋고, 합의제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임제가 되면, 주민자치의 권한이 집중돼 투명성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합의하고 토론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과 결정에 대해서는 공동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무국 직원은 주민자치를 위해 근린생활서비스로서 그 지역의 필요와 특성에 따라서 숫자를 정할 수있다. 그리고 주민자치관리비 예산범위 내에서 인원을 채용한다. 직위분류제로 채용하고, 임기 5년마다 재임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주민자치회 운영자들의 조건과 자격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시민성을 갖고 자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 교육을 초·중·고에서 부터 실시하고, 작은 규모의 자치를 실제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플라톤의 국가라든지, 로크의 시민정부론 등과 같은 인문고전을 읽히는 노력도 주민자치회가 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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