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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_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③영국의 주민자치주민자치회] 영국의 주민자치에서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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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_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③영국의 주민자치주민자치회] 영국의 주민자치에서 배울 점
  • 김진호 동양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16.09.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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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 미만은 주민총회, 인구 많은 교구는 위원회 구성”
김진호 동양대학교 초빙교수.
김진호 동양대학교 초빙교수.

주민자치의 원류, 영국

원래 주민자치라고 할 때 영국 교구(Parish)에서 형성·제도화돼 미국에 계승된 지방자치의 개념을 말한다. 최근까지 관치행정에 머물다가 독일에서 시작되고, 일본에 들어온 단체자치를 지방자치의 기본적틀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민자치에 대한 본질을 다시 음미할 좋은 기회가 됐다.

일반적으로 지방에서 행해지는 행정은 크게 관치행정과 자치행정 둘로 나뉜다. 관치행정은 국가가 국가공무원을 통해 지방에 대해 행하는 행정이라면, 자치행정은 주민이 스스로 행하는 행정으로 국가에 의하지 않는 행정이다. 자치행정은 다시 주민이 그들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으로 의하거나, 그들이 선출한 기관에 의해 행정을 하는 주민자치(b gerliche Selbstverwaltung)와 자치의 요소가 적용된 지방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해 자기의 목적과 의사를 갖고 자기의 기관을 통해 행정을 하는 단체자치(k perliche Selbstverwaltung)로 나뉜다. 주민자치는 영국식 정치적 의미의 자치행정을 이르는 말이고, 단체자치는 독일식 법률적 의미의 자치행정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중 주민자치는 지방에서 주민이 공동적인 일을 스스로 행하고 있는 점을 살려서 국가가 이를 제도화해 주고 권능을 부여해주는 방식으로 개입해 발전시킨 자치방식이다. 국가의 자치에 대한 리더십은 권한의  부여(empowering)와 코칭리더십(coaching leadership)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점에서 영국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영국 지방자치발전의 여건

영국과 미국이 주민자치를 일찍이 이룬 배경에는 이들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배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이나 미국은 유럽대륙으로부터 격리돼 있어 외적의 위협이 적었다. 따라서 시민의 자유에 위협이 되는 것은 외적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적 권력이었다. 왕권이나 중앙정부의 권력이 현실적인 위협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권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의회민주주의가 탄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고, 연방제도가 수립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분권형 시스템이 지정학적 배경에 적합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영국은 귀족과 상류층 시민(bourgeoise)들이 평민층을 이끌고 조율하는 준신분적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양식 있는 상층계급이 전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회체제다. 이런 나라에서는 분산화·분권화하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더라도, 상층계급에 의한 비공식적 조율을 통해 사회통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낭비적인 분열에 대한 불안은 크지 않다.

■영국 지방자치의 뒷모습

영국의 지방자치는 유럽대륙계 지방자치와는 다르다고 일컬어진다. 영국의 자치는 주민들의 자발성에 기한 자치의 성격이 느끼지는 ‘주민자치’로 언급되는 반면, 유럽대륙계 국가의 자치는 국가가 지방통치를 위해 만든 성격이 느껴지는 ‘단체자치’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런 자치의 성격을 두고 단순하게 영국은 분권적, 유럽대륙은 집권적이라고 본다면, 이들 나라가 본질적으로 모두 국가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방을 다루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놓치기 쉽다.

사실 영국도 유럽대륙 못지않게 강력히 중앙집권적이다. 단지 유럽대륙은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중앙에서 만든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를 강요하고, 원하지도 않는 국가업무를 위임해 놓고, 이를 이유로 지방통제를 합리화해 나갔다. 반면, 영국은 전통과 관습을 최대한 살리고 다양한 형태의 지방자치를 인정해 자치단체 간의 연대가능성을 줄여가면서 전국적으로 통일성이 필요한 업무는 이를 자치단체에 위임하지 않고(기관위임사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력적 업무인 경찰 등은 따로 분리해 자치를 실시, 자치기구가 중앙정부에 도전할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해놓고 있다.

의회의 창조물

영국에서는 보통의 법률과 구별되는 헌법이 없다. 영국의 자치제도는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다. 의회는 법률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므로 자치제도는 의회의 의향에 따라 빈번하게 개폐된다. 이런 점은 제도의 안정성이 적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의회’가 자치제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관료가 자치제도를 창조하는 것보다‘ 의회 중심형’에 가깝도록 제도를 설정하는 이점도 있다.

국가와 자치단체, 동일지역 내 각 자치단체 간의 역할분담은 원칙적으로 분야를 명확히 구분되게 한다. 자치기구가 법률로 정한 사무의 범위를 넘어서서 행정을 하면, 이는 월권이 되므로 재판을 통해 위법·무효로 된다. 헌법에서 규정하기 때문에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제도가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전문가와 관료가 기초하는 헌법이란 권력자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경찰자치

영국에서 경찰업무는 자치기능이라고 하지만, 이런 권력적 업무는 일반 지방자치단체(Council)와는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52개의 지방경찰청에서 소위 ‘경찰자치’가 이뤄진다. 일반자치구역과 경찰자치구역이 반드시 동일할 필요가 없고, 반드시 동일한 것도 아니다. 예로서 콘월과 데본은 각각 다른 자치단체지만, 지방경찰청은 콘월과 데본을 하나의 구역으로 관할한다. 그리고 콘월과 데본의 지방세는 경찰몫과 일반행정몫으로 구분돼 징수된다.

이런 지방경찰청의 관리는 법무장관(Home Secretary), 지방경찰위원회(Local Police Authority), 지방경찰장(Chief Constable) 3자가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면서,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3두 체제(Tripartite System)로 운영된다. 런던의 경우, 런던시장(Mayor of London)이 의장과 부의장 및 구성원을 임명하는 대도시경찰위원회(Metropolitan Police Authority)와 런던소방비상기획위원회(London Fire and Emergency Planning Authority)를 두고 있지만, 이는 23명 또는 17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로서 전략을 책정하는 기구며, 실제 움직이는 경찰조직이나 소방조직이 아니다.

학교자치

학교가 주민자치 대상이라 하지만, 재원제공자·교사·학부모 측의 의사를 각 1/3씩 반영하는 투표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자치단체의 영향력은 별로 없다. 게다가 영국정부가 추진하는 학교 간 경쟁제도는 자치단체의 개입가능성을 더 좁혀놓고 있다. 영국정부는 학교가 인력운영에 보다 자율성을 갖도록 하고 있는데, 교장과 운영위원회가 직원의 배치와 관리에 더 많은 자유를 갖도록 하고, 교사에게 더 많은 권한이 위임되도록 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의 후원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하도록 하고, 지역사회가 보다 더 교육 인프라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통일적 기능의 중앙화

우리나라에서는 시·도가 관장하는 자동차 등록업무는 영국의 국가 책임운영기관이 직접 처리하고, 우리의 시·군·구가 운영하는 병원·보건소 업무는 국가건강청(National Health Service)이 직접 관장하며, 자치단체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자치단체에 수도사업소를 두고 있지만, 영국은 이를 민영화한 후  물규제청(Office of Water Regulation)이나 음용수검사단(Drinking Water Inspectorate) 같은 국가의 독립규제위원회를 통해 직접 통제한다.

정치-행정 이분화

영국은 자치기구가 국가의 대항마가 되지 못하도록 자치기구 자체의 권력을 분산시켜놓고 있다. 행정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권력집중은 정치권력과 전문권력(관료)이 통합되는 것이다.

영국은 중앙정부부터 정치권력(Cabinet Government)과 전문권력(Civil Service)을 분리해 놓고 있다. 선출직들과 관료는 동질체가 아닌, 이질체로 인식된다. 야당은 여당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관료(Civil Service)보다는 거리가 가깝다. 관료를 두고 정부(Government)라고 부르는 일은 없다. 정치권력은 최고위직을 제외한 관료의 인사에 간여할 수 없으며, 관료가 주어진 법절차에 따라 관료의 인사를 행한다.

자치기구도 정치권력과 전문권력을 분리한다. 지방의회정부(Council-Leader, Mayor)와 공무원 조직인 사무처를 분리하고 있다. 대개 사무처는 지방의회정부뿐만 아니라, 이와 별도인 지사(Lord Lieutenant)에 대한 행정지원도 행한다.

의전-권한 이분화

영국은 명예와 실권을 분리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수상은 실권을 가졌지만, 의전적으로는 국가 통합의 상징인 여왕의 아래에 놓여있다. 여왕이 추밀원 회의를 소집하면, 수상은 내각회의가 먼저 잡혀 있더라도 이를 취소하고, 추밀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불문헌 법적 ‘예의’다. 지방에도 그런 구조가 복제돼 있다. 주(County)마다 지사(Lord Lieutenant)가 있는데, 수상의 추천으로 여왕이 임명한다. 지사는 영국 각 주에 대한 여왕의 개인적 대표자다. 역할은 비정치적이며, 보수는 없다. 그러나 지사에게는 불문법적으로 호칭부터 타인의 존중을 받을 권리가 부여된다.

역사적으로 지사는 주의 군대를 조직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개 의례적인 위치만 갖고 있다. 왕실 구성원의 행차계획을 맞춰주고 호위하는 일, 국가를 대신해 메달과 포상을 수여하는 일, 그 직에 부합하는 자원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일, 영국군 지역부대에 협력하는 일, 정의평화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Justices of the Peace)의 의장으로서 지방치안재판소를 이끄는 일, 국세자문위원의 임명을 위한 지방자문위원회를 주재하고, 세무청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판하는 조세심판위원회를 주재하는 일 등을 담당한다. 지사는 영국 중앙정부나 해외령과는 달리, 지방정부의 리더(Leader)나 수장(Mayor)등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을 갖지 않는다. 행정적인 지원은 많은 주에서 오랫동안 주정부(County Council) 사무처 지사실(Lieutenancy)에서 수행한다.

무적 설치

영국에서는 사회보장급여를 국가에서 관장한다. 뉴캐슬어폰타인(Newcastle upon Tyne)에 소재하는 아동수당청(Child Benefit Office)은 따로 지방청을 두지 않고, 자치단체의 아동수당 안내에 의존하고 있다. 이 경우, 자치단체가 아동수당 안내를 중단 없이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국가는 자치단체에  사회복지국장(Director of Social Services)같은 특정 직위의 설치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 자치기구의 형태

영국은 지방자치제도를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정해놓은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적절한 제도를 제시해 놓고, 주민이 그 의사에 따라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리더내각(Leader and Cabinet) 방식

지방자치의 기능을 내각에 집중한 것으로, 임기 4년의 리더의 지휘아래 내각이 일상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집행기능을 담당한다.

리더는 본회의에서 임명되며, 의회(Council)는 의회 스스로 정한 조건에 의해 리더를 파면할 수 있다. 내각구성원은 리더가 임명하며, 이들은 지방의원 신분을 가져야 한다. 내각구성원의 수는 리더를 포함해 10명 이내로 한다. 리더는 내각의 의장이며, 내각의 일원이다. 내각구성원이 아닌 의원(back bencher)은 통상 정책평가위원회(Overview & Scrutiny Committee)의 구성원으로 된다. 이 형태는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의원이나 직원 또는 특정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반대하는 뿌리 깊은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의회는 중요사항에 관한 결정, 자치기구 운영의 결정, 리더의 임명, 예산 및 정책의 승인, 사무총장(Chief Executive)과 간부직원 등을 임명하며, 정책평가위원회는 정책결정 및 집행의 평가, 집행기관에 대한 정책수립 및 정책변경의 제안, 유권자 대표로서 지역과의 연대 및 조정 등을 행한다. 집행기관 중 리더는 중앙의 총리에 비견되는 지위로 정치적 리더십, 정책의 제안, 예산제안, 정책의 범위 내에서 집행에 관계되는 의사나 전략의 결정 등을 담당하며, 내각구성원은 리더가 의원 중에서 임명한다. 내각은 리더의 정책요령에 기해 정책을 실시하며, 내각회의 또는 각내각구성원의 집행에 관계되는 결정을 한다. 사무처는 사무총장에 의해 대표되며, 리더나 내각 및 정책 평가위원회에 대한 필요한 조언과 지원을 행하고, 각국의 정책실시와 서비스 제공 등을 담당한다.

수장내각(Mayor and Cabinet) 방식

내각이 일상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집행기능을 담당하는데, 내각구성원은 의원만 될 수 있다. 임기 4년의 수장(首長, Mayor)이 내각의 의장이 되며, 내각의 일원이 된다는 점에서 ‘리더내각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큰 차이점은 내각을 통솔하는 수장을 주민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는 점이다. 직접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있다. ‘리더’와는 달리 의회의 임명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의회는 수장을 파면할 수 없다. 수장은 의장(Chairman)이 갖는 의전적 지위와 대외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역할 및 리더의 역할을 동시에 지닌다. 사무처는 리더내각 방식과 동일하다.

2016년 5월까지 잉글랜드에서 52개 자치단체가 직선 수장 도입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이중 16개 단체는 수용, 36개 단체는 거부했다. 그 결과 런던시장(Mayor of London)을 포함한 총 17개 단체가 직선수장제를 취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구(District)중 역사적으로 부(府, Borough)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자치단체와 런던의 구는 지방의회(Council)의 의장을 ‘Mayor’라고 관습적으로 호칭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이런 자치단체가 ‘수장내각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직선 수장을 Mayor라고 하면서 의장도 Mayor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있다. 이 방식에서 의회는 중요사항에 관한 결정, 자치기구 운영방식의 결정, 예산 및 정책의 승인, 사무총장과 간부직원 등을 임명하며, 정책평가위원회는 정책결정 및 집행의 평가, 집행기관에 대한 정책수립 및 정책변경의 제안, 유권자 대표로서 지역과의 연대 및 조정 등을 행한다.

집행기관 중 직선 수장은 지역 리더십, 정책의 제안, 예산제안, 정책 범위 내에서 집행에 관한 의사나 전략결정 등을 담당하고, 의원 중에서 내각구성원을 임명하며, 정책을 실시하고, 내각회의 혹은 내각구성원의 집행에 관계되는 결정을 한다. 사무총장을 장으로 하는 사무처는 수장과 내각 및 정책평가위원회에 대한 필요한 조언과 지원을 행하고, 각 국의 정책실시와 서비스의 제공을 담당한다.

종래의 의회정부(Council) 방식

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위 두 가지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으나, 인구 8만5000명 미만의 소규모 자치단체는 예외적으로 종래의 의회정부(Council)제도를 계속 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회정부는 지역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의원으로서 구성되며, 자치단체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되면서 동시에 집행기관이 된다. 교육·복지 등 행정분야 또는 지역별 위원회와 보조위원회(subcommittee)를 설치할 수 있다. 최종적인 책임은 의회정부가 진다. 의장(Chairman 또는 Mayor)은 통상 임기1년이며, 대외적으로 지방자치체를 대표하나, 실권은 없다. 의회 다수당의 의원이 호선하는 리더(Leader)가 실권을 보유하며, 시책의 결정 및 운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자치단체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의회정부에서는 전체회의(Full Council)가 중요한 결정을 담당하지만, 중추관리기능은 정책(자원)위원회가 행한다. 이 위원회는 리더가 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무처에 대해 임면권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권한도 위임한다. 사무처는 상근 직원인 사무총장이 사무처 전반을 통합·조정하며, 의회정부의 지휘·감독에 따라 행정사무를 집행한다. 사무총장은 임기를 정해 공모한다. 주요 국장으로 구성되는 집행관리팀(Executive Management Team)을 설치·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국장 및 직원은 의회에 보고하거나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영국 풀뿌리 주민자치

위에서는 대륙계 단체자치에 대응한 개념으로서 주민자치를 실시하는 영국의 지방자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민자치라는 개념은 이런 영국의 지방자치보다는 오히려 지난주에 토론한 ‘일본형 주민자치’개념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이런 의미의 주민자치는 지방정부적 주민자치와는 좀 다른, 일선 주민의 참여에 의한 풀뿌리 주민자치라 할 수 있다.

영국에도 이런 풀뿌리 주민자치가 존재한다. 교구(Parish)라는 준자치체(sub-principal)가 그것이다. 이런 영국의 풀뿌리 주민자치는 위에서 본 지방자치와 비교할 때, 규모만 작을 뿐 운용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교구의 연혁

‘교구’란 영국 국교회가 포교를 위해 설치한 구역에서 기원했다. 지역공동체적인 성격을 가진 법률상의 준자치체다. 15세기경 주(County) 및 부(Borough)와 함께 중요한 지방기구로 자리 잡았으며, 그 이후 성공회의 교구로서 신부가 교구장을 맡아 치안과 분쟁해소, 재해복구 및 자선 등을 행해왔다. 그러나 1894년 지방정부법에 따라 교구의 중요한 역할이 구(District)로 넘어가서 행정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축소됐고, 1965년에는 런던 지역에서 교구가 폐지됐다. 1972년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약 7600개의 교구 중 절반인 3200개는 교구위원회(Parish Council)를 갖지 않고, 그중 웨일즈는 명칭도 공동체위원회(Community Council)로 바꿨다. 그 결과 교구는 소도읍이나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게 됐다.

20세기 후반에 와서 영국정부는 재정악화로 공공서비스 제공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그 타개책으로 교구 활용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1997년 지방정부법으로 새로운 교구의 설립이 허용되고, 교구 설치의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최근에는 Localism Act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급증하는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토록 유도하기 위해 교구에 권한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교통질서 유지·방범 등과 관련된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교구의 설치

교구위원회(Parish Council)는 잉글랜드에 8700개, 스코틀랜드에 1150개, 웨일즈에 750개 등 총 1만여 개가 있다. 인구규모는 최소 10명에서 최대 4만명까지 다양하며, 5000명 이상은 10%인 반면, 500명 미만은 40%나 된다.

2007년에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교구 설치권이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됐고, 교구 설치가 인정되지 않았던 런던도 공동체(Community) 및 부(Borough)의 발의에 의해 교구 설치가 허용되게 됐다. 2011년 5월에 런던 퀸즈파크(Queen’s Park) 지역 주민들이 웨스트민스터(West Minster)부수장에 대해 법정수의 2배인 1600명의 서명을 모아서 교구의 설치를 청원했다. 수장은 그 청원을 환영하고, 주민공청회와 주민투표를 거쳐 2014년 5월에 퀸즈파크공동체위원회(Queens Park Community Council)라는 교구를 설치했다. 이는 현대에 들어와서 생긴 런던 최초의 교구다.

인구 150명 이상의 교구는 교구 내 각 구역에서 직접 선출되는 위원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소위원회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구 위원의 정원은 교구 설치권을 갖는 자치단체가 결정한다. 대개 5~20명 정도의 위원들로 구성되며, 평균 9명 수준이다.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기본적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나, 약간의 수당을 지급받기도 한다. 위원들은 행동강령(National Code of Conduct)을 준수할 의무를 지니며, 주민의 이익을 대표한다. 교구는 운영을 위해 비상근 직원, 또는 유급사무원을 두기도 한다. 때로는 1명의 직원이 여러 교구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교구의 운영

인구 150명 미만의 교구 지역은 주민총회 형식으로 운영되며, 매년 3~6월에 주민총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한다. 인구규모가 큰 교구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연 1회 정기회와 연 3회 내외의 임시회를 개최한다.

교구위원회는 과세권한과 예산심의권 등이 없는 준자치체(Sub-principle authorities)다. 교구는 마을회관(Community Hall) 유지·관리, 여가시설 및 어린이 놀이시설의 보급, 가로등·보도·주차장 등 지역 교통시설 관리, 수영장·공중화장실 관리나 묘지·화장장 관리, 벼룩시장이나 다양한 동아리 및 주민활동 지원 등 한정된 행정서비스를 행한다. 이중 일부는 주(County)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교구위원회는 자치단체와 공적업무를 협의하거나, 혹은 주민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는 기능을 행한다. 주(County) 및 구(District)에 지역개발이나 도시계획, 도심 재개발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청하고, 이에 관한 풀뿌리 의견들을 수집해 제출하기도 한다. 구와는 상담, 정보 제공, 지역공동체 활동, 재정 조정, 활동 지원 등 업무협력에 관한 헌장을 맺는다. 구 및 국가기관에 대해 지역을 대표하기도 한다. 주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교구관련 사항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 및 업무협력을 위해 주에 지역대표를 둔다. 교구가 없는 지역의 경우 지역포럼을 결성해 이를 대체하기도 한다. 교구 예산은 위원회의 활동에 따라 전혀 없거나 백만 파운드가 넘기도 하는데, 재원은 수수료·서비스 이용료 또는 주민의 세금의 부가세 방식으로 징수되는 지원금을 통해 조달한다. 독자적인 과세권은 없다. 공공시설 이용료와 임대수입 등이 약 20~30%, 자치단체 지원금이 약 70%를 차지한다. 재정규모는 평균 2700만원(2003년 기준) 가량이다.

잉글랜드에는 NALC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of Local Councils)라는 교구협의회가 있어 교구 사무직원과 의원들 간 상호교류, 교육훈련 및 지원 등을 담당한다. 협의회는 교구의 운영에 대한 법적, 재정적, 절차적, 노동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치단체 또는 교구 상호간 분쟁 발생시 중재자 역할을 한다. 또 교구 직원채용 시 후보검증, 대행직원의 지원 등 교구 운영을 돕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한 나라의 지방자치는 그 나라의 국내·외 여건과 역사적 상황에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우리나라 지방행정은 신라시대(촌주)나, 고려시대(호장)에는 지방호족에 의한 자치가 유지돼 오다가, 고려시대부터 점진적으로 중앙관리인 감무(監務)에 의해 대체돼왔다. 이윽고 조선 태종 때에 이르러서는 모든 지방에 중앙관리가 파견되고, 지역 행정사무를 관장하던 토착인들은 아전으로 전락했다. 고도의 관치행정이 수립된 것이다.

그래도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의 주민자치적 요소가 일부 비공식적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이마저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해방 후에도 개발독재 정부는 경제성장에 국력을 총동원하기 위해 관치행정을 유지했다. 관치행정의 뿌리가 아주 깊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의 의식저변에는 주민자치에 대한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을 여유가 없었다.

이런 여건 속에서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지방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됐다. 이는 재야(在野) 정치엘리트들의 주도에 의한 것이었다. 지방자치의 도입이라고는 하지만, 관치행정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재조(在朝) 정치엘리트와 관료의 의기투합으로 주민자치방식이 아닌 단체자치 방식이 도입됐다. 관치행정 문화에 단체자치라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운영은 아직도 준관치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가의 지방통제에 대한 욕구가 지방 주민의 주민자치에 대한 욕구보다 월등히 큰 상황에서 지방행정의 추는 준관치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풀뿌리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통한 의식의 계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도입 시의 애로

우리가 영국식 주민자치를 도입하는 데는 정치인과 행정관료의 권력추구문화와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주민들의‘학습된 무기력’이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권력문화는 선출직 우위의 중앙집권적 문화다.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도록 설계된 관료제, 이런 관료제를 가능하게 하는 획일화된 국정운영방식, 국회의원이 기초자치단체의 장을 사실상 지배하도록 만드는 공천구조, 정부(Cabinet Government) - 관료(Civil Service) 분리형에 비해 권력이 행정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수장(Governor) - 관료(Civil Service) 통합형 시스템 등은 이런 중앙집권적 문화의 대표적 산물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주민의 자치의식에 기해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공약(manifest)로 위에서부터 주어진 지방자치여서 그 운영형태가 정치인들의 정치행태에 의해 결정됐다. 그래서 국민들의 눈에는 당파적인 정치인의 행태가 곧 지방자치의 모습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그 결과 ‘합리적 무지’에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과 삶의 양립(Work-Life Balance)을 무시하는 직장풍토는 직장인들의 지역자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고, 이런 여건의 항구적인 지속은 주민들의 주민자치에 대한 학습된 무기력 상태로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세부적인 내용 규정의 많은 부분에서 중앙집권적, 1인 집중적 사고방식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풀뿌리 주민자치에 권한의 일부를 부여해야할 지방자치단체나 관료들은 무언가 기득권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며, 지역 주민에게 온전한 자치권을 부여해야할 중앙정부나 관료들도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칠까봐 두려워한다. 이런 심리는 거부적·저항적 대응을 가져오고, 주민자치를 더디게 할 핵심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법 제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들이 주민자치에 대해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관료들이 기득권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면, 주민자치 관련 업무를 일시적으로 장관·단체장 직속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민자치의 도입으로 나타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이 선택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도입 시 유리점

우리나라는 전자정부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전자정부 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국적 행정을 수행하고 있는 사무를 국가가 환수해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굳이 지방자치단체에다가 국가가 간섭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위임해 놓고, 어쩔 수 없이 간섭해야 할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구조는 시·도(자치)-시·군·구(자치)-읍·면(행정)의 3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계층이 많은 것은 좁은 통솔범위(span of control)와 긴 스칼라 체인(Scalar Chain)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만㎢, 5000만명(2013년) 규모인데, 시·도는 17개다. 잉글랜드는 13만㎢, 5300만명(2011년)이 규모인데,  주(County)는 39개다.

영국의 반도 안 된다. 전자정부의 IT기술을 활용해 통솔범위를 넓히고 스칼라 체인을 줄일 수 있다. 시·도-시·군·구-읍·면의 3계층을 주(州)-구(區) 2계층으로 전환하고, 동네단위에 풀뿌리 주민자치를 도입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관치적인 주민협조기구를 수없이 많이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관리위원회(아파트경비용역을  관장), 아파트 棟대표, 재건축위원회, 각종 지역단위 부녀회, 지역단위 농민회, 지역노인회(마을회관 운영 등), 정보화마을(정보화 설비 운영), 방범대·산불감시원·행정상담위원(지역 자원봉사 서비스), 농수산 통계사무소(성질상 지역 주민이 더 잘 수 집함), 주민교육 아카데미 등이 그것이다. 이는 지역단위에 존재하는 잠재적 주민자치요소다. 관에서 임명하는 것을 주민의 선출로 바꾸면, 이들 모두 훌륭한 주민자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의 기능을 살려가면서 각 지역의 여건에 맞게 조합하면, 다양한 주민자치체가 나올 수 있다. 유사한 것끼리 묶어 여러 가지 주민자치(안)을 만들어 제시하고, 그중 주민이 선택해 운영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들의 관할지역은 그 규모가 들쭉날쭉하겠지만, 획일성을 요구하기보다 전통적으로 인정돼오고 있는 구역을 그대로 살려나가는 것이 좋다. 시골의 이장(里長)처럼, 주민이 선출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그들의 합의체로 주민자치를 시작할 수도 있다.

이런 주민자치는 대상지역의 수용능력, 도입 후 서비스의 실효성 들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실제 수용역량에 터 잡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전담조직을 두고,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조화를 도모하고, 중앙정부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지역저변과 교류하면서 자치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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