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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 ‘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주민들 의사 대변하는 협의체 기능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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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정부 추진 주민자치회, 정말 ‘주민의 자치’는 가능한가] 주민들 의사 대변하는 협의체 기능이 우선
  •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 승인 2016.02.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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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중심의 거버넌스, 말은 좋지만 과연 어떻게?
행정기관과의 협력관계 형성, 주민의 이해관계 수렴·조율 필요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협치(協治)’를 의미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치(統治)’를 뜻하는 ‘거번먼트(government)’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20세기까지의 국가중심 사고체계 하에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계층제적 통치체제가 일반적이었다. 정부의 권한과 역할은 막강했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 경제발전까지 국가가 나서서 챙기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국가를 ‘통치’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지금까지도 어쩌면 당연시 되고 있는데,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을 당연시 하거나, 혹은 국가에 세금을 냈기 때문에 이웃의 복지나 안전을 정부가 다 해결해줄 때까지 팔짱끼고 ‘나몰라라’하는 행태들은 어쩌면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주민자치회, 협의체인가 끈끈한 조직인가?

각설하고, 특히 21세기에 들어서 ‘거버넌스’라는 말이 회자된다는 것은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 정부가 단독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추진함으로써, 즉 ‘통치’를 통해 공공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그럴까? 과거1960~1980년대의 고도성장기와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해본다면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과거에는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단순했고, 지금처럼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상대적으로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의 역량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경제성장이란 ‘정부주도’로 한정된 자본을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투자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양적인 팽창을 견인하는 발전전략이 상대적으로 유효했다고 볼수있다.

다만 요즘은 과거보다 경제구조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경제주체가 거래관계망을 맺으면서 이해관계가 더 첨예해졌다. 이런 복잡성과 다양성 하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부 주도의 약빨이 떨어지고, 오히려 경제발전이던 무엇이던 민간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민간부문의 고도화와 역량의 제고는 과거 정부의 주도성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를 가져오게 했다. 공공부문의 엘리트 관료들이 직접 나서는 정책보다는 다양한 민간 부문들이 스스로 혁신과 창조를 통해 잘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잘 만들어 주는 정책, 즉 민간부문과의 역할분담에 기초한 협력적 거버넌스로서의 ‘협치’가 보다 전략적으로 우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공공정책의 기본 전제로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 여기서 민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주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주민자치 활성화 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특히, 과거와 달리 대규모 시설의 유치나 개발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의 의사가 굉장히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최근 유럽이나 일본의 지방재정 악화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에 사회서비스가 제때에 공급되지 못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의사를 대변할 주민자치적인 의사결정 조직이 필요하게 됐다. 게다가 이런 주민조직은 임의적이며 사적인 모임이 아닌, 주민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는 공식적인 주민협의체가 돼야만 한다.

‘주민자치회’는 국가발전의 이런 과정 속에서 그 역할이 규명됐다. 민의를 반영해 행정기관과 협력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스스로 혹은 관과 협력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개발사업이나 발전계획에 있어서 주민들을 위한 사업추진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을 대표하는 ‘주민자치기구’로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됐다. 앞서 주민자치조직이나 공식적인 주민협의체와 같은 표현을 썼지만, 자조적인 이웃 돌봄과 같은 민관협력에 기초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지역발전 계획이나 개발사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주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임’이나 ‘협의체’와 같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넘어서 보다 끈끈한 ‘조직’으로서의 기능도 동시에 부여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원론적으로협의체지만 보다 능동적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직접 주관하는 ‘기구’로 확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협의체에서 필요한 거버넌스와 참여 촉진

다만, 필자는 주민자치회는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주민들 간’의 협의체로서의 기능이 우선된다고 판단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러한데, 스스로 이웃을 돌보는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기에는 경험이나 역량이 일천하고, 또 대부분의 지역발전 계획이나 개발사업들이 정부나 큰 규모의 기업체 및 자본가 등에 의해 수행되기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거나, 혹은 스스로에게 필요하나 국가가 제공하기에 어려운 사회서비스 등을 주민주도적으로 제공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아직까지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더 많이 진보하지 못한 채 행정기관의 공식적인 주민파트너에 불과하므로, 주민들간의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행정 등 상대방과의 협의를 진행하는 채널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자리창출이나 물가안정, 소상공인 지원 및 지역산업 육성 등은 물론 안전, 보건, 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시책사업들을 추진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모든 지역에서 일률적으로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지역마다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등 지역의 특성에 맞게 사업의 규모나 대상, 시기 등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있다. 주민들은 이 때 제시된 시책사업들을 피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보다 능동적으로 스스로에게 필요한 사항들을 행정기관에 전달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해야만 스스로 낸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주민생활에 필요한 공공업무나 사회서비스와 관련돼 이렇게 협의와 참여가 필요한 사항들은 <표1>에 제시된 바와 같다.

[표] 협의체로서의 주민자치회 사무
[표] 협의체로서의 주민자치회 사무

이 경우의 주민협의체에게 요구되는 거버넌스는 첫째,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소방·보건시설·복지시설·교육기관·문화시설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첫 번째를 위해서는 주민의 대표성을 지닌 조직으로써 평상시 관련된 기관들과의 연락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특정사안이 발생할 경우,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교환하며, 의사결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협의가 필요한 상황과 쟁점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논의의 장을 활성화시키는 역량이 필요하다. 특히, 서로 이해가 상반될 수 있는 사람들간의 의견조율은 물론, 가급적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민계층들을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주민들간의 원활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를 마련할 때, 우리는 항상 “왜 주민들은 참여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스스로 갖는다. 거버넌스를 어찌 그리 쉽게 할 수 있겠는가? 거버넌스의 첫째 조건인 참여를 위한 핵심적인 문제는 ‘이해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즉, 행정과의 협의에 있어서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들을 아무리 뜯어 말려도 누구나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반면, 자기랑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오라고 해도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주민자치협의체는 그 리더가 어떤 안을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행태를 보여도 곤란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정보를 주지않고 주민들과 무관한 사안으로 치부하는 것도 곤란하다.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입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적절히 알려주는 것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충분한 숙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결사체에서 필요한 거버넌스와 자원 동원

바로 이 점이 협의체를 넘어선 보다 ‘끈끈한(bonding)’ 형태의 ‘조직(혹은 결사체)’으로서 주민들을 엮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흔히 한국사회에서 마을공동체가 해체돼 사람들이 응집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보여주는 엄청난 응집성과 무서울 정도의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볼때에 과연 한국사회가 공동체가 해체된 사회가 맞는지 가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되고 있는 자원들을 고갈시키지 않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은 정부의 정책도 아니고, 훌륭한 기업도 아닌 자원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사람들간의 적절한 이해관계망, 즉 ‘경제 거버넌스’임을 역설한 바 있다. 상호 적절한 견제와 신뢰 하에서 형성되는 규범은 사람들의 일탈을 막고 질서를 창출한다.이른바 ‘자기조직화’며, 적절한 거버넌스는 이런 생태계적 질서를 의미한다.

이런 ‘이해관계의 합치’는 결국 느슨한 네트워크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혹은 필요시 강한 관계망의 결사체로 전환시키는데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혹자들은 지역내에서 ‘공유자산(commons)’을 만드는 것이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그 이해관계의 균형점에서 주민들간의 규범과 신뢰가 쌓이고, 외부로부터의 간섭에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 지역공동체의 실체는 이렇게 무엇인가 공유되고 있는 자산이나 가치를 통해 형성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단지협의체에서 벗어나 공공과 협력을 통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독자적인 주민자치 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지역의 공유자산과 관련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공유자산을 형성하는 활동을 하거나, 혹은 이미 존재하는 공유자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이 결사체로서 주민자치회가 추진해야할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점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자원의 동원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서 협의체로서의 주민자치회에서 필요한 거버넌스를 논하면서 참여의 기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언급한 바 있는데, 결사체로서 실제적인 업무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적절한 인력과 조직화 역량, 전문성과 기술, 물자와 자금, 다양한 이해집단과의 네트워킹 등 약간은 다른 방향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예컨대 <표2>에 제시된 주민자치회가 수행할 수 있는 위탁사무나 자치사무들을 본다면, 이를 주민자치회의 책임 하에서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인력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고, 이들은 주민들이나 주민자치회 내부의 자원만 갖고 수행하기가 쉽지 않음은 명백하다.

[표2] 결사체로서의 주민자치회 사무
[표2] 결사체로서의 주민자치회 사무

결과적으로 이런 활동이나 사업에서 요구되는 자원들을 제공할 기관·단체나 사람들을 네트워킹하고 계약 등 적절한 유기적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자원들을 동원하는 것이 사업을 수행하는 결사체 조직에게 요구되는 ‘가교적(bridging)’ 혹은 ‘연계적(linking)’ 거버넌스 역량이라 볼 수 있다. 협의 업무나 위임사무와 같은 협의체로서 기능할 때에는 지방자치단체라는 파트너와 적절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주민자치회 내부의 인력과 자원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지만, 위탁사무나 자치사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내부에서 별도의 T/F팀 등의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이들이 이런 업무를 전문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자원들을 조달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당사자들간의 협력과 지원체계 마련

이상과 같은 주민자치회의 거버넌스 추진방안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주민자치회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본다면, 주민자치위원이나 지역 주민,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지역 이해당사자들이 이들 결사체적 전담조직을 지원하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내부의 규정을 적절히 정비하고, 관련된 활동이나 사업의 정보를 공유하며, 주민자치회 내부의 행·재정적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읍·면·동사무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관련된 지역내 행정기관, 공기업이나 학교 등 공공부문은 위탁사무나 자치업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 내·외의 회사나 단체, 기관 등이 사회공헌활동(CSR) 차원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재단들을 설립하거나, 혹은 지원기금 등을 운영하는 곳들도 많이 있어, 주민자치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결사체로서의 다양한 주민자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자원을 동원하는 것은 단지, 주민자치 활동을 위한 것뿐이 아닌 중장기적인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산업단지나 대규모 산업시설 인근의 주민들은 산업시설의 운영자들과 정기적인 간담회 등의 관계망 형성을 통해 상생기금과 같은 형태의 자원풀을 구축한다든지, 혹은 군부대와 주민의 협력을 위한 다양한 대화를 반복한다든가, 인근 학교·사회종교단체 등과의 협력도 단순한 자원동원을 넘어선 보다 바람직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이런 행복한 미래의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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