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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_호주의 쌍방향 소통 고속도로 ‘프리싱트 위원회’] 소통이란 대동맥 고속도로를 건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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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_호주의 쌍방향 소통 고속도로 ‘프리싱트 위원회’] 소통이란 대동맥 고속도로를 건설하다
  • 김상욱 객원기자
  • 승인 2015.04.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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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쉼 없이 실어 나르는 운용체계 구축
호주에서는 쌍방향 소통 고속도로 ‘프리싱트 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세상에는 벽과 울타리 등 구획을 짓는 예가 많다. 공간 차원에서 보면 시·군·구, 읍·면·동 등으로 구획 짓고, 그 안에 거주하는 주민에 의해 일상사를 해결하며, 주민에 의해 행정기관과 논의를 거쳐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런 것을 흔히 주민자치, 또는 주민직접 참여민주주의라고도 한다.

이렇게 일정 면적으로 구획된 곳을 ‘프리싱트(Precinct)’라고 한다. 각 나라마다 이런 구획의 이름은 제각기 다르지만 호주에서는 이를 프리싱트라 하고, 각 프리싱트에 ’위원회‘를 두고 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프리싱트 위원회(Precinct Committees)’를 통해 주민의 민원을 주민과 함께 해결해 나간다. 프리싱트 위원회에 속하는 주민은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무엇보다도 공개포럼을 통해 주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 이 프리싱트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합의한 것들을 통해 해당 지방정부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일방적, 일률적 지시가 없는 주민의 자발적 토론, 그것도 공개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일처리를 한다. ‘일회용 문화(throwaway culture)’가 아니라 지속적인 토론문화가 활짝 피어오른 논의의 장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공개포럼의 꽃 프리싱트 위원회

프리싱트 위원회를 일반적으로 ‘지구(지역)위원회’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지구 위원회는 주민이 주도하고, 지구(지역)의 설정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한다. 호주의 지방자치법에 근거로 한 이 프리싱트 위원회는 지난 1980년에 최초로 이뤄졌다. 지방정부는 이 위원회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재정문제는 지방자치에서 주관하지만 주정부 및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가 정기적으로 정보도 제공하고, 재정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첫째, 개방행정(opening administration)을 통한 행정서비스(administrative service)를 제공해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행정에 더 많이 반영하고자 하는데 있다.

둘째, 1980년 처음으로 호주의 노스 시드니(North Sydney)에서 프리싱트 위원회가 도입됐으며, 후에 뉴사우스 웨일즈주(NSW주)에서 일부 지방정부에 프리싱트 위원회를 두게됐다.

셋째, 프리싱트 위원회를 채택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열린 정치 또는 행정(open government), 그리고 지자체의 의사결정 관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또 지자체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발언권 행사를 하게 해달라는 주민의 요구를 지체없이 반영한데서 프리싱트 위원회가 존재하게 됐다. 다시 말해 주민의 자발성이 지방행정기관의 공개행정과 맞물려 위원회가 탄생하게 됐다. 따라서 호주에는 주민 자발적 위원회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프리싱트 위원회 구성과 주민참여

이 위원회는 의장, 서기, 임원 등으로 이뤄진 ‘집행위원회’가 있다. 집행위원회는 집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매년 ‘주민총회’에서 위원을 선출하고, 보수가 없는 명예직으로 운용되고 있다. 주민총회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집행위원회는 주민총회의 위임을 받아 필요에 따라서는 수시로 회의를 열고, 집행위원회와 주민총회를 합해서 ‘프리싱트 위원회’라고 한다.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주민은 지방정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프리싱트 내에 거주하는 사람, 지방세 납부자, 즉 토지 소유자, 지역 안에서 영업을 하는 사업 경영자 등이 집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때로는 지방정부의 지방의원이나 지방공무원 등도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그들은 단지 주제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것으로 국한돼 있다. 주민과 함께 공개토론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위원회에 대한 운영은 집행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회의 장소는 지역 내 학교, 또는 공동체 건물이나 지방정부청사 등이다.

주민을 위한 서비스중심의 지방행정기관

지자체는 주민 중심의 프리싱트 위원회의 집행위원회회의 개최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집행위원에 대한 정보를 주민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해준다. 또 이 위원회를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공무원을 두고, 지자체와의 연락, 조정 등의 업무를 한다. 전담공무원은 일방적인 의사결정이나 통보 등을 하지 않는다. 그 공무원은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한다.

지자체는 반드시 프리싱트 위원회의 집회에 관한 사항들을 고지하고, 다양한 홍보물이나 인쇄물 비용지원을 위해 미리미리 예산을 확보해 둔다. 이런 역할을 지자체가 하고 있어 위원회는 지자체의 정책이나 시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는 하지만, 최종결정은 지자체 행정기관에서 한다.

또 지자체는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미리 위원회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는 것이 주요 일이다. 위원회 참석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참석하는 담당공무원은 위원회에 참석, 주제관련 설명을 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지자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리싱트 위원회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은 참석은 하지만 ‘의원의 발언은 제한돼있다’는 점이다.

호주 프리싱트위원회 주민예술문화행사.
호주 프리싱트위원회 주민예술문화행사.

쌍방향 소통의 전형, 위원회와 주정부

주로 건축, 개발의 조건, 쓰레기 처리, 교통문제, 폐기물 관련 등 해당 당국의 행정 분야 전반에 대해 협의를 거치며, 여기서 간추려진 내용들은 주정부로 올라간다. 주정부는 정책수립을 할 때에는 프리싱트 위원회의 자문을 구한다. 다시 말해 주민의 의견이 위원회에서 협의되고 수렴된 것들을 주정부에 건의하고, 주정부는 다시 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이른바 ‘쌍방향(Two way communication)’을 거친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주정부에서는 지방정부의 의사결정에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정책, 행정서비스와 관련한 여러 정보와 자료 등을 정기적으로 위원회에 제공하며, 결의된 주민의 의사를 정책이나 시책에 적극적으로 반영을 함으로써 주민과 위원회, 그리고 지자체와의 소통이 막힘이 없으며, 이로 인해 주민의 지자체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서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보고있다.

또 예를 들어 노스 시드니의 경우 사무용품 구입비, 행사지원비, 집행위원이 소송을 당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료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장애요인(bottleneck)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부담 없이 활발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

노스 시드니 프리싱트 위원회 사례

현재 노스 시드니 프리싱트 위원회(Precinct committeein North Sydney)는 예를 들어 앤더슨, 베네트, 에드워드, 해리슨, 밀슨, 스탠턴 등 26개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노스 시드니위원회는 ‘공개행정’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주민과 현안 문제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상담(컨설팅)을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해 가는 것이 목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커뮤니티 프리싱트 시스템(Community Precinct system)’을 1970년 말쯤 도입하고 주민, 노동자, 학생, 토지소유자 등이 지구위원회에서 활발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위원회는 주민에 의해 운용되고, 자문도 받는다. 위원회 회합은 공개포럼이며, 누구든지 참석 가능하고, 공동체 문제라면 무엇이든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의는 앞서 언급했듯이 ‘쌍방향 소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주민 상호간의 소통은 물론, 주민과 주민총회, 주민총회와 위원회, 집행 위원회와 지자체, 지자체와 주정부, 주정부와 중앙정부로 이어지는 ‘소통로(Communication Way)’가 막힘이 없도록 공개, 투명성, 자발성, 참여성, 적극성 등을 최대화 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시스템이 완성돼 오고 있다.

노스 시드니위원회에는 총무관련부서, 시(市) 전략부서, 커뮤니티 및 도서관서비스담당부서, 기업서비스부서, 기술(엔지니어링) 및 재산 관련 서비스부서, 공간 및 환경서비스부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무부서의 경우 계약관리, 법률서비스, 구매서비스, 위험관리 등을 담당하며, 시 전략부서에서는 행정서비스, 개발 관련 서비스, 환경 및 건축물 환경영향평가서비스, 통합적 기획 및 사회적 프로젝트, 전략기획, 주차장서비스, 인력서비스 등을 맡고있다.

기업서비스부서의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 및 행사, 고객서비스, 서류관리서비스, 재정 관련 서비스, 정보기술서비스 등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 또 위원회의 정책은 매뉴얼화돼 있다. 내·외부의 자료들을 망라, 채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자료의 내용은 반드시 ‘살아 있는 정책 가능 자료’를 원칙으로 한다. 형이상학적 자료나 학술적인 자료는 그저 참고로만 이용된다. 이 정책 매뉴얼은 매4년마다 갱신된다.

프리싱트 위원회가 주는 시사점

주먹구구는 가라 시스템만이 살길

전시행정, 성과제일주의, 무사안일주의를 배척하기에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은 ‘체계화(systematic)’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을 바탕으로 하지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현문우답’이라는 말을 했듯이 현장에 문제의 답이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현장을 근거로 한 시스템 구축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말만은 필요 없다 매뉴얼이 정답

아무리 우수한 공무원, 뛰어난 주민이라 할지라도 질서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질서 있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일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표준매뉴얼(basic manual)’이 만들어져야 한다. 말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 없다. 사람이 바뀌어도 그 매뉴얼을 통해 일의 중단 없이 계속적인 업무,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현장에서 나온 것들을 체계화한 것을 토대로 기본매뉴얼을 작성, 활용해야 한다.

현장 주민 의견이 정책의 원재료

국가는 행정단위로 구성되고, 그 행정단위는 또 지방단위로 이뤄져 있다. 나아가 아무리 작은 공동체라도 현지의 주민 없이는 근본부터 이뤄질 수 없다.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주민이 현장이요, 현장이 바로 정책수립의 원재료를 제공해준다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사항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원재료가 불량일 경우, 최종 제품도 불량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컴퓨터처럼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age In, Garage Out)’는 상식을 항상 생각속에 담아 놓아야 한다. 좋은 재료는 현장주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소통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라

경부고속도로 건설 후, 이를 두고 ‘대동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체에 동맥이 없으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행정에 있어서 현장(일터)인 주민의 의견을 실어 나르는 고속버스와 같은 것, 즉 소통채널을 구축하고, 늘 운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로가 아무리 좋아도 그 위로 실어 나르는 물건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듯이 소통채널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끊임없이 오가야 한다. 그 의견 혹은 아이디어 가운데서 빛나는 정책의 재료들이 나오게 된다.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찾는 길이 빠르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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