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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봉사자, 주민자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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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봉사자, 주민자치위원”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09.1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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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김용민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꼭 이뤄야 하는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 곳곳,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人터뷰’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일구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 사람의 삶을 글로 옮기는 데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하지만 ‘주민자치’의 테두리 안에서 그의 이름은 별다른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다. 김용민(65)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장. 

1955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20대 초반 부산 영도에 자리 잡은 후 건실한 기업인으로 성장한 그는 최근 10년간 ‘주민자치’를 화두로 품고 살아왔다. 사업가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나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견 당연한 수순. 그 역시 남항동지역사회보장체협의회 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도구협의회장, 청소년 후원단체인 B.B.S 영도구지회장 등을 맡아 이웃과 마을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에게 한 지인이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권했다. ‘주민 스스로 마을의 일을 결정하고 집행한다’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지향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2010년 영도구 남항동주민자치위원으로 주민자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14년 남항동주민자치위원장과 영도구주민자치협의회장을 역임한데 이어 2013년 출범한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의 공동회장을 거쳐 2018년에 대표회장에 추대됐다. 

직책이 가중될수록 어깨도 무거워졌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 역할에 머물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이론적 배경부터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역사와 정책은 물론 다른 나라의 사례까지 직접 알아아 했다. 매주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야 한다는 부담에도 건국대 제1기 지방자치 최고위 과정에 입학한 이유다. 김 회장은 “주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공부 밖에 없었다. 사업과 병행하기 쉽지 않았지만 주위의 격려와 응원으로 16주 과정을 개근으로 수료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전국 최초로 한국자치학회 주민자치사 1급, 주민자치사업컨설턴트 1급, 주민자치강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바쁜 일정을 쪼개 각 동 주민자치회에서 역량강화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자치위원회를 바탕으로 인재 육성과 교육환경 개선, 복지사각지대 해소, 마을발전기금 조성 등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7년 자랑스러운 영도구민 대상,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제5회 대한민국 주민자치대회 특별공로자 부문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한 번 마음을 둔 일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념하는 성격 탓에 개인 사업을 뒷전으로 밀어둔 것을 물론 건강을 크게 상하기도 했다. 편평상피 세포암 판정을 받고 7번의 주사 항암제 치료와 38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낸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나은 주민자치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2018년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 대표회장에 추대된 그는 그해 5월,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예비후보 초청 주민자치 토론회를 개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민자치단체가 지자체장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 첫 사례다. 당시 오거돈(더불어민주당) 서병수(자유한국당) 이성권(바른미래당) 박주미(정의당) 후보가 모두 참석해 주민자치에 대한 견해와 정책을 발표했고 시민 300여 명이 운집해 주민자치 발전에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불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태로 김용민 회장에게는 또 한 번의 숙제가 주어졌다. 김 회장은 “부산시장 선거는 주민자치의 참된 의미를 공유하고 주민자치 실질화에 필요한 정책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시 한 번 부산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이 후보자의 정책을 면밀히 살피고 주민자치 실질화를 공약에 담을 수 있도록 촉구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 내부 결속과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 주민자치 원로회의가 창립한데 이어 올해 8월에는 여성회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주민자치회와 원로회의, 여성회의가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보조금 공모사업 지원과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 

젊은 시절 노조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헌신했던 김 회장은 진정한 주민자치 역시 “투쟁해서 쟁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나 행정기관의 시혜적 조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정책변화를 요구하고 입법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자치를 시행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민이 주민자치의 주체가 아니고 자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삶의 터전에서 이웃과 마을이 조화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법령과 제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좌절됐던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자치위원들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는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 9명과 주민자치 협약을 체결했고 그 중 5명이 당선됐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주민자치회의 입법ㆍ사법ㆍ재정권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을 성안해 반드시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겠습니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임기 확대와 교육 강화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2년 임기로는 제대로 교육받고 사업을 펼치기에 역부족이다. 업무의 연속성도 담보할 수 없다. 더욱이 시ㆍ군ㆍ구 협의회는 집행부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니 경험이 쌓이지 않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위원들의 임기를 확대해 체계적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주민자치위원들에게는 ‘주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주민자치위원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봉사자입니다. 나 자신이 아닌 주민들을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보수도 없고 오히려 싫은 소리만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웃과 마을을 위해 헌신한다면 주민자치가 조금씩이나마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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