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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을 자기 위해 해야 할 것 하지 않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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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을 자기 위해 해야 할 것 하지 않아야 할 것
  • 이혜원 이지브레인송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승인 2022.07.1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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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원장의 뇌건강과 수면이야기]
‘잠이 보약’. 수면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수면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함께 건강을 위한 3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불규칙한 수면습관과 불면증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혜원 이지브레인송파 원장 겸 이지수면센터 대표가 매월 칼럼을 통해 뇌건강과 수면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흥미롭게 풀어서 전달한다.

지난 연재에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좋은 수면은 태양 및 신체의 일주기리듬과 잘 연동된 자연스러운 잠입니다. 이 리듬의 조화를 방해하는 것은 모조리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잠에 좋다는 것 여러 개를 하는 것보다 잠을 방해하는 요인 하나를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불면증 개선에는 훨씬 효과적입니다.

 

잠에 좋다는 것보다 잠을 방해하는 요인 제거하기...‘수면위생 가이드

 

수면클리닉에 찾아오신 환자분들에게 마르고 닳도록 말씀드리는 수면위생 가이드가 있습니다. 하나같이 금과옥조이지만 너무 당연하고 흔해 보이는 내용이라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들과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기본정보를 수면위생이라고 합니다. 좋은 수면을 위한 수면위생 가이드에 대해 하나하나 조목조목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째, 전날 몇 시간 잤는지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세요. 1만 룩스의 태양빛에 해당하는 빛이 뇌를 자극하면 각성을 유도하게 되는데 기상해서 빛에 노출된 시간을 기준으로 대개 15시간쯤 뒤에 수면이 유도되게 되어있습니다. 이를테면 7시에 잠이 깼지만 암막커튼을 치고 좀 더 누워 있다가 10시쯤 커튼을 걷고 일어났다고 하면, 우리 뇌는 10시에 기상한 것으로 치는 것입니다. 10시부터 15시간 후에 졸리게 된다면 오늘도 또 12시 전에 잠들기는 그른 것이죠. 설사 밤을 샜더라도 내가 정해놓은 기상시간에는 꼭 일어나서 불을 켜거나 밖으로 나가 빛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오늘밤의 좋은 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침대는 오로지 잠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합니다. 침대에서 TV시청이나 독서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자꾸 불면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 점차 양성 강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졸려서 방에 들어왔다가도 침대만 보면 잠이 깨는 지경에 이릅니다. 침대만 보면 불면의 괴로움이 연상되면서 오늘밤에도 못자면 어떡하나걱정이 되고, 불안해지면 교감신경은 흥분하니까요.

셋째, 자다가 깨서 15분 안에 다시 잠이 안 들면 침대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니까요. 침대 옆에 독서용 의자와 독서 등을 두시기를 권유합니다. 사람은 보통 4-6수면주기로 자기 때문에 자다가 4-5번 정도 깨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깼다가도 보통 다시 쉽게 잠이 들죠. 문제는 깼다가 15분이 지나도록 말똥해지는 때인데 이럴 때는 침대 밖으로 나와서 의자에 앉아 작은 독서등을 켜고 다시 독서를 시작합니다. 독서하다 다시 졸리면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갑니다. 전혀 졸리지 않는다면 그 상태에서 그 날 수면은 끝내고 불을 켭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루 정도 못자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요. 또 오늘 잠을 설쳤으니까 오늘밤은 더 잘 잘 것입니다. 잘 잔 날 다음날은 조금 설치고, 설친 날 다음날은 좀 잘 자고, 대개 도시인들은 이런 패턴입니다. 매일 밤 꿀잠을 잔다는 분은 만나기 어렵지요. ‘이틀에 하루만 잘 자면 돼! 그게 평균이야라고 생각하시면 마음 편합니다.

 

일정한 시간에 기상’ ‘침대는 오로지 잠자는 곳’ ‘소음 조절

 

넷째, 빛을 조절하세요. 거실이나 침실 조명을 형광등보다는 조도가 낮은 백열등으로 바꾸고 저녁이 되면 더 어둡게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종류의 빛이라도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침실은 아주 깜깜한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침실에 TV는 절대 놓지 마세요! TV의 밝은 빛은 우리 뇌를 흥분시키고 낮으로 착각하게 하여 수면시간을 교란합니다. 침대에 누운 채로 TV를 보는 것은 더욱 더 나쁩니다!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 되어야 하니까요. 또한 아침에는 점차 희붐해지다가 밝아지는 태양빛의 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깨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암막커튼 보다는 부드러운 소재의 안대를 강추 드립니다.

다섯째, 소음을 조절하세요. 가장 좋은 것은 귀마개입니다. 특히 배우자의 심한 코골이 소리는 정말 만성적인 수면 방해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골이보다 더 신경 쓰이는 무호흡 소리도 마찬가지이죠. 배우자의 코골이 무호흡을 치료하기 전에는 귀마개를 쓰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똑딱똑딱 소리 나는 시계라든가 TV, 라디오 소리도 대개는 없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다섯째, 체온을 조절하세요. 침실은 어둡고 서늘해야 합니다. 자기 전에 따끈한 물로 샤워 혹은 15분간 반신욕이나 족욕 등을 해서 내 몸의 체온을 약간 올리는 겁니다. 이렇게 올라간 체온이 서늘한 침실에서 약간 식으면서 잠드는데 유리하게 됩니다. 밤새도록 체온은 점차 내려가서 새벽 3-4시경에 가장 낮아지게 됩니다. 전기장판이나 히터 등도 웬만하면 침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낮잠을 피하시고 특히 초저녁에 졸지 마세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수면사이클이 약간 앞으로 당겨져서 초저녁에 졸리고 새벽에 빨리 깨게 마련입니다. 심한 무호흡이 있는 분도 낮졸림이 없을 수 없습니다. 가장 졸릴 때가 저녁 드시고 소파나 안마의자 등에 앉아 TV 보실 때인데 이때 대개는 나도 모르게 깜빡졸게 되십니다. 이렇게 초저녁에 졸게 되면 입면에 필요한 입면호르몬을 다 써버리기 때문에 막상 밤에 자러 가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저녁 TV 시간에 너무 졸리시거든 소파에 앉기보다 서서 왔다 갔다 하면서 TV를 보시는 방법도 있고 차라리 동네를 슬슬 한 바퀴 돌고 오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자기 서너 시간 이내에 격렬한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오히려 잠에 들기 어렵게 하기 때문에 산보 정도로 충분합니다.

 

낮잠 피하고 초저녁에 졸지 않기’ ‘근육이완요법 시행

 

일곱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화룡점정으로, 근육이완요법을 익혀서 자기 전에 시행하세요! 사방을 깜깜하게 빛을 차단하고 조용하고 서늘한 잠자리에 누워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을 하나하나 불러내서 집중했다가 이완시키는 방법을 연습을 하세요. 2주 만 연습하면 처음부터 다 외워서 하실 수 있게 됩니다. 자기 전에 머리를 맴도는 강박적인 생각들과 반추, 쓸데없는 걱정들을 유발시키는 뇌의 과흥분상태를 안정화 시키고 교감신경을 가라앉혀 수면을 유발하는데 수면제보다 효과가 더 좋은 방법입니다.

좋은 잠을 자기 위해 해야 할 것 혹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의 리스트가 이렇게나 길고 복잡합니다. 요즈음처럼 수면 방해요인이 많은 환경에서 잠을 잘 자려면 이렇게나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수면제 한 알만 먹으면 이 모든 노력 없이도 간단히 잠이 들게 되니 점차 약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지요. 본래 수면제는 먹고 푹 자라고 드리는 것이 아니라 약의 성질을 이용해서 교란된 수면사이클을 다시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추기 위해 단기간 처방하는 약입니다. 부디 약물에 너무 의존하지 마시고 건강한 수면사이클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의 긴 잔소리가 자연스러운 잠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굿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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