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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마을 보건의료자치 시대] 일차의료 강화 및 지역 예방보건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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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마을 보건의료자치 시대] 일차의료 강화 및 지역 예방보건체계 구축
  •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인하대학교 의대 교수
  • 승인 2014.0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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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협이 마을(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
민주화 진전과 선진의료복지체계 구축에 큰 밑거름
공익적 의료복지체계 정착은 시민사회 역량에 달려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인하대학교 의대 교수.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인하대학교 의대 교수.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시민의 건강과 의료복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일차의료기관의 의료 질은 낮고 왜곡돼있다. 의료기관 경영여건은 악화되면서도 소비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늘어가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여러 형태로 감지되고 있는데, 이런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구조, 의료의 왜곡의 심각한 문제가 문제로서 아직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역 주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과 의료인들이 함께 세운 의료기관이 바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이다. 1994년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창립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시민 참여와 마을공동체를 근간으로 의료생협이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이지만 정부의 관리 소홀로 유사의료생협이 최근 늘어나 의료기관의 상업화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자, 시민참여형 의료생협은 새로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 공공성을 높이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 의료사협으로 모두 전환하고 있다. 현재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의 유일한 연합회가 지난해 10월에 창립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다.

의료사협, 획기적인 발전모델

의료사협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진료사업의 내용을 정해서 진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개발, 의료기관의 투명한 운영과 의료 질 관리의 획기적인 발전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사회로의 진입,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집중되는 건강피해, 늘어나는 의료복지요구 등을 감안할 때, 의료복지 분야는 협동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다. 향후 한국의 미래는 건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 의료사협은 의료인과 지역 주민이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시민의 건강할 권리를 확대해온 귀한 전통을 이룩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진전과 선진의료복지체계 구축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의료인과 시민이 만든 이런 공익적인 의료복지체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의 발전과 그 역량에 달려있다.

현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체계를 시민의 건강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때문에 의료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될 것이다. 이런 의료비 상승, 의료 이용의 양극화는 현 의료체계를 개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업할 것이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를 잘 조직해간다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해 의료보장의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는 시민의 지지를 받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협동조합 연대회의가 출범했다.

시민의 참여하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보건의료조직으로 의료사협은 분명 기존의 민간, 공공부분과 구별돼 제 3부분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제 3부분으로서 의료사협이 마을에 기여하는 방안은 다음의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 시민참여 중시되는 보건의료체계 구축

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시민의 참여를 가능케 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의료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 분야에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quality assurance)에 있어 시민의 참여는 이제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일차의료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체계는 비용절감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 널리 인정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료 시범사업, 주치의제, 최근에는 단골의사제 등으로 시도가 되고 있지만, 이것을 추진할 의료조직, 주민의 참여가 확보되지 못해 성공적인 결실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 나라의 의료체계 근간을 이루는 일차의료모델, 지역예방보건사업모델을 만드는 일로 의료개혁에 있어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의료사협은 지역 주민의 협동과 자치를 중시하고, 그 자체가 주치의 제도, 시민참여의 지역보건의료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사협이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의 강화, 지역보건사업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지역사회에서의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정신보건서비스,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서비스, 지역사회에서의 영세사업장 건강관리를 위한 지역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치료 중심의 대형종합병원에서 수용하기 힘든 예방과 재활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개발해 지역사회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가는 것도 의료사협의 과제 중 하나다.

● 지역사회에 예방보건관리체계 구축

과거 건강문제가 단순히 영양부족이라든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된 것에 비해, 오늘의 건강문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만성질환이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질병 예방과 예방체계의 구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노인의료비의 급증으로 의료보험재정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각종 만성질환의 합병증 발생을 줄여줄 수 있게 만성질환의 여러 위험인자 등을 사전에 줄여주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이라고 보고를 하고 있다. 또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도 유해화학물질의 위협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만약 유해물질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공단 인근 열악한 주거환경의 서민, 영세사업장근로자, 여성, 어린이 등 사회경제적, 생물학적인 약자들이 우선적인 피해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기존의 사회경제적인 불평등 구조 속에서 사회적인 약자에게서 오염되지 않는 환경에서 살 권리마저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사협은 지역사회 내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을 추적 모니터링을 시행해 지역 주민의 건강에 위협할 원인들을 사전에 찾아 제거하고, 또 지역 주민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을 꾸준하게 진행함으로써 지역사회가 과도한 질병부담을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

● 고령사회에 대비한 의료·복지체계 구축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고령화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고령화 사회에 이미 우리 사회에 진입해있으면서도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및 의료 안전망이 제대로 못 갖춰진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 사회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돌봄, 복지 분야와 의료 분야 간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문제다. 복지서비스가 의료서비스와 연계가 되지 않아 상당수의 복지서비스 대상자가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당수의 대상자 역시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복지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의료사협은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마을 단위로 그룹홈, 데이케어서비스 운영 등 지역사회 노인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이들 시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노인들을 위한 사회 의료복지안전망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의료생협이 개호보험 도입에 적극적인 노력을 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의료사협이 개호보험도입, 노인들을 위한 재활 및 치료시설 구축, 자원봉사체계 구축 등 사회 의료복지안전망 구축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구조 개혁

현재의 의료체계가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구조를 가지고 있고, 의료 왜곡의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어 이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한 의료사협 역시 이 구조 안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의료체계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여러 시민, 의료인단체와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낭비적인 의료구조를 없애기 위해선 의료의 본격적인 구조와 연관돼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행위별 숫가제를 유지하는 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적절히 통제할 다른 방도가 없다. 일차의료에서는 인두제나 봉급제 등을 도입하도록 하고, 입원에서는 대안들(DRG 등)이 개발 적용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구조를 개혁함으로써, 의료사협은 의료비 급증으로 인한 의료 재앙을 사전에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보건의료기관과 복지기관이 분리돼 효율적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역사회 내에서 재활서비스, 노인수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 주민이 통합된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인수발보험의 도입, 의료복지 연계체계 구축을 위해 의료복지체계의 개혁작업에 의료생협이 여러 시민, 의료인단체와 더불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존 공공의료 부문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감시하고, 공공의료 부문 의료개혁을 촉진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공공의료 부문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병원이고, 당연히 시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은 마치 개혁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있다. 공공의료 부문이 개혁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개혁모임을 구성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이 부문에 관심을 가지도록 연계하고, 또 전문성의 뒷받침을 하는 것이 의료사협의 역할로 중요하다.

2003년 5월 2일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안산시 사동에서 어르신 건강 및 치과 검진을 하고 있다.
2003년 5월 2일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안산시 사동에서 어르신 건강 및 치과 검진을 하고 있다.

● 건강한 마을만들기

일상생활을 같이 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생활의 재검토와 재정립, 건강한 동네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마을만들기, 깨끗한 삶터 만들기의 형태로 여러 시민, 지역 주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건강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 의료사협들이 이런 활동이 전개하고 있는 만큼 환경·건강·교통·복지·문화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주민자치와 협동의 원칙 속에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가령, 인근 환경오염시설로 인해 천식 등 어린이 건강피해 발생의 구체적인 현안이 발생했다고 하자, 이럴 때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조사위원회 구성, 전문가의 자문을 통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수집,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구체적인 해결방안 도출, 지역 주민의 조직화와 실천역량 구축 및 해결 등으로 주민자치에 의한 힘으로 지역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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