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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Ⅰ] “기존 제도들을 연계만 해도 풀뿌리 자치 강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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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Ⅰ] “기존 제도들을 연계만 해도 풀뿌리 자치 강해질 것”
  • 곽현근 대전대학 교수
  • 승인 2019.01.0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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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근 대전대학 교수.
곽현근 대전대학 교수.

2017년 7월 행안부 자치분권 전략회의인 자치분권인수위원회에 참여했었다. 그때 첫 회의부터 이야기했던 게 지방분권보다는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주민이 지방정부의 주인으로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가 된다는 것을 과거보다는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실‘자치분권 종합계획’이 2017년 9월에 나오면서 지방분권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뒤로 나오고, 주민주권 내용이 앞에 나온 것에 대해 고무적인 생각을했다.

현장에서는 작년의‘지방분권 개헌안’이 물 건너갔기 때문에 재정분권이나, 그 밖의 분권이 안될 것 같으니 주민을 앞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민자치 담론을 지나치게 정부 중심으로 이끌어 오지 않았나 싶다. 그런면에서‘주민주권’을 맨 앞에 넣은 것은 행정안전부와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민주주의 등 용어 통일 중요

많은 주민이“주민자치를 강화한다”“주민주권의 맥락에서 풀뿌리 주민자치를 강화한다”고 이야기하면,‘주민들끼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가 잘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관계, 지방정부와 주민과의 관계를 잘 짚어줘야 한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지방분권의 원리를 단체자치, 주민주권 내지는 지방민주주의 원리를 주민자치라고 한다. 그것이 한국에 와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자치는 단체자치, 주민들끼리 하는 자치는 주민자치라고 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유형의 지방자치가 있다고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지방분권의 원리와 지방민주주의 원리(또는 주민주권의 원리) 두 가지 원리를 갖고 접근해서 직접민주주의,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숙의민주제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들은 지방민주주의 관점에서 포괄하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현장에서 주민들은 숙의민주제, 직접민주제 같은 제도들이 자기들의 주권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고 인식을 못 해서 주민자치라는 말을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용어 문제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주인으로서 과거에는 대표를 뽑는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밖에 없었지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주민들이 지방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주민주권이나 지방민주주의를 써야 한다. 따라서 일본 사람이 만든 주민자치라는 말에 집착하고 헷갈리게 할 필요는 없다. 또 우리나라가 참여민주주의 활성화가 안 되니까 기초의회와 기초단체를 토착하는 용어로‘풀뿌리 민주주의’를 사용하고 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자치단체 형태 기관구성에 있어 주민의 선택권을 확장한다고 하니까 읍·면·동에 기초정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또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를 통합형 또는 대립형이라는 실험과 연계된다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행정과정에 참여해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포착하기 위해 탄생한 용어다. 그런데 대의민주제를 이야기할 때와 주민 참여를 이야기할 때에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또 자치단체 형태의 다양화라고 하니까 주민들이 원하면“읍·면·동 단위에 기초의회가 들어가는가보다”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가 용어의 혼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차적보다 실질적 대표성이 더 중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주민자치회를 전면 실시한다”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법령에 근거한 자생단체, 다시 말하면 또 하나의 수직적인 관변단체가 생겨서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실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기본전략이 중요하다. 마치 제도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주민과 공유가 돼 재미나게 돌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도주의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행안부는 기존의 제도들을 엮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안부는 주민자치회, 마을 공동체 등과 관련해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제도의 규칙들을 서로 연계해서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즉 행안부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도들을 연계하는 노력만으로도 풀뿌리 주민자치, 다시 말하면 주민주권의 한 방식인 풀뿌리 자치가 강해질 거로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주민자치회나 마을 공동체를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해보라고 이야기했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바라볼 때 대의민주주의에 익숙해져 있다. 선출직은 사람과의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해서 투표를 통해 뽑힌 사람이 대표성을 갖고 있다. 또 대부분 주민 결사체조직의 대표성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보다‘실질적 정당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주민자치회가 활동을 통해 결과를 잘 만들어내면, 주민들이“우리가 뽑은 지방의회보다 주민자치회가 일을 더 잘하고, 우리를 더 잘 대표하네”라고 말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적 민주주의는 대표성을 굉장히 유연하게 해석하게 해준다. 그런데 주민자치회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본질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그 담론에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주민자치회에 있어 대표성이란 것은 지금 대의민주제 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의민주제가 가진 대표성의 문제도 한계가 있다. 행안부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여건에 따라서 상당히 유연하게 대표성을 만들어내고, 주민들에게 조직이 꼭 있어야 한다는 느낌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것을 행안부와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제도 안에 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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