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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부산광역시 주민자치 실질화 토론회-“주민자치회에 입법권·인사권·재정권 부여하고 중간지원조직은 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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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부산광역시 주민자치 실질화 토론회-“주민자치회에 입법권·인사권·재정권 부여하고 중간지원조직은 배제해야”
  • 정기호 기자
  • 승인 2019.11.0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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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조례 분석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기를 혼자서 하면 ‘개인자치’지만, 공무원이 하면 ‘관치’, 마을 차원에서 이웃과 함께하면 바로 ‘주민자치’가 된다.
그러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기도 어려운데, 이웃과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을 이웃과 함께하고, 이웃과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방식이 주민자치다.

주민자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이웃과 함께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기 위해서 공무원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주민들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공무원들이 잘하는 일은 당연히 공무원들이 하도록 하고, 주민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주민자치 정책
분권의 요소는 마을, 주민, 자치다. 자치의 요소는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이다. 법은 분권과 자치를 하도록 주민자치회에 입법권, 인사권, 재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주민자치 분권과 주민의 자치는 주민자치회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는 입법권(권리), 조직권·인사권(사람), 재정권(자원)이 있어야 한다. 세 기본권 중 하나라도 분권과 수권이 되지 않으면 주민자치는 성립할 수 없다. 주민자치위원회 인사권은 읍·면·동장, 재정권은 시·군·구장, 입법권은 시·군·구의회가 갖고 있어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동장의 하부조직으로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고, 위원만 있다.

행안부 시범실시 표준조례 분석

제1조 목적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주민자치회의 설치)는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들로 주민자치회가 구성돼, 주민들이 회원으로 들어오면, 회칙을 주민들이 만들어야 하고, 회장도 주민들이 뽑아야 하는데, 행안부 표준조례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내용을 뺐다. 그러니까 회칙 제정권이 박탈돼 시·군·구 조례로 만든다. 그 다음 회장·임원 선출 등 인사조직권이 박탈돼 공개 추첨해 버린다. 또 회비를 걷을 수 있는 재정권이 있어야 하는데 못하게 하니까 돈이 없어서 아무 일도 못하게 해버렸다.

제3조 운영원칙
‘주민 참여의 보장’은 자치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관점에서 주민들이 자치회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주민자치회에서 주체인 주민을 빼고는 대상화된 주민들더러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다.
‘읍·면·동별 자율 운영’은 주민자치회를 무시하는 조항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가 자율운영해야 하는데, 읍·면·동별 자율 운영이라고 돼 있다. 읍·면·동에는 읍·면·동장도 있고 관변단체도 있다. 주민이 자율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읍·면·동장과 읍·면·동의 여러 기관들이 주민자치회를 좌지우지하는 개입의 여지를 만드는 조항이다.

제4조 설치 등

주민자치회에 우리가 기대하는 기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역 사회와의 관계인 주민들의 자치기능, 다른 하나는 행정기관과의 관계인 협치기능이다. 주민자치회에 기대하는 기능은 이중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협치기능을 중시하고 자치기능은 무시했다.
자치기능이 없는 주민자치회는 협치도 불가능하다. 진정한 협치는 자치에 기반을 두는 경우에만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기능적으로 이중의 기능이 요구되는 만큼 구조적으로도 이중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제6조 주민자치회 정수

표준조례의 주민자치회는 주체인 주민을 빼서 주민총회까지 없애 버렸고, 주민들이 선출하는 이사회도 위원이 구성하도록 대체했다. 또 사무국이나 사업국마저 배려하지 않아서 주민들 의사로 선출되지 않은 위원이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자치회 위원과 회장이 되는 기형적이고 조작적인 조직이 되고 말았다.

제7조 위원의 자격

전국의 읍·면·동은 각기 다르다. 지역 특성이 다르고 주민 특성도 다르며 자치의 환경도 다르다. 행정안전부는 단일한 표준조례로 전국의 읍·면·동이 갖고 있는 자치 잠재력인 특성을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 1999년 주민자치센터 조례준칙은 시·군·구에 제안한 준칙으로, 시·군·구는 그대로 입법했으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조례준칙이 주민자치를 잘못 설계한 결과로 인해, 주민자치에는 주민도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의 경험조차도 축적할 수 없는 백해(百害)면서도 무익(無益)한 결과를 초래했다.

주민총회의 구조이다.

제8조 권한

표준조례는 특별법에서 주민자치회에 부여한 기능 중에서 위임사무의 수임권은 없애고, 수탁권과 자치권도 축소하면서 협의권이라는 허울뿐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협의는 합의와는 달리 책임도 의무도 수반되지 않는 행위로써 주민자치회조례에 굳이 명기할 필요조차도 없는 사무다.
협의권이라는 유명무실한 권한보다는 읍·면·동장에게 업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및 동정 보고 요구권이 더 현실적이다.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제를 도입해 주민자치회가 주민발안을 할 수 있고, 주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으며, 주민소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의 기능이다.

 

제9조 위원의 선정

주민자치회 위원 선발·선출·선정은 경영학에서는 인적자원관리론의 채용에 해당하는 분야고, 행정학에선 인사행정론 중에서 임용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치학에서는 선거의 문제다. 주민자치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제11조 주민자치회의 장

제11조에서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을 두라고 한다. 자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만든 규정이다. 자치를 안다면 ‘주민자치회는 민주적인 절차로 주민자치회의 장을 선출해야 한다’ 정도에 그쳐야 한다. 대한민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행안부의 표준조례보다 더 나은 조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런데도 표준조례를 만들어서 시·군·구의회에 주민자치를 맡겨버리고, 시·군·구의회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지배하려고 한다.

제14조 분과위원회

제14조의 ②항에서 “분과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위원과 제7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 중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7조 제1항 “해당 읍·면·동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 중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애매하고 모호한 규정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가 아니고, 구성할 수 있다는데 누가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제22조(관계기관 등과의 협조)
관계기관과의 관계는 매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불명확하게 규정하는 경우 공무원들이 불리한 자료 혹은 협조를 회피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력이 없는 경우 주민자치회가 무력화될 수 있다. 불필요한 권한도 문제지만 불명확하면 그것도 문제다.

주민자치 성립조건

주민자치 성격
주민자치 영역은 국가중심주의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행정주의로는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마을’에서 주민자치가 성립하며, ‘마을’이란 공공을 위해 주민자치 고유의 의미를 가진다. 주민자치회 성격은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의 ‘NGO’ 비정부 조직 ▲시장이 기여하지 못하는 영역의 ‘NPO’ 비영리 조직 ▲가족을 넘어서는 영역의 ‘NIO’ 비사적 조직이다.
주민자치의 영역은 국가주의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행정주의로는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마을’에서 주민자치로 성립한다.

주민자치 필요조건, 분권
분권은 지역, 주민, 자치권으로 이뤄진다. 첫째, 지연단체로서 지역문제를 담당하는 등 지역을 대변하도록(지역을 대표) 분권해야 한다. 둘째, 주민이 주체가 되고, 사회단체·주민단체·주민 등을 대변하도록(주민을 대표) 분권해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의 입법권·인사권·재정권 등 자치를 대변하도록(자치의 권리) 분권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회는 분권이 전혀 없고, 충남형 자치회와 행안부 표준조례는 분권이 거의 없다. 즉 아직까지 주민자치 분권이 이뤄진 적이 없다.

주민자치 충분조건, 자치
자치는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으로 구성된다. 첫째, 자발성은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헌신해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성은 자치의 추동력이며, 주민들의 자발성이 없는 자치는 주민관치가 되며, 자치할 수 있도록 주민의 자발성을 형성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한 임무다.

둘째, 자주성은 주민들이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주민들이 강제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공동체를 위해 민주적 의사 결정권, 효율적인 사무 집행권, 주민과 근린의 대표권, 반의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율성은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것이다. 생활 관계를 마을의 자산과 주민의 능력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따르는 것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면서 형성해가는 것이며, 주민들 스스로 규칙을 작성하고, 그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자치 충분조건인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이 이뤄지면 이타성이 풍부하나, 이타성의 단순 소비로 선순환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따라서 개인의 공덕이 마을의 미덕이 되도록 만드는 주민자치 제도가 있어야 한다.

부산광역시 주민자치 실질화

지방자치분권 특별법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2013년 ‘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만들었다. 제27조를 보면 ‘읍·면·동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둔다’고 돼 있어서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주민이 회원이 되도록 분명하게 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시범실시를 하면서 '읍·면·동 주민으로 구성되는' 부분을 고의로 누락시켰다. 이 부분을 지적했지만, 행안부는 제1조를 고치지 않고 주민자치 정의만 고치는 잔꾀를 부렸다.

가장 중요한 건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하는데, 주민을 빼고 시민단체의 활동무대로 만들었다. 또 주민이 회칙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민이 못 만든다. 주민이 못 만들어서 입법권이 의회로 갔다. 의회가 입법하면 행안부가 만들어놓은 조례를 입법한다. 주민에게서 인사권과 재정권도 빼앗았다. 지방자치분권 특별법 제29조(주민자치회의 구성 등) 제3항은 “주민자치회의 설치시기, 구성, 재정 등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제4항은 “행정안전부장관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를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주민자치 추이를 보면, 행안부 표준조례와 자치단체 표준조례는 확대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법 입법없이 편법으로 주민자치회를 무력화하고, 주민을 제치고는 관변단체가 장악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범실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현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조례라면 추첨제로 주민자치회 위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은 물러나야 한다. 실제 서울시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장이 주민자치회장으로 선출됐는데, 반대 세력에서 다시 총회를 열어 회장을 해임했다. 이후 회장을 다시 뽑았는데, 그 회장이 3~4개월 후 나는 회장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꼭두각시라며 사임했다고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다음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시범실시는 1년, 2년, 3년이라는 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기간이 없다. 또 100곳 중 한두 곳만 하면 되는데 전국화를 시키고 있다.시범실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이런 건 공무원과 시민단체가 알려주지 않는다.

주민자치회를 시범 실시한다면 회원, 입법권, 인사권, 제정권, 중간지원조직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인사권은 회장과 위원의 선출방법, 사무국과 사업국 인사, 주민자치회의 조직 등이다. 재정권은 주민자치회 운영비용, 정부예산 지원, 주민자치 회비, 사업·기부금 수입 등이다. 또 조례에는 주민자치회에 지위·기능·권한을 부여하고, 실질화를 지원하며, 주민자치회의 설립절차와 등록절차를 명시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확보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전상직 대표회장의 의견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전상직 대표회장의 의견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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