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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Ⅱ 마을 민주주의의에 대한 종합적 논의] “주민자치회법, 이상론보다 실현 가능한 법제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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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Ⅱ 마을 민주주의의에 대한 종합적 논의] “주민자치회법, 이상론보다 실현 가능한 법제 설계 필요”
  • 이은숙 기자
  • 승인 2019.07.09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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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덕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상덕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진 = 이은숙 기자

'2019 한국학 세계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 2세션인 '주민자치와 민주주의' 토론회가 지난 6월 25일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 123호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임현진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동네 민주주의와주민자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가 ‘현대 주민자치와 민주주의 : 제도설계의 자치성과 민주주의 기본원리 적용을 위한 탐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상덕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자치법은 이상보다 실현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주민자치

문상덕 교수는 "종전에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제도와 전통, 경험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 영역에서 조차 지방과 주민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그리고 지방자치 제도 형성 측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자치가 주민자치보다 중시돼 왔다. 우리의 현대사에 있어 주민자치의 전통과 경험, 문화가 약했던 탓에 지방권력을 주민 중심으로 제도 설계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한계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데 지방자치 제도의 헌법적 보장의 의미가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해 주권의 지역적 주체인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 지방자치의 이념 내지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적 요소를 중시 내지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 김찬동 교수의 기본적 시각, 즉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철학과 법제도가 주로 전래설에 입각한 단체자치적 관점에서 설계됐고, 고유권설에 입각한 주민자치적 측면의 고려나 이해는 미흡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실현장치로서의 지방자치가 일정한한계에 부딪혀 있다는 지적에 대해기 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찬동 교수의 발표 중 "현재는 전래권설에 입각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수직통제관계로 보고 있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현행 헌법과 지방자치법 하에서도 법리적·법제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수직통제관계로 단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국가의 권위와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된 지방자치제도지만, 이미 현행법제하에서도 지방자치단체는 독립된 공법인으로서 제한적이나마 법령의 범위 안에서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치입법권을 보유하고 있고, 자치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재정권을 보유하고있다"며 "그럼에도 더 강한 자치분권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헌법과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 자치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자 당면한 국가 과제"라고 주장했다.

주민자치회의 법제화 논의

문상덕 교수는 일단 주민자치회의 법제화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의견을 제시하며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이하 ‘주민자치회법’)은 향후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있어 주민자치의 법제적 설계와 그 실천적 도입에 있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민자치회는 일단기존의 공식적인 지방행정체제 내지 행정조직과는 구분되는 주민상호간의 근린자치조직이라는 점에 유의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주민 개개인의 사적 영역을 넘어서는 지역에서 주민간 공조직 내지 공익단체적 성격과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주민자치회 관련 법규가 그 법적 지위와 성격, 조직 및 기구(인사), 기능 및 사업,재원 등을 어떻게 설정하고 설계해 나갈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주민자치회에 관한 정부법률안의 검토

문상덕 교수는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2019.3.29.)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제25조)을 통해 주민자치회제도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이고 기본적인 도입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동 법안에서는 “주민은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고 하고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자치회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두되,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회원 중에서 지역 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해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명예직으로한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본적인 입법 취지로는 주민대표 격인 주민자치회 위원은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되, 그 구체적 선정방식 등은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물론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조례는 자치입법이기는 하지만 주민 ‘자치’ 조직에 관한 법규이므로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위원선정방식 등을 정해 강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는 강제성·획일성이 강한 규정보다는 가급적 주민자치회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과 자율성 보장에 필요한 규정들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5일 6월 25일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에서 ‘2019 한국학 세계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2세션인 ‘주민자치와 민주주의’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이은숙 기자

문상덕 교수는 이날 발표한 두 개의 발제문 모두 주민자치회에 회원인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총회의 존재를 주장하거나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상적으로는 주권의 지역적 주체인 주민인 회원 전체로 구성되는 총회의 존재가 긴요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법률안도 주민자치회에 위원과 구분되는 회원의 존재를 상정하고 있고, 명시적으로 총회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총회 성립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고도 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며 "만일 총회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법제상 공식적으로 규정하게 될 경우, 결국 주민자치회는 총회와 (대표자 및 위원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양대 기구로 구성되는 것이 될것같다. 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 기구는 주민자치회 내에서는 일종의 대의기구로서 주민자치회의 운영 등과 관련한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협의와 의사결정 및 집행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총회는 전체 주민 또는 회원인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직접민주정의 실현장치로서 주민자치회의 창립이나 규약의 확정 등 주민자치회의 핵심적 의결권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민자치회의 기반이 되고 핵심적 의결권능을 행사할 주민총회의 성립과 운영이 현실적으로 여하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민총회의 회원수는 전체 주민 내지 상당수의 주민이 될 것이고, 이런 대규모의 총 회원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과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리적 기반이나 설비뿐 아니라, 회의체로서의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 등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문상덕 교수는 총회제도의 도입이 주민자치를 이상적으로 실현하는 데는 바람직 할 수 있으나, 작금의 도시적 생활양태나 주민들의 일반적인 관심도·참여도 등을 감안할 때, 총회의 성립과 운영이 실제로 원활히 작동될 수 있을지, 혹시라도 주민들의 낮은 참여와 외면 속에 회의 개최와 의결 등이 여의치 않거나 일부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파행적 내지 편파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없는지, 적지 않은 우려가 예측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상덕 교수가 앞서 말했듯이 현재 주민자치 강화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법은 정부측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국회는 아직 본격적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앞으로 전개 될 실제의 입법과정에서 법안을 제안한 정부와 심의·의결을 담당할 국회의 입장이 어떻게 교차할지, 국회 각 교섭단체 내지 정당 및 국회의원들의 입장 차 역시 어떤 스펙트럼으로 나타날 것인지 역시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며 "또 지방의 영역에 있어서도 주민자치회의 본격 도입과 관련해 지방 4단체, 즉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측의 입장도 조금은복잡하게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회 제도의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입장 차 내지 이해관계가 교차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의 입법과정을 좀 더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또 "만일 대체로 정부안대로 주민자치회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법률규정들에 불명료한 점들이 적지 않아 지방의 조례나 개별주민자치회의 규약 제정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여지가 많고, 따라서 주민자치회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립될지는 역시 예단하기 쉽지 않다. 사실 정부안이 이런 점들을 명확히 하거나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입법 태도가 지방의 조례나 규약 등에 상당 부분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그런 관점에서는 주민자치회에 관한 국법 태도로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무리

문상덕 교수는 토론을 마치면서 "현재까지의 지방자치제도는 주로 국가 주도, 단체자치 중심으로 불균형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 물론 지방자치가 전면 복원된 이후에 상당 수준의 제도적 개선과 자치운영의경험 축적,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 변화 등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선진민주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 요망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근접하는 주민자치의 강화와 정착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런 상황 판단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두가 동의 할 수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이제 현 단계의 핵심과제로서는 주민자치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주민자치회법 제정의 문제가 걸려있는 바, 주민자치의 점진적 실현을 추구해 가되, 지나치게 이상론을 지향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실현가능성, 성공적인 정착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화로운 법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정계, 학계, 시민사회 모두가 공론의 장에 참여해 숙의를 거듭함으로써 조화롭고 균형있는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한 바람직한 접점을 찾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이라며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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