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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⑨한국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에는 대의민주제 보완, 시민성 회복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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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⑨한국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에는 대의민주제 보완, 시민성 회복 반영해야”
  •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12.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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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Ⅱ /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비판적 성찰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주민자치회는 2010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합) 제4장 제4절 읍·면·동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풀뿌리 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 단위 주민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조직이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배경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특별법 부칙 제4조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을 근거로 한다. 2012년 5월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산하 근린자치분과위원회에서 ‘협력형’ '통합형’ ‘주민조직형’ 3가지 모형을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에 포함했다. 그러나 6월, 법제처와 안전행정부는 통합형과 주민조직형이 현행법령에 위반돼 시범실시 불가의견을 제출했다.

근린자치분과위원회는 3개 모형 모두 시범실시가 가능한 방향으로 특별법개정을 추진하되, 개정없이 시범실시가 가능한 협력형을 우선 시범 실시하는 것으로 의결해, 2013년 3월 안전행정부는 협력형을 일부 수정해 시범실시계획을 수립, 5월 공모를 거쳐 전국 31개 읍·면·동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 및 구성과 운영

안전행정부에 의하면(2013년), 주민자치회 기능은 읍·면·동 행정기능 중 고유 행정기능을 제외하고 ▲사전 협의기능 ▲위탁 업무수행기능 ▲주민자치업무 수행기능을 주민자치회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사전 협의업무는 읍·면·동 단위지역 발전계획, 지역자원 활용 마을만들기, 혐오시설 주변 의견 수렴 등 이다. 위탁업무는 주민자치센터 운영, 공원 등 공공시설물 관리, 자원봉사활동 지원 등이다. 주민자치업무는 마을신문 및 소식지 발간, 자율방범 및 안전 귀가활동, 등 하교길 안전관리 등이다.

주민자치회 구성은 해당 읍·면·동 주민,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업장 및 단체 근무자를 대상으로 20~30명의 무보수 명예직 위원으로 위촉한다. 또 선출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을 선출, 직무 수행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위원 위촉 시 정당원 배제,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에 따라 선거운동 위원에 대한 해촉 근거를 마련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모형.

주민자치회 진단의 차원--------------

규범적 차원의 주민자치회

만약에 본인이 주민자치회를 새롭게 설치한다고 하면, 우선 주민자치위원회부터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에 대해 철저하게 진단·평가·분석할 것이다. 2010년도에 국회의원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법을 추진할 때 주민자치위원회를 분석해서 잘못된 점을 평가한 후, 그것을 갖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안 하고,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정도로 했다. 어쨌든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라는 말을 갖고 있다면, 주민자치회는 자체로서도 주민자치를 잘해야 되겠지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야 하는 제도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도대체 우리나라 읍·면·동 질서에 무슨 문제가 있고, 어떤 질서가 필요한지를 놓고 주민자치회를 검토해봐야 한다. 즉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가 어떤 기능을 해야 되는가 보다, 도대체 읍·면·동단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질서는 무엇이냐(이것을 규범적 차원이라고 하는데)를 이야기해야 한다. 원칙으로 돌아가서, 주민자치회가 만일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라면, 지방자치의 이론적 맥락에서 주민자치회를 이야기해야 된다. 그럼 ‘지방자치’는 무엇인가? 자치는 자기결정 등 앞서 교수들이 말했다. 그럼 ‘지방’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첫 번째가 서울 이외의 지역, 두 번째는 중앙정부의 지도를 받아서 일을 수행하는 지방정부의 관할구역으로 나와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 지방에 해당하는 영어는 무엇일까’다. ‘로컬’은 위의 두 가지 뜻에 없다. 학술적으로 찾아보니 ‘내가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장소’다. 영미권 사람들은 로컬을 소중히 한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발을 디디고 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이 로컬이다. 그걸 우리나라말로 지방으로 바꿔놓는 순간, 우리는 서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이 됐다. 또 중앙의 지도를 받아 일을 하는 지방정부에 속해 있는 사람이 돼버린 거다. 지방정부란 단어를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굉장히 촌스럽다고 한다. 지방을 원래의 의미인 ‘내가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바꿔버리면, 소중한 것들이 많은 사회가 된다. 지방자치도 그래야 된다고 보고, 주민자치도 지방의 본래의미를 되찾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다음세대에 어떤 읍·면·동을 넘겨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의 차이.

규범적 차원의 주민자치란

주민자치라는 말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지방자치 초기학자들이 일본교과서를 베꼈다고 생각한다. 찾아봤더니 ‘단체자치’는 지방정부(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을 포착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단어다. 왜냐하면 일본이 패전 이후에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지방자치를 실시할 때,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지방자치가 잘 되려면 중앙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이 지방정부로 이전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깨달은 것은, 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의사와 통제에 의해서 운영돼야한다는 원리를 발견한 거다.

다시말해서 지방정부의 민주성 원리다. 주민이 뽑거나 뽑은 사람들이 잘못하면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을 포착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단어가 주민자치다. 이 두가지 원리는 서로 다른 지방자치를 이야기하는것이 아닌 보완적인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단체자치는 단체가 하는 것’이고, ‘주민자치는 주민이 하는거’라고 하는데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자치는 정부의 몫이고, 주민자치는 주민의 몫이라 한다. 그렇게 ‘주민자치의 틀짓기(framing)’를 하고싶은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영향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항상 주민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을 자원봉사라고 한다.

곽현근 교수의 발제를 경청하는 포럼 참여자들.

규범적 차원에서 민주주의 진화

주민자치는 ‘지방민주주의’와 관련이 있고, 주민의 의사와 통제에 의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엘리트민주주의다. 대의민주주의는 엘리트민주주의다. 여러분은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아서 행복한가 ▲지방민주주의나 지방자치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이 주민자치를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고 있다. ‘주민의 의사와 통제에 의해서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한다’라는 것은 4년마다 선거를 통해서 대표를 뽑아야 할 때 의사를 반영한다는 것이고, 뽑은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면 4년마다 투표를 통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를 하고 있지만, 바로 대의민주적 주민자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지방자치를 할 때 선거로 뽑는다는 것은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기제요, 우리가 통제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잘못하면 4년마다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통제로 본 거다. 그런 대의민주적 지방자치에 대해 여러분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걸 대의민주제의 '민주성 결핍'이라고 한다. 정부제도에 대한 시민통제력의 단절인 것이다. 수평만해서는 우리의 의사가 정부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 같고, 뽑은 사람들을 갈아치울수도 없다. 그래서 이야기되는게 ‘대안적 현대 민주주의’로 직접민주제, 참여민주제, 고객민주주제, 숙의민주제 등이다.

우리가 왜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에 관심을 가져야만하는가 하면, 무슨 자원봉사를 해서 위탁기능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민주제를 작동시키기위해 계속해서 선거와 정부 사이에 주민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발을 디디고 사는 장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애착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그럼 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까? 선진국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는 것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반응한다는 거다.

(위) 규범적 차원의 주민자치회 진단 기준. (아래) 처방적 차원의 주민자치회 진단 기준.

 

현대적 주민자치의 재해석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자치회에 대한 담론은 주민자치각론 중심으로 가서는 안되고, ‘지방민주주의의 혁신’관점으로 가야한다. 그럼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서 주민자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주민자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참여를 강조한다. 최근 유권자로서의 참여를 넘어서서 적극적 형태의 공공참여를 강조한다.

참여를 보면 ▲주민의 네트워크 또는 조직화에 기초한 지역공동체 참여인 ‘수평적 참여’ ▲지역공동체 역량을 기반으로 지방정부의 의사결정 및 서비스 전달과정의 참여인 ‘수직적참여’가 있다. 현대적 주민자치의 의미는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다. 참여는 공동체 단위 참여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정치행정과정에의 참여를 포함한다. 따라서 수평적참여와 수직적참여의 활성화 및 유기적 연계노력이 필요하다.


처방적 차원의 주민자치회 진단

처방적 차원은 규범적 주장에 의해 옹호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높은 수단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주민자치회 제도설계 시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은 ▲Schneider & Ingram(1990; 1997)의 정책수단 유형 참고 ▲정책수단으로 공공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정책기관 또는 대상으로 하여금 만약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정책설계의 요소들 ▲개인의 행태에 대한 가정에 근거해서 정책수단 분류 등이다.

그럼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여를 안 할까? 먹고살기 바빠서? 참여라고 하면 중산층이 문제다. 참여를 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돈을 주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선진국의 담론은 주민들이 적어도 자기지역 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내 권리만 주장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주민들에게 권한과 정책 수단들을 줘야한다(표3참조).

참여민주적 관점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진단을 위한 기준------

법을 만들려고 하면, 주민자치회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시범사업은 하나의 테스트 또는 실험으로서 제한된 기반 위에서 집행되는 새로운 시도다. 시범사업의 집행자는 새로운 사업이 더 큰 규모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중단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건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의 설계가 잘못됨으로써 의미있는 평가가 불가능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Norsdstrom(2009)은 시범사업을 설계하면서 정책결정자들이 물어야 할 10가지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기 했다.


진단을 위한 10가지 질문

1.무엇이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인가? 시범사업의 추진 주체는 시범사업에 의해 해결할 문제의 사회적문제의 성격, 정도와 분포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2. 시범사업이 확인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사업이 확인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이론 또는 개념적 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념적 틀 안에서 ▲시범사업의 주장들이 합리적으로 보이는가 ▲시범사업의 주장을 지지해주는 연구가 존재하는가 ▲사업집행의 책임자는 가능한 문제점 또는 집행에 대한 장애요인을 고려했는가 ▲상황에 따른 대책과 계획은 갖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갖고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3.사업이 성공적이면 사업확대에 따른 비용조달은 가능한가?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사업이 전체 대상에 적용된다면 자금조달이 가능한 것인가?

4. 시범사업과 관련한 예산 또는 지출계획이 마련돼 있는가? 잘 기획된 예산은 어떻게 시범사업이 집행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제공해야 한다. 애매모호하고 조야하게 설계된 예산은 사업이 최악의 기획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범사업 설계자는 ▲제안된 시범사업이 철저하게 계획됐는가 ▲사업목적에 맞춰 지출이 설정됐는가? 성공적 집행과 평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포함시켰는가 같은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5. 어떤 결과기준들이 사업의 성공 또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될 것인가? 시범사업의 성공은 무엇을 성취하는 것인가? 어떻게 결과를 측정할 것인가? 사업의 효과가 얼마나 클 필요가 있는가? 사업의 평가기준은 객관적이고, 측정가능하며, 사업의 목적과 관련돼야 한다.

6.어떤 대안적 사업 또는 해결책이 비슷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전에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큰 성공의 가능성을 제공하거나, 비슷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7. 평가의 설계가 의미 있는 결과를 허용하는가? 시범사업이 실패하는 가장 일반적 이유는 평가설계가 사업의 결과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가능한 무작위로 분류된 실험적 설계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8. 평가설계에 있어 타당성에 영향을 미칠 문제가 있는가? 잘 기획된 평가설계만이 새로운 제도가 실제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고(내적 타당성), 사업이 다른 맥락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확신 속에서 확산이 가능하게 된다(외적 타당성). 자기 선택적 편향 또는 대표성 없는 표본수집은 타당성을 저해한다.

9.효과를 관찰할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는가? 시범사업이 의미있는 평가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업이 결과를 생성할 수 있기도 전에 플러그를 뽑는다면, 추구할 가치조차 없다.

10. 표본크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하기에 충분한가? 연구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기 위해 충분히 큰 표본크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표본크기는 연구단위와 연구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지방행정 개혁 vs 지방정치 개혁.

주민자치 시범사업의 진단-------------

Mismatch된 주민자치제도화의 맥락

지방정치 개혁의 관점이 아닌 지방행정 개혁과 맞물려 주민자치회 설치를 추진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지방민주주의 혁신의 관점이 아닌 지방행정서비스 기능의 보완 관점에서 접근했다. 또 주민참여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주민조직에 의한 읍·면·동 행정서비스 기능의 대체 또는 보완 활동에 초점을 뒀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모형들의 경우 민주적 원리를 가진 주민조직 모형이 아니라, 단순히 행정조직의 연장선상에서 주민조직을 하나 설치하면 기능하고 작동할 것이라는 구조적 차원의 잘못된 발상에 비롯됐다.


주민자치 개념의 이해 부족

주민자치 시범사업의 경우, 주민자치를 ‘주민참여’가 아닌 ‘주민자치회 활동’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주민자치 핵심가치인 주민참여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주민자치회 활동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민주적 혁신에 필요한 주민참여 수준 또는 유형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주민활동 공간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주민들의 활동공간은 ‘민초의 공간’과 ‘초대된 공간’이 있다. 민초의 공간(popular space)은 주민들만의 활동 무대, 정부와는 독립적 활동, 주민의 연대형성을 통한 정부정책의 항의, 자급자족적 서비스를 생산한다. 초대된 공간(invited space)은 정부가 주민에게 제공하는 참여제도, 열린 공간을 마련하려는 정책의 변화 반영, 정부에 의해 공간이 설계되면서 구성과 권한배분 및 의제가 국가행위자에 의해 정해진다.

두 공간 중 어느 한 가지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민초의 공간만 강조하면 배타성 때문에 이기주의가 생긴다. 또 민주주의 원리에서 정부를 빼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초대된 공간의 문제는 참여가 실질적 의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은 ▲지방민주주의 또는 정치개혁 관점의 주민자치회 모형의 원리 부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성과를 판단할 인과모형설계 부재 ▲현장의 공감대 없이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추진 ▲시범사업 추진과정에서 모형, 예산, 표준조례, 담당공무원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 ▲임명방식, 위탁사업 등 일부 차이를 제외하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역할기능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 ▲주민자치회 활동을 자원봉사 의미로 해석해 원칙적으로 행·재정 지원배제 등이다.

초대된 공간의 참여유형.

주민자치회 제도화 방향--------------

지방정부 민주성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적 접근

주민자치회 제도화 방안은 지방정부 대의민주제 보완, 적극적 시민성 회복과 같은 정치철학의 원리를 반영한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처럼 특정 주민조직기능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지방의 다양한 정치행위자(예 : 주민, 주민조직, 읍·면·동 사무소, 기초자치단체 등)의 바람직한 관계, 또는 정치질서의 틀(frame)을 형성하는 수준의 처방이 요구된다.


지역공동체 기반의 주민자치제도화 관점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는 ‘주민 사이의 유대’와 ‘지역에 대한 애착’을 전제로 한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동료 주민과의 유대를 형성한 집단이 ‘지역공동체’다. 결사체적 공동체 형성과정의 참여뿐만 아니라, 형성된 공동체역량을 기반으로 주민조직, 또는 대표의 정치행정과정참여를 주민자치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공동체 기반을 만들려는 노력과 행정과 정의참여를 위한 제도화 노력이 연계돼야 한다.

지방분권은 주민자치와 함께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1995년에 민선자치를 시작해서 2016년 현재까지 8(국세)대 2(지방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분권운동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왜 8대 2가 유지되고 있나 하면, (선진국을 예로들면)국회의원들과 중앙관료들이 바라봤을때는 분권과 자치를 요구하는(분권운동) 사람들이 지방 엘리트들 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들, 지방에있는 학자들이다. 관료들의 생각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권력을 왜 너희들하고 나눠갔느냐? 어차피 너희들도 권력을 받아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이다.

간단한 논리는 주민들에게 ‘권력과 예산이 자신과 가까이 있으면 좋다’라는 것을 경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민참여 예산위원회에 참여해 우리마음대로 나랏돈을 쓰는 경험을 쌓고 봤더니 저돈이 저기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네? 저기까지 가면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가까이 두고 쓰는게 더 나을 것 같다”라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통해 생전 가야 볼 수 없는 중앙정부보다 내 옆에 있는 지방정부가 소중하고, 바로 옆에 있는 공무원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 게 하는 것이다. 그게 없이는 분권 안된다. 많은 학자들이 “분권이 돼야 주민자치가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주민들의 경험 없이는 분권 안 된다, 여러분이 경험을 통해서 가까이 있는 정부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야 정치적 압력을 넣더라도 정치인들이 반응한다.


상향적 관점의 접근

하향식 접근은 단체자치(지방행정) 중심의 지방정부 개혁의 성격으로 중앙정부(국가)에서 출발해 지방정부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반면, 상향식 접근은 주민자치 차원의 지방정부 개혁의 성격으로 주민 간 관계(지역공동체)에서 출발해 지방정부와의 관계형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주민과 지방정부와의 관계형성 노력은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며, 대의민주적 차원의 지방정치개혁은 중앙정부 주도, 참여민주적 차원의 지방정치개혁은 지방정부 주도로 해야한다. 주민자치는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해나가야 한다.


지방정부주도의 유연한 접근

주민자치를 위한 지역역량과 환경은 커다란 편차가 존재한다. 인구구성, 지역의 사회경제적 지위, 지역공동체 역량과 경험, 지방정부와의 관계 등을 현장에서 잘 봐야 한다. 또 획일화된 제도도입보다는 지역여건에 맞는 다양한 제도설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주도의 제도 설계를 장려하고, 주민자치 분야를 지방정부 정책주도권(policy initiative)실험의 중요한 기회로 간주해, 중앙정부 역할은 주민자치를 위한 법제도적 장애요인 제거와 제도실험을 위한 재정지원으로 최소화 해야 한다.

적어도 참여민주적 주민자치는 지방정부가 아이디어를 갖고 다양하게 정책을 주도해 나가고, 지방정부 스스로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중앙정부가 일일이 지방정부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 마마보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종합적 처방을 담은 제도화 노력

현재는 자원봉사 차원의 주민대표 참여와 희생 및 책임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주민자치는 기존의 이해관계와 권력관계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주민자치회의 기능적 차원의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주민의 권한 부여, 의미 있는 의사결정 경험을 통한 참여유인 제공, 역량형성 및 학습을 위한 행·재정지원을 포함한 종합적 관점의 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이 적어도 참여를 할 이유가 있고, 참여해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 위해선 권한도 줘야 하고, 유인도 제공해야 하고, 그 의미도 깨닫게 학습하도록 여유도 줘야 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도 해줘야 한다.

이상적 주민자치회 모형의 예시.

관련법제의 정비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에 따른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 또 지방정치 개혁 또는 지방민주주의 강화의 관점에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법률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1안’으로는 관련법들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성격의 제도화 추진이다. 이를 위해 특별법의 주민자치회, 행자부가 추진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법’, 지방재정법의 ‘주민참여 예산제’ 등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2안’으로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이다. 선언적 수준의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사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재정지원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은 하되, 모형개발과 집행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상향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고, 지역여건을 고려한 제도도입 여부 및 모형선택의 재량을 기초자치단체에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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