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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주민자치 현장을 다녀와서] 정내회 사업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소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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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주민자치 현장을 다녀와서] 정내회 사업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소소한 것
  • 김용민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 대표회장
  • 승인 2018.09.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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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 대표회장
김용민 부산광역시주민자치회 대표회장.

6월 28일, 유바리 시 도시재생에 대해서 견학했다. 이 도시재생에 재생회와 정내회를 통한 주민의 참여가 중요했던 것은 물론이다. 유바리 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재정파탄을 겪고 장장 20년에 걸쳐 변제를 해나가고 있는 도시다. 원래 탄광이 발달한 곳이었는데,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관광산업으로 전환했다. 그때 무리한 투자로 파산했다고 한다.

유바리시석탄박물관은 전시나 건물디자인은 훌륭했지만, 그 부근의 풍경은 썰렁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그늘까지 겹친 듯했다. 유바리 시가 번성하는 곳은 아니라는 느낌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유바리 시가 빚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시청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의 시청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청사를 보고 실감할 수 있었다. 시청 직원이 1/4로 줄었다고 하던가? 점심시간이었는데 전기를 아끼려고 불을 꺼둬서 어두침침했다. 대낮같이 환하고 새 건물이라 번쩍거리는 우리나라 청사들과 비교가 됐는데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이번 홋카이도 연수기간 동안 우리사회도 이미 닥쳐 있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연수단을 안내한 해설사는 72세쯤 된 여성으로 젊은이처럼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적응한 일본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유바리 시는 빚을 갚느라 시청 직원과 시의원을 줄이고 각종 보조금도 줄였다고 한다. 시장월급이 250만원 정도 되고, 학교도 중학교 1개, 초등학교 1개로 통폐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주민들의 동의와 노력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남아서 유바리 시를 떠메고 있는 주민들이 대단하게 여겨졌고 자치한다는 것은 이런 책임까지 포함하는 것이겠구나 싶어 지방자치나 주민자치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중앙정부를 쳐다보고 빚을 탕감하려고 연일 요구하는 시위가 우선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유바리 시의 재생에 효자노릇을 하는 멜론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100만원짜리 멜론도 있다는 말이 믿어질 정도로 유바리 멜론은 맛있었다. 호텔에서 제공한 평범한 멜론도 꽤 맛이 좋았는데, 그 달고 시원한 맛이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재생을 위한 산업에 그 멜론을 앞세울 만 했다.

오타루와 도마코마이 시청을 방문하다.

6월 29일은 오타루 시와 도마코마이 시를 방문하느라 바빴다. 오타루 시청을 방문했을 때 총무부의 자치과장과 정책기획실 과장이 나와서 오타루 시에 대해 성의있게 설명했다. 오타루 시 역시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이 있다. 오타루의 자랑인 운하의 재생은 오타루 관광에서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정내회 가입률이 높은 오타루시도 인구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참여 저조로 인해 정내회 가입률이 감소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 사회에서 정내회는 주민들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기초조직이라는 점이다. 주민과 정내회는 물고기와 물의 관계쯤 돼 보였다.

이번 연수가 흥미진진했던 것은 일본 정내회를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어 도마코마이 시청을 방문했을 때 정내회연합회의 부회장과 사무국원이 배석해 시청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질의응답으로 들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던 정내회연합회 사무국 직원은 시청 직원이었다가 퇴직 후에 정내회연합회에서 일을 돕게 됐다고 한다.

가입한 세대가 내는 정내회비로 자치사업을 했을 때 "그 혜택이 회원에게만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번 연수에서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이 대답이 가장 인상이 깊었다. 왜냐하면 고령화와 고독사를 피하기 어려운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묵직함과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정내회 사업에 대해서는 여러 사업 중에서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제일로 꼽았다. 정내회가 밤길을 비추는 가로등의 설치와 관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정내회의 사업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주민 서로와 마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었다. 이런 일들은 주민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도마코마이 시 신나카노정내회를 견학하고 있는 일본 홋카이도 시찰단이다.
도마코마이 시 신나카노정내회를 견학하고 있는 일본 홋카이도 시찰단이다.

도마코마이 시 정내회를 견학하다

6월 30일은 도마코마이 시에 있는 신나카노정내회를 견학했다. 다다미로 이뤄진 정내회관은 우리나라 농촌의 마을회관과 비슷해 보였는데, 게시판에 여러 활동에 대한 공지가 빼곡히 붙어 있어 자치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임을 느낄 수 있었다. 1층 복도에는 임원과 분과위원회가 적혀 있는 게시판이 별도로 있었는데, SNS로 많은 걸 공유하는 시대지만 회관이라는 공간에는 그 게시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어울렸다.

필자는 사실 몇 년 전 도쿄지역으로 주민자치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도시지역이었던 만큼 커뮤니티센터의 규모도 크고 훌륭했었다. 그에 비해 이번에 가서 본 정내회관은 작은 소도시의 회관이라서 볼거리가 있지 않았다. 어찌보면 초라했다. 그렇지만 일본 정내회의 맨살을 본 것처럼 훨씬 마을의 주민자치가 실감 났다. 직접보고 들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연수의 경험이 주민자치의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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