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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이젠 마을복지 자치 시대] 복지전달체계 넘어 핵심은 주민자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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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이젠 마을복지 자치 시대] 복지전달체계 넘어 핵심은 주민자치다
  • 기현주 서울시복지재단 지역복지본부 복지공동체팀 과장
  • 승인 2015.0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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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실태)과 해소방안
마을복지 환경에 맞는 인력확충과 행정지원 필요
기현주 서울시복지재단 지역복지본부 복지공동체팀 과장.
기현주 서울시복지재단 지역복지본부 복지공동체팀 과장.

얼마 전 동복지협의체를 운영하는 자치구에서 주최한 주민교육을 간 적이 있다.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동복지위원 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마을복지 강의였다. 동복지위원은 ‘사회복지사업법’ 제8조 및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른 읍·면·동 단위 복지위원이다.

이렇게 많은 주민이 평일 낮 시간 한 자리에 모여 마을복지를 고민한다는 사실이 정말 새로웠다. 강의장을 찾아오신 분들 중에는 통·반장으로 마을활동 경험이 있는 분도 있고, 동복지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새롭게 마을활동을 시작한 분도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마을복지 활동사례를 들은 주민 중 한 분은 (다른 주민의 무관심 속에서도) “어떻게 마을복지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가”라고 질문을 했다. 동료들과 마을 주민이 함께 서로 독려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는 당연하게 느껴질 법한 이야기로 답변을 했는데, 답변보다는 오히려 주민의 질문에서 더 큰 울림을 느꼈었다.

“아,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구나!”

즉, 새로운 사람들이 마을복지 영역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복지에서도 마을, 주민자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복지확대? 체감도는 여전히 낮아

언젠가부터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고, 복지확대는 아주 당연한 공약이 됐다. 하지만, 현실은 누구나에게 동등한 권리로서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특정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잔여적이고 선별적인 복지정책이다. 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의 대부분은 특정계층에 집중돼 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라 주민 대부분은 복지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올해 기초노령연금 실시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등 굵직한 복지 이슈들만 봐도 그렇다. 이슈의 핵심은 공약이든, 사회적 요구든, 결국 복지확대는 필연적 선택인데 반해 복지확대를 위한 비용마련은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확대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막상 복지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수준이라 복지증세, 복지비용을 마련하는 것에서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잔여적이고 선별적인 복지정책 기조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더 많이 양산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다른 문제는 대면활동을 하는 현장 복지전달체계의 구조에 있다. 주민이 복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창구는 대게 동 주민센터나 복지기관들인데, 이런 창구들은 이미 법이나 제도로 정해진 업무가 너무 많고, 업무의 대부분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복지전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업무과중이나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고충 또한 크다.

292개 복지사업 중 197개 사업을 지자체에서 전달(교과부 4대 교육비 지원, 국토부 주거복지, 보훈처 국가유공자 의료급여 등)하고 있으나, 동 주민센터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평균 3.2명으로 신청·접수 중심의 단순 행정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참고: 보건복지부, 2013).

또 부처나 기관 간의 행정칸막이로 주민의 복지욕구에 대한 담당자의 판단이나 연계과정이 미흡한 문제, 복지서비스의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주민의 새로운 복지욕구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민과 접점이 높아야 할 동 주민센터나 복지기관이 오히려 어떤 필요(복지급여를 받거나 복지서비스를 받아야하는 경우나 행정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찾아가지 않는 곳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복지정책이 갖는 구조적 한계와 복지전달체계의 깔때기, 칸막이 문제로 인해 아래로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실현하는 상향식 의사결정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든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효용가치를 논하기 어렵다. 특히, 복지는 사회의 필요와 주민의 체감 사이의 간극 사이에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주민의 참여를 높여야 하는 영역이다.

다행히 최근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자치구나 읍·면·동단위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마을계획, 주민모임 지원 등으로 마을활동에 주민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마을공동체 회복의 흐름이 복지와 만나면서 복지체감도 문제,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주민과 함께 풀어보려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마을복지다.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시도

마을복지라고 하면, 뭔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복지의 대상을 특정계층이 아니라 마을(지역사회)로 보는 것이다. 이는 이미 전통적인 복지영역에서 실천해 오던 영역이기는 하지만, 보다 마을 중심으로, 보다 주민을 중심에 두고 복지를 실천해보고자 하는 지향점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을복지를 위한 시도는 공공과 민간 가릴 것 없이 다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중앙정부 중앙정부에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동 주민센터에 복지기능을 강화하는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구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2012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 5월, 추진계획을 수립해 진행 중임). 기존의 동 주민센터에 복지인력을 충원하고, 일반행정업무는 시·군·구로 이관, 복지동장제를 도입하는 등 복지기능 위주로 개편하고자 한다. 도시형은 동 주민센터를 복지허브 기능으로 재편하고, 농촌형은 기존의 희망복지지원단(취약계층 사례관리를 통한 공공·민간의 서비스·자원을 맞춤형으로 연계하는 통합서비스 제공부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서울시 서울시에서도 ‘동마을복지센터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동주민센터에 복지기능을 강화하면서 민관협력 모델개발과 복지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지원을 추진한다(2014년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지역 선정 후 2018년까지 서울시 전체 동에 확산하는 계획임).

이처럼 공공에서는 복지의 접점을 확대하고, 복지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한정된 공공자원을 필요로 하는 주민에게 전달하는 등 복지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마을복지를 접근하고 있다면, 민간부문에서는 주민자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실천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복지관 마을에서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인 사회복지관은 보다 많은 주민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관의 사업에 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복지관 직원들은 사무실보다는 마을에서 일하는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면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주민의 욕구가 마을의 필요로 모아지는 과정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민리더가 마을에서 자리 잡도록 돕는다.

서울에서는 마을공동체지향복지관이나 나눔이웃 활성화사업과 같은 복지관을 중심으로 변화(서울시에서는 25개 자치구의 81개 협력기관이 마을복지활동에 동참하고 있다)의 바람이 불고 있고, 부산이나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복지관을 거점으로 주민만나기를 추진한 결과, 많은 주민이 마을복지활동에 동참하게 됐고, 주민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마을의 공식·비공식 자원을 자발적으로 연계하는 등 복지제도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풀뿌리시민단체 풀뿌리시민단체에서도 복지와 결합하는 움직임이 있다. 복지사각지대 문제해결을 위해 풀뿌리시민단체도 복지서비스를 발굴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서울시의 희망온돌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마을복지활동을 주제로 지역의 다양한 풀뿌리시민단체, 복지관, 복지단체, 주민조직 등이 네트워크 하면서 어려운 주민을 돕고, 또 자발적인 복지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거점 기관에는 긴급기금을 지원해 마을단위에서 복지사각지대를 대응하는 힘을 키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제도 또한 마을단위의 복지네트워크가 공식화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틀이 된다. 즉, 모든 시·군·구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활성화 대책이 추진 중으로 지역 내 자원개발과 관리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희망복지지원단과 연계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고 있다(참고: 보건복지부, 2013). 뿐만 아니라 동 단위에서도 복지협의체를 꾸려 보다 적극적으로 복지와 주민자치 활성화 과제를 연계한 복지공동체 기반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복지활동 새로운 마을복지조직을 통해 주민주도성을 살리는 마을복지활동도 있다. 오로지 마을의 욕구, 주민 주도로 상향식(Bottom-up) 복지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대안모델이 동보다도 더 작은 마을단위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주민의 기부역량과 필요를 지역화폐로 만들어 이를 구실로 복지공동체를 꿈꾸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대안모델은 주민 개개인의 욕구를 마을의 필요로 전환하면서 보다 주민이 자연스럽게 마을복지활동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밀착 복지의제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하고 있다.

이같이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시도가 전달체계 개편이나 복지체감도 향상에만 머물기보다는 마을단위의 복지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서로 잘 연계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공공에서는 주민욕구를 수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에서는 주민참여 기회확대를 통해 주도적인 주민리더를 많이 배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마을복지는 전달체계를 넘어 마을 내 주민자치를 이루는 목적을 달성할 때 의미가 있다.

적정 환경조성 반드시 필요

공공과 민간을 마을단위에서 씨줄과 날줄로 서로 잘 엮기 위해서는 마을복지를 위한 적정 환경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복지를 위한 공공의 준비 동단위 복지허브에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전달하는 업무의 비중을 줄이고, 주민 대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또 복지뿐만 아니라 자치행정, 경제(사회적 경제) 등 공공영역의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행정칸막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지 않도록 전담인력에 대한 마을복지 교육훈련과 함께 성과지표나 실적관리 방안을 새롭게 개편, 민간 복지기관과 단체들과의 파트너십 형성 등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인력확충 필요 마을복지를 조력할 새로운 인력확충이 필요하다. 마을에는 정해진 사업을 수행하는 인력보다는 주민을 만나고,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주민을 조력하는 소위 ‘잉여력’이 필요하다. 영화 홍반장에서 나오는 오지랖 넓은 마을사람이나, 일본 몇몇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지역복지 코디네이터 제도와 같은 조력자 역할이다.

일본 요코하마 시는 지역케어플라자(개호보험 서비스와 지역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 우리의 사회복지관과 유사한 형태)에 지역코디네이터 1명이 지역 주민조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코디네이터의 실제 업무는 주민만나기, 주민조직 지원하기, 주민조직간 네트워크 지원하기 등 주민이 지역 활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기존의 통·반장이나 새로운 복지위원 등 주민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주민 주도력이 형성되기 전 단계의 마을에서는 별도의 조력자 투입이 필요하다. 서울에서는 마을상담원, 마을기업 인큐베이터, 청년혁신일자리 등 다양한 마을복지일자리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비정규 일자리로 활동지속에 한계가 있지만, 시범 일자리를 통한 마을복지 사업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향후 시행될 마을복지 추진인력의 역할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유연한 예산사용 기반 필요 마을복지에 가장 핵심적인 주민주도성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주민이 발의하고, 주민이 추진할 수 있는 마을복지예산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예산의 범위도 더욱 확대하고, 주민에게 권한을 더욱 이양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기금조성을 통한 지역재단 설립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물론, 마을복지가 모든 복지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주민참여가 확대되고, 마을의 복지욕구가 반영되도록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두면서 국가복지의 근간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보완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복지의 핵심은 주민자치다.

주민이 마을에 관심을 갖고, 마을의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돌보는 돌봄공동체이자 마을단위 복지지원체계를 만드는 복지생태계 조성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에서 활동할 주민이 중요하고, 주민의 힘이 마을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모아져야 한다. 마을복지는 절대로 하루 이틀 만에 뚝딱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공공이 먼저 앞서나가지 않고, 주민과 발맞출 수 있어야 한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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