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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Ⅲ 마을 민주제] “주민의 자발성을 국가가 배양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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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Ⅲ 마을 민주제] “주민의 자발성을 국가가 배양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
  • 홍유정 기자
  • 승인 2019.07.1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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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김지영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김지영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 사진 = 홍유정 기자

'2019 한국학 세계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 3 세션인 '마을 민주제' 토론회가 6월 25일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 123호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정세욱 명지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마을 민주제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영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발표한 '마을 민주제에 대한 종합적 논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상직 대표회장이 주장한 주민자치 충분조건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지영 교수는 "전상직 회장의 발표는 마을이라는 개념을 공간적·행정적 차원에서 고찰하고, 현 행정구조의 통·리가 몇 개 합쳐진 단위에서 주민이 실질적인 자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마을 민주제’라고 이름 붙인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주민자치 조례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주민자치회 법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마을이란 영역은 국가의 행정력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을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있고, 해결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가진 마을의 주민이 직접, 간접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같은 ‘바람직한’ 형태가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단번에 이뤄질 수 없으며, ‘부족하고’ 또는 ‘잘못된’ 관행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하려는 ‘관성’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난관을 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점을 생각해보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자치 충분조건 재검토

김지영 교수가 제안한 두 가지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한 충분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주민자치의 충분조건은 자치며, 자치는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이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 스스로 창립돼야 하는 것이라면, 자발성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문제는 자발성을 가진 주민이 모든 통·리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다는 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의 마을은 각각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 중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젊은 세대가 많은 곳, 노년 인구가 집중된 곳, 전문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자영업 인구가 많은 곳 등 마을민주제의 핵심요소인 주민의 특성 자체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는 마을의 일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주민이 많은 곳, 즉 마을민주제가 활성화 될 조건을 충분히 갖춘 곳이있지만, 마을을 잠시 있다 옮겨가는 곳이나 숙식만 취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주민이 많은 곳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주민자치회 제도가 실현될 경우,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지는 곳과 만들어지지않는 곳, 잘 운영되는 곳과 도중에 운영을 포기하는 곳 등의 다양한 유형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발표에서는 스스로 하려는 자발성을 국가와 행정이 주도해 마련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 부분을 국가와 행정이 배양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도의 개선을 제안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예를 들어 현행 주민자치위원회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주민자치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례연구를 쌓아가고, 이들 지역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주민이나 마을의 특성이 주민자치회의 창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제도는 사람이 활용하는 것이고,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제도의 운용 방식과 성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을 민주제라는제도에 대한 제안과 함께 앞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과정’으로서 사례연구가 보강된다면, 지금까지의 ‘관성’을 깨뜨려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마을 민주제 훼손 문제

두번째로 꼽은 것은 관변단체나 시민단체가 마을 민주제를 훼손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문제에 관한 것이다. 김지영 교수는 "발표문에서는 읍·면·동 수준에서 국가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와 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은 단체가 주민 사업을 선점하고, 주민 활동에 개입해 마을의 민주화 토대를 파훼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자발성이 높은 주민이 많은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변단체와 시민단체는 자발성이 높은 주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마을 주민의 의견과 생활에서 쌓아온 마을에 대한 지식, 주민이 실제적으로 생각하는 마을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달라 의견 조정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그러나 자발성이 적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관변단체와 시민단체는 마을의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거나, 행정이 아닌 시민영역에서 마을이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관변단체와 시민단체가 설정한 다양한 사업들이 주민의 요구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거나,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방식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라며 "이 부분은 관변단체와 시민단체의 문제설정 방식과 문제 해결방식이라는 수단적 차원의 문제점이지 단체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중간지원조직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실제 다양한 자발성 수준을 가진 주민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이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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