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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서울시 주민자치, 어디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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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서울시 주민자치, 어디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3.1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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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시 및 각 구 자치행정 담당 공무원 워크숍 전상직 중앙회장 주민자치 특강 지상중계

지난 목요일 열린 2023년 서울시 워크숍에서 주민자치 파트가 운영되었다. 이 자리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 대표회장은 서울시 주민자치회 실질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주지할 사실은 특강의 대상이 서울시는 물론 각 구의 자치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로서, 주민자치회 지원에 있어 핵심적이고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 원리와 특징, 쟁점 사안, 최근 이슈 등을 포함해 일정 부분 이상의 자치 역량이 제고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특강이 가진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전상직 회장의 특강 전체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해 지상 중계한다.

 

전상직 중앙회장, 23년 주민자치 경험 녹여내 전달할 것

자치행정 담당 공무원의 관점에서 볼 때 주민자치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서 진행하고 말썽 없이 실수 없이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자치는 지극히 행정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경영학적이기도, 정책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23년째 주민자치하고 있으나 아직도 어렵다. 오늘은 제가 경험한 지금까지의 주민자치를 풀어 내 여러분 실무에 참고가 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김대중 정권부터 잘못 꿰어진 주민자치

우선 우리나라 주민자치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사실 주민자치회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신 읍면동을 없애려 한 것인데 공무원들이 심하게 반발해 읍면동을 반토막 내 시군구로 보내려 만든 것이 주민자치센터다. 주민자치 하려고 주민자치센터 만든 게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주민자치를 하려 했다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말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하려 했으면 통리에 만들었을 것이다. 면적이나 인구에서 읍면동은 주민자치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80여 개 대시군구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읍면동을 주민자치회로 바꿀 계획을 세웠다. 역시 처음부터 주민이 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읍면동을 없애는 방편으로 생각한 것이다.

고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주민자치 활성화 위원을 했던 경험이 있어 서울시의 모든 구를 훑어보았다. 또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알려 달라 했으나 학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주민자치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기 위한 것이라 답변해 줬다. 이 행위를 혼자 하면 개인자치, 공무원이 하면 지방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그러나 주민이 함께 모여 하면 이것이 바로 주민자치다. 여담이지만 당시 충청남도 주민자치가 가장 앞서 나갔었다.

이렇듯 앞뒤가 뒤죽박죽 얽혀 있는 주민자치의 상황을 오늘 풀어내려 한다. 다소 난해하고 복잡할 수도 있다. 정책적으로 주민자치를 이야기할 때는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하지만 오늘은 날선 비판 보다 여러분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씀 드리겠다.

 

압축성장이 발생시킨 한국 사회의 폐해

서구가 300, 일본이 100년 걸려 만든 현대화를 한국은 30년만에 일궈냈다. 서구는 촘촘하게 했지만 한국은 엉성하게 해 선착순 경쟁에서 이겼을 뿐이다. 이러한 선착순문화, 능력지상주의가 주는 폐해로 잘 사는 것만 생각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일사불란하게 발전된 한국 사회는 벌거벗은 경쟁에 치중했고 영혼 없는 엘리트를 양성했으며, 이로 인해 위험사회를 넘어 잔인사회로 진입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떠나는 이촌향도가 발생했고 도시는 거대화되고 밀집화되었다. 당연히 공동체사회로서의 미숙성이라는 결말에 마주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통반 편성을 보면 각 동사이의 관계, 층 사이의 관계가 단절돼 제대로 된 통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심각한 해체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아파트라는 공간은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존재하는 곳이다. 공공성과 사회성이 빈약해 이웃을 타자화하고 주거를 은신처화 시키지만 이것을 감히 이기주의라 지적할 수 있을까? 시대적 여건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것은 압축성장의 복수다. 그렇다면 압축해법이 필요하다. 주민자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해외 사례에만 치중하지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제대로 알지 못 한다.

서울시의 문제는 밀집한 인구가 모여 사는 우리의 마을을 공동체로 만들어 본적이 없다는데 있다. 이웃 간 관계를 신경 쓴 적이 없는 것이다. 주민자치로 공동체를 숙성시켜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주민자치의 함의

주민이 우리 동-우리 구-우리 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것

주민자치의 함의를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매우 놀랄만한 사실은 그러부터 100년 뒤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취임사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100년 동안 시행하고 나니 이제는 국가가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자부심인 것이다. 이렇듯 주민들이 우리 동, 우리 구, 우리 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게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의 개념

이웃과 마을 위해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

주민과 자치회에 대한 정의로 살펴보자면 이웃과 마을을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를 주민자치회라고 한다. 그리고 국가가 영토, 국민. 주권으로 형성되듯이 주민자치회 역시 구역, 주민, 주민의 자치권으로 구성된다.

구역은 읍면동/통리반/공동주택/상업지역 등이고 주민은 주민등록자/사업장/기관, 단체/출향인/관계인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자치권은 출석권/의결권/선거권, 피선거권/재정권/규약제정권 등이다. 문제는 이런 구성요소를 체계적으로 정립시킨 학자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자치의 성립 원리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 자발성-자주성-자율성 발휘돼야

주민자치회의 원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를 두고 공동선-연대성-보조성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의 조건은 무엇일까? 분권과 자치라는 두 개의 축 아래 주민들이 구역을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들이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들이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 등이 필요충분조건으로 관계하는 것이 바로 주민자치의 조건이다. 주민자치 정책은 이를 위한 분권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느냐? 아직 그런 정책이나 제도는 확립되지 않았다. 여러분들의 해주셔야 할 부분이다.

주민자치회의 성공 조건 역시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자치로 공공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주민들이 자치로 마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것이 자치의 충분조건이고 분권의 필요조건이며, 결국 주민 없는 자치회가 있을 수 없듯이 정부 없는 자치회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10년 넘게 시범실시 중에 있다. 심지어 표준조례라는 이름으로 왜곡하고 있다. 표준조례의 부당함은 뒤에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주민자치 쟁점역사

우리 역사에도 훌륭한 주민자치 있어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역사는 중종 당시인 1518년 향약을 반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패와 부작용이 너무 많았고, 1895년에 들어 유길준이 향회조규를 만들면서 꽃을 피운다. 향회조규는 오늘날 주민자치회 법이다. 그러나 일제가 말살해 연결고리 끊어졌다.

향회조규에는 대향회, 중향회, 소향회로 구성해 놓았는데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1,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도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당시 확실하게 주민자치를 주민에게 맡겼지만 지금 서울의 통은 주민에게 맡기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는 국가의 존망 위기에 처한 탓에 주민들의 희생을 필요로 해 결집되도록 만든 것이기는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행정적으로만 만들었지 주민이 모여 국가를 구성하는 진정한 주민자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혹자는 우리나라에 주민자치의 역사가 없다고 하는데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주민자치를 잘 가동시킨 사례가 많다.

 

주민자치 쟁점관계

정치-행정적으로 악용되지 않게 주민자치 설계해야

자치구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뜻을 내 주민의 힘으로 사고 치지 말고 좋은 것만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가? 오늘 그렇게 되도록 해답을 찾아보자.

일단 정치인은 주민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안 되는 원인 80%가 정치 때문이다. 주민자치회장 직선으로 선출하면 시군구 의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주민자치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면 정치적으로 작용하지만 통리 주민자치회가 돌아가면 친목과 생활 위주로 구성된다. 주민자치가 정치적으로 사용되지 않게끔 디자인하는 게 필요한데, 누구도 그걸 할 줄 모른다.

주민자치로 인해 행정과 정치가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게 시군구 행정의 주민자치 정책 핵심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구청장님들에게 이야기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 모이신 자치행정 담당 공무원 여러분들이 구청장들보다 주민자치에 대해 더 많이 아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민자치 쟁점주민

주민 없이 위원만 있는 기형적 구조의 주민자치회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주민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 위원으로 채워 넣었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대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이번에 나온 표준조례 개정안에 위원선정위원회를 부활시킨 것도 주민자치를 파괴시키는 행위다. 읍면동장이 주민자치위원을 뽑는다면 주민자치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도 냈지만 워낙 어려운 부분이라 아직 심판 중이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고 위원만 있으니 문제다. 주민들이 회장을 뽑아야 대표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주민자치 사업을 할 수 있다. 협력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원을 읍면동장 뽑으면 주민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읍면동장 하수인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주민이 가진 역량을 파악해 협력과 협의를 통한 주민자치가 되어야 한다.

주민이 가지고 있으면서 놀고 있는 역량을 바로 찾아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주민자치 해야 하는데 위원만 뽑아서는 절대 주민자치 할 수 없다. 이게 주민자치 실질화의 숙제인데 이번 표준조례 개정안에는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주민자치에 아무 관계없는 사람을 위원으로 뽑아 놓으면 일을 안 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결국 제도가 고쳐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가 없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과제다.

 

주민자치 쟁점위원

위원 선정 주민이 하되 주민자치사업 중심적인 위원 뽑아야

주민 없는 자치회에서는 위원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무나 주민자치위원으로 뽑거나 동장이 일시키기 편한 사람으로 뽑는 다는 점이다. 제가 소속된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자치 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주민자치하라고 하면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결국 사람을 뽑아 놓고 일을 시킬 것인가 일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을 것인가 이 부분을 잘 생각해 주셔야 한다.

주민자치위원과 사업이 맞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부족한 능력의 문제가 있다. 능력자가 권력화, 이익화, 신분화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의 부족한 능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이 빈틈을 차고 들어 온 게 시민단체다. 따라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단순히 행정에 의한 사무만 하지 말고 가슴을 열고 주민과 대화해 달라. 주민의 능력에 맞는 사업을 하도록 하되 여기에 지원을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표준조례 개정안에 위원선정위원회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선정위원회로 다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미 실패했던 모델로 그대로 가면 또 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정위원회는 뭔가가 달라야 하는데 이 역시 여러분들의 숙제다.

회사는 일의 조건에 따라 사람을 뽑는다. 주민자치할 동기가 있는 사람을 뽑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고 무보수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자치위원이 되고 나면 일 안하고 버티는 게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민자치사업 중심적인 위원 선발 없이는 주민자치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주민이 있고, 위원이 있고, 단체장이 있으면 위원은 주민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람인데 이 위원을 주민이 선정하고 단체장이 위촉하거나 단체장이 선정하고 위촉도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박근혜 정부 당시 실패한 것이다. 주민이 위원을 선정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여기에 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역시 고민해야 한다.

 

주민자치 쟁점사업속성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사업이 진짜 주민자치형 사업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위원에게 사업을 맞출 것인가, 사업에 위원을 맞춰 무슨 사업을 할지 미리 정해서 뽑아야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선정위원회가 뽑아놓고 주민자치 사업에 맞추면 위원의 능력이 주복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주민이 사업을 해야 하는데 만약 위원이 하는 경우라면 주민자치위원을 주민이 직접 선발해야 한다.

주민자치 사업은 주민이 하는 것이 있고 위원이 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제대로 계획적으로 운영되는 주민자치회 본 적이 없다. 행정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위원이 하는 경우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데 주민이 하는 것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위원이 주민을 주민자치 사업에 긍정적 능동적으로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주민자치 사업은 뜻과 동기, 힘과 역량이 있는 주민이 해야 하는데 행정의 일을 하는 행정형 사업이나 시민단체가 하는 운동형 사업이 아닌 생활형 사업을 해야 한다. 안전, 복지, 환경 등이 사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안전 문제는 주민에게 동기도 형성할 수 있다. 주민은 그에 맞는 역량이 잠재되어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은 회비를 내면서까지 주민자치를 하고 있다. 일본의 주민자치회 역할은 주민 간 소통과 친목이 30.8%로 가장 높다. 이를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거환경의 유지가 31.7%, 마을문제 대응이 15.5%로 이를 기반 삼아 사회서비스를 공급한다. 자치단체에 협력하는 것이 12.2%,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9.8%인데 이는 주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한 주민의 불만 해결, 민원 해결을 위해 주민자치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시군구에 부탁하고 청원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진정을 넣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런 경우가 지금까지 25.1%였었고 앞으로는 더 증가해 47.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입장에서는 주민자치회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주민이 주민자치회에 회비를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의 임무는 무엇일까? 주민자치회의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 주민이 대표성을 부여해 변경된다면 주민자치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주민목소리 대변을 우리 주민자치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행정의 서비스와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위원을 지역 사회의 봉사자라고 생각하는데 행정에 봉사하는 것이고, 시민운동에 협조할 뿐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주민자치 영역에서의 봉사가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일, 다시 말해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눈 뜨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인 실적 위주의 행정서비스형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같은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형 사업이다.

 

주민자치 쟁점사업사례

일-놀이-배움 통해 이웃과 마을에 눈 뜨는 것이 주민자치

, 놀이, 배움이 인생의 3가지 형식이다. 특히 주민자치는 사는 데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놀이도 마을에서 필요한 것, 배움도 마찬가지로 이웃과 함께, 마을과 함께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가 있다. 모 동에 5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남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했다고 한다. 그래서 했던 것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윷놀이 대회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뽑았고 진행은 주민자치위원장이 하지 말고 교회, 성당 등을 통해 대학생들이 맡게 했다. 진행 방식과 규칙도 재미있게 구성해 실행했는데 호응이 너무 좋았다.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니 가족들도 다 모였고 친척들도 다 모였다. 한 마디로 마을 전체의 축제가 된 것이다.

이후 학생들은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챙기는,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이런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길가에 대형 화분을 내놓는다 해도 주민 간 화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윷놀이이라는 놀이를 통해 마을에 대해 이웃에 대해 눈 뜨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사례도 있다. 서대문에 주민자치 강좌 10개를 개설하기 위해 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시인, 소설가 등을 초빙해 학부모 대상의 강의를 펼쳤다. 노래교실, 댄스 이런 것도 좋지만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등 동네인문학을 커리큘럼을 삼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를 일깨우는 프로그램인 전입주민 환영회, 성인 축하식 등을 통해 주민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이렇듯 일과 놀이, 배움을 통해 이웃에 눈 뜨고 마을에 눈 뜨는 행위가 진정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 쟁점동기

각각의 동기에 합당한 가치 제공하는 것이 주민자치 설계

인생의 동기는 내가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남는 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 역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의 동기는 크게 이익동기, 권력동기, 명예동기로 나눌 수 있다. 이익을 원하고 권력을 원하고 명예를 원한다고 다 나쁜 것인가? 아니다. 단지 제도로서 주민 각자가 추구하는 동기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마을과 이웃을 위해 힘쓰도록 동기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이익동기는 주민자치사업의 원동력이 되고 권력동기는 주민자치회의 주민 및 지역 대표성을 제고시킨다. 명예동기는 주민자치행사에 필요한데, 명예를 주면서 가치 있는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하고 숙성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물론 쉽지 않다. 매우 난해한 설계다.

주민자치가 완성되는 공식을 부등식으로 설명하자면 가치가 가격보다 높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시간 제공·재능 발휘·재화 기여라는 물리적 노력보다 경제·사회·심리·도덕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더 높은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공의 동기가 성립될 때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을 살펴보자.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하다. 제일 상위 단계다. 회사나 단체 등에서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 존중 등 보다 자아실현이 위에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사안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주민에 맞는 동기 부여를 통해 주민자치가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 쟁점조직

공무원 없으면 회의조차 제대로 못하는 주민자치회, 반성하고 긴장해야

주민자치회에는 회무가 있고 사업이 있는데 주민자치회 회의 통보를 주민자치회 간사가 하는가, 공무원이 하는가? 대개 공무원이 한다. 회무를 하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주민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주민자치회가 수행하기 쉽고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기획해야 실천과 성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은 현재의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형 조직으로 보고 있다. 과업중심이 되려면 일감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는 예산이나 과업을 실행할 각종 권한이 부재되어 있다. 행정에서는 과업중심을 강조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 있는 형국이다. 생활중심형으로 간다면 주민자치회에 사무국장이 배치되어 실무를 수행하면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 사업을 생활중심형은 사무국에서 기본업무로 수행하되 과업중심의 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각 사업에 따라 별도의 사업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주민소통은 회원국, 회의진행은 사무국, 사업수행은 사업국 등 업무에 따라 분리되어야 하는데 간사가 이를 다 하고 그 마저도 자치행정 공무원이 다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무원들이 다 해주고 해 주지 않으면 주민자치는 아무것도 못 한다. 주민자치회 사무국 간사조차 능력자가 아닌 아무나 뽑아 앉혀 놓은 것이다. 월례회의를 유튜브로 공개해서 반성하고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민자치가 회의와 사업 등을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도록 정책에 반영되면 좋겠다.

 

주민자치 쟁점자치-협치

읍면동 협치-통리 자치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 필요

읍면동 자치는 인구 규모나 면적 범위에서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은 협치다. 그렇다면 통리 단위가 자치 가능하다. 이중구조로 만드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정책 오류다. 한국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인구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이나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중구조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주민자치 쟁점지원

시군구 주민자치협의회 역할 및 기능 매우 중요

시군구에서 주민자치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시민단체에 넘겨 버렸다. 중앙회-광역시도회-시군구협의회가 체계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시군구 주민자치 협의회는 2년 마다 회장과 임원진이 바뀌어 사업 연속성이 부재되어 있다. 광역과 읍면동을 이어주는 시군구 협의회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시군구 협의회장을 주민자치위원장끼리 모여 호선한다면 아무런 의미 없이 유명무실하다. 주민자치위원 모두가 모여 직선해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식적으로 공약을 내고 토론하게 만들어야 주민자치가 발전할 수 있다. 중간지원조직인 마을자치지원센터는 사실상 필요 없다. 주민이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도 시군구 협으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자치 쟁점지역차이

지역과 사회 여건 따라 다양한 주민자치회 모델 구축해야

단독주택과 상업지역, 아파트단지 등 모두 지역 여건과 환경이 다 다르다. 타워팰리스의 경우 주민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 알아서 해준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상업지역은 또 다르다. 그렇다면 지역 마다 차별화된 주민자치회가 있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제일 좋은 것은 주민이 알아서 하도록 맡겨 주는 건데 그렇게 못한다면 주민자치회 유형이라도 다양한 모델로 분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하지 못하게 행정안전부는 동일한 모델로 찍어 누르고 있다. 이건 조선시대에도 없던 횡포다. 행정안전부 표준조례 같은 독재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사회에 따라 차별화되고 다르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 쟁점역량

주민에게 맡기되 격려하고 다듬어 기다려 주는 것이 주민자치 정책 역량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이름 아래 주민자치회를 위탁시켜 버렸다. 행정에게 권한을 위탁 받은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자치를 호도하고 왜곡했다. 얼마 전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대표적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자치지원센터, 동자치지원관 등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 것은 문제가 크다. 특히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해 버리는 행태는 조선시대에 이미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일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위탁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자치 본질인 고유 사무는 위탁 불가한 영역이다. 주민은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며,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집행하고 위임하지 않은 사안은 다시 총회를 소집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주민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한다. 역량은 개인차원 역량, 집단차원 역량, 정책차원 역량이 있는데 그 능력이 제 각각이라 집단역량화 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차원의 풍부한 역량이 집단의 역량을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다름 아닌 여러분이 해주셔야 할 정책 역량이다.

주민자치를 자치행정과장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하다. 그러니 주민자치회가 동장 보조나 행정 서비스 정도로 끝나 버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집단차원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여러분의 과제인 주민자치 정책이다. 시군구에서 집단적으로 역량이 형성되고 운영될 수 있게 만드는데 집중해 주시라 부탁드린다.

가장 좋은 것은 주민에게 맡겨 놓고 인내하고 기다려 주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주민자치는 실질화되고 안정화되어 정착될 것이다. 단지, 주민들이 실패 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다듬어 주는 게 주민자치 정책 역량이다.

 

주민자치 쟁점발전방향

관료가 하면 관치-시민단체가 하면 운동-주민이 해야 비로소 자치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어 주민자치회원총회를 통해 규약을 만들고 대표를 선출하고 사업을 진행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주민과 자치회의 제도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자치권과 자치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자치회의 주민 및 지역 대표성이 보장된다.

 

똑 같은 계곡의 물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관료가 하면 100% 행정화, 관치화되고 시민단체가 하면 100% 시민운동이 된다. 주민자치는 주민에게 맡겨야 한다.

장자는 천하를 작게 숨기는 것은 금고에 넣으면 되지만 크게 숨기는 것은 산속에 놓아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잘 숨기려면 사람 속에 사람을, 천하 속에 천하를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를 제일 잘하는 방법은 주민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 단지 실패하지 않도록,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여기 모인 여러분들의 몫이다.

여러분들이야말로 서울시 주민자치의 성공 열쇠 가지고 있는 분들이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

 

[2023년 서울시 및 각 구 자치행정 담당 공무원 워크숍 주민자치 특강 개요]

일시 : 2023315() 14:00~15:40

장소 : 제주 에코그린리조트

참가대상 : 서울시 및 각 구 자치행정과 담당 공무원

강사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제 : 서울시 주민자치회 실질화 어떻게 해야 하나

내용 : 주민자치 원리, 원칙, 특성, 제도적 설계, 주요 쟁점 사안, 향후 실질화 방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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